[행정] '2조원 넘는 손해' 용인경전철, 주민소송 인용
[행정] '2조원 넘는 손해' 용인경전철, 주민소송 인용
  • 기사출고 2024.02.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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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이정문 전 시장, 교통硏 · 연구원들에 손해배상책임 인정"

천문학적인 손해가 난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 법원이 한국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이정문 전 용인시장의 과실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과도한 수요예측을 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 부장판사)는 2월 14일 용인시민들이 현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의 환송 후 원심(2020누50128)에서 "피고는 이 전 시장, 한국교통연구원과 그 연구원들에게 손해배상금 214억여원을 용인시에게 연대하여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주민소송의 인용에 소극적이던 종전의 판결례와 달리 손해배상책임을 정면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다만, 이 전 시장의 후임인 서정석, 김학규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1조 32억원이 투입되었으나 하루 이용 승객이 당초 수요 예측의 1/5에도 못 미치는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이정문 전 시장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주민소송을 인용하는 환송 후 판결이 선고됐다. 사진은 홈페이지 사진을 캡처한 용인경전철 모습.
◇1조 32억원이 투입되었으나 하루 이용 승객이 당초 수요 예측의 1/5에도 못 미치는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이정문 전 시장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주민소송을 인용하는 환송 후 판결이 선고됐다. 사진은 홈페이지 사진을 캡처한 용인경전철 모습.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이) 최소운영수입 보장 약정을 하였다는 것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하여 그 타당성을 검토(직접 또는 용인시 담당 직원들에게 검토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방식 등)하려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실시협약의 기초로 삼아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고, 용인시와 사업시행자 사이에 적절한 위험부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한 것은 시장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실시협약안을 검토한 기획예산처장관이 '30년간 90% 운영수입 보장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심의결과를 통보하였음에도, 이 전 시장은 실시협약에 반영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운영수입 보장기간, 보장수준(보장의 최대한도), 보장조건 등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여 용인시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2003년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을 적용하지 않고, 보장기간, 보장수준 ⋅ 조건 면에서 용인시에게 더 불리한 2002년 기본계획을 적용했다"고 지적하고, "저지규정조차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지규정이란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 운영수입을 현저히 밑돌 경우(가령 50% 미달) 아예 운영수입 보장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사업시행자가 과도한 수요 예측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조항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거액의 재정 지출을 수반함에도, 용인시의회의 사전 의결 절차 등 법령상 필요한 절차조차 준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국교통연구원과 그 연구원들에 대해서도, "수요 예측에 따른 교통수요 추정은 사업 실시 여부 자체 및 실시협약의 내용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수요 예측에 관한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과도한 수요 예측을 했다"며 "용인경전철 건설의 타당성 분석에 있어, 과도한 수요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잘못이 있고, 이로써 용인시에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용인경전철 개통 후 실제 탑승인원은 실시협약에서의 예상치 대비 5~13% 수준에 불과했으며, 교통연구원은 용인경전철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많이 변하였음에도 과거의 자료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여 예상 수요를 산출했다.

재판부는 다만, "수요 예측 업무의 전문가가 아닌 선출직 공무원인 이 전 시장의 입장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 결과를 신뢰한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며 용인시에 대한 관계에서 공동불법행위자인 이 전 시장과 연구원들의 책임을 5%로 제한, 손해배상액 액수를 214억 6,809만 5,900원으로 정했다. 또 용인시에 대한 관계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비율을 이 전 시장보다 낮은 1%로 산정, 교통연구원의 손해배상금 액수를 42억 9,361만 9,180원으로 산정했다.

교통연구원의 책임비율은 1%이지만, 연구원들 책임에 대해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정문 전 시장, 교통연구원, 연구원들에게 214억 6,809만 5,900원의 손해배상금에 대한 연대책임이 인정되었다.

용인시는 이정문 전 시장 재임 때인 2004년 7월 27일 사업시행자와 용인경전철 건설에 관한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사업 초기 시공 ⋅ 운영 위험을 부담하는 사업시행자에 대한 사업참여 유인의 일환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 부분을 토대로 한  '최소수입 보장 약정'을 실시협약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용인경전철 완공 후에 실시협약의 기초가 된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에 현저히 미달하는 인원수만 실제로 용인경전철을 이용함에 따라 예상 수입과 실제 수입 사이의 간극이 커지게 되었고, 용인시는 실시협약 중 최소수입 보장 약정 부분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거액의 재정지원금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이정문 시장 퇴임 후 용인시의 후임 시장들은 '최소수입 보장 약정'을 '사업운영비 보전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경협약을 체결하는 등 용인시의 손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였으나, 변경협약에 의하더라도 용인시는 여전히 2043년까지 매년 사업시행자에게 거액의 재정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미 지급한 액수까지 합하면 그 금액이 무려 2조원이 넘는다.

이에 용인시민들인 원고들이 이정문, 서정석, 김학규 전 시장 등 3명의 전 용인시장, 수요 예측 업무를 포함해 실시협약에 관한 사업타당성 검토 업무를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과 그 연구원들을 상대로 현 용인시장이 손해배상청구를 하라고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당초 청구금액을 약 1조 32억원으로 했다가, 환송 후 원심에서 최종적으로 약 2조 432억원으로 확장했다.

1심과 환송 전 항소심은 전체 손해배상청구 중 극히 일부인 법무법인 선정 관련 손해 부분만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소 각하 또는 청구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및 연구원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주민소송을 허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 이번에 이 전 시장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환송 후 원심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현근택, 박영규 변호사와 법무법인 이강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피고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주민소송=지방자치법 21, 22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18세 이상의 주민은 지자체의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감사를 청구할 수 있고, 주무부장관이나 시 · 도지사가 감사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이 지나도 감사를 끝내지 아니한 경우 등에는 해당 지자체 장을 상대방으로 하여 해당 지자체의 장 및 직원, 지방의회의원, 해당 행위와 관련이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 즉,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