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제도 정당성 인정하되 대대적 손질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4월 25일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2020헌가4 등). 1977년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후 47년 만에 나온 위헌 결정으로, 이에 따라 상속인이 된 형제자매가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하더라도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형제자매 유류분' 위헌 결정
유류분제도란 피상속인이 증여 또는 유증으로 자유로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여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근친자에게 법정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법률상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법 1112조는 직계비속(1호)과 배우자(2호)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로, 직계존속(3호)과 형제자매(4호)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각각 정하고 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일본 등에서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법 1000조에 따라, 상속에 있어서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피상속인의 직계존속>피상속인의 형제자매>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되기 때문에,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 배우자가 아무도 없어 형제자매가 선순위 상속인이나 상속을 받지 못한 경우에 비로소 문제가 된다.
이번에 결정이 선고된 유류분 제도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 중엔 이복형제들 사이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피고 측이 민법 1112조의 유류분제도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이 있다. 자식이나 부모, 배우자 없이 사망한 이복형제가 동복형제들에게만 재산을 물려주자 이복형제들이 소송을 내고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것이다.
또 미혼인 피상속인이 자신의 재산을 공익법인들에게 유증하자 피상속인의 형제, 자매 등이 공익법인을 상대로 유류분의 반환을 청구한 사건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도 있다.
유류분상실제도 미비 등은 헌법불합치 결정
헌재는 이날 또 유류분만 규정하고 유류분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민법 1112조 1호부터 3호와 기여분에 관한 민법 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민법 1118조에 대해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직계비속과 직계존속, 배우자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상속인에 대해선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유류분 조항을 개정하되,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2025. 12. 31.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한 것이다. 기여분 부분도 마찬가지다.
헌재 재판부는 "민법 제1118조는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형성에 기여한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므로, 기여상속인은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에 응하여 위 증여재산을 반환하여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참조)"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간) 유류분 제도는 여전히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판대상조항(민법 제1112조 등)에 따른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고(헌재 2010. 4. 29. 2007헌바144), 가족의 연대가 종국적으로 단절되는 것을 저지하는 기능을 갖는다(헌재 2013. 12. 26. 2012헌바467)"고 전제하고, "오늘날 사회구조가 산업화 · 정보화 사회로 변화하고, 가족의 모습과 기능이 핵가족으로 바뀌었으며, 남녀평등이 점차로 실현되고 있지만,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류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균등상속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개인이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와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총 47건을 병합 심리해 이날 한꺼번에 결정을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