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32억원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었으나 2017년의 1일 평균 실제 이용수요가 실시협약상 예상교통수요의 1/5에도 못 미쳐 무리한 사업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당시 용인시장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월 29일 안 모씨 등 용인시민 9명이 "경전철 사업에 책임있는 자들에게 1조 32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하라"며 현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의 상고심(2017두63467)에서 주민들의 청구 대부분을 각하 또는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심과 항소심은 김학규 시장 시절 정책보좌관인 박 모(여)씨가 경전철과 관련해 국제중재재판을 받게 된 용인시의 소송대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입찰금액을 써낸 특정 법무법인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표를 수정해 용인시에 로펌 선임료 차액 만큼의 손해를 입힌 점을 인정, 1심 재판부는 박씨와 박씨를 관리 · 감독할 책임이 있던 김 전 시장을 상대로 한 주민들의 청구를 인용해 "용인시장은 김 전 시장과 박씨를 상대로 법무법인 선임료 차액인 5억 5,000만원의 연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판결하고,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서만, "용인시장은 박씨를 상대로 10억 2,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부분이 패소로 바뀌었으나, 박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금액이 항소심에서 4억 7,500만원 늘어난 것. 박씨에 대한 부분은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냈다.
이 외에 주민들의 나머지 청구는 항소심에서 모두 각하 또는 기각되었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정문 전 시장,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에 대해서도 용인시장이 손해배상청구를 하라는 취지로 해당 부분에 대한 항소심 판단이 모두 파기되었다.
용인경전철 민간투자사업은 약 18km 구간에 경량 도시철도를 건설하여 운영하는 사업으로, 2000년 9월 한국교통연구원으로부터 수요예측조사결과가 포함된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아 이정문 시장 시절인 2002년 9월 캐나다 건설회사인 봄바디어(Bombardier Inc.)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04년 7월 실시협약을 체결해 공사에 착수, 2013년 4월 경전철 운행을 개시했다.
그러나 원고들을 비롯한 용인시 주민 338명은 2013년 4월 경기도에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하여 '추진과정의 문제점', '용인시가 용인경전철과 맺은 실시협약의 문제점', '실시협약 체결 이후의 문제점', '공사완료 이후의 문제점' 등에 관하여 주민감사를 청구하고, 이후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하여 2011년 당시까지 투입된 1조 32억원 등을 용인시가 입은 손해로 보아 이정문, 서정석, 김학규 전 시장 등 3명의 전 용인시장과 용인시 공무원과 시의원들, 오류가 있는 용역보고서를 제출한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용인시가 모두 1조 32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2005년 1월 27일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사례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19세 이상의 주민은 지자체의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감사를 청구할 수 있고, 주무부장관이나 시 · 도지사가 감사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이 지나도 감사를 끝내지 아니한 경우 등에는 해당 지자체 장에게 책임있는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 즉,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은 먼저 "주민감사청구가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를 대상으로 하는데 반하여, 주민소송은 '그 감사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위법한 행위나 업무를 게을리한 사실'에 대하여 제기할 수 있는 것이므로, 주민소송의 대상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는 주민감사청구사항의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그로부터 파생되거나 후속하여 발생하는 행위나 사실은 주민감사청구사항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원심은 주민소송의 대상을 주민감사청구사항과 동일할 것을 전제로 원고들의 주민소송 청구 부분 다수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민소송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정문 전 시장을 상대방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는 부분과 관련하여, "법원으로서는 (용인시가 용인경전철과 맺은) 실시협약 체결행위와 관련이 있는 모든 적극적 · 소극적 행위들을 확정하고 거기에 법령 위반 등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본 다음 전체적으로 보아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정문의 행위들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각각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등을 판단한 원심에는 주민소송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용인시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한국교통연구원 및 연구원들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 용역계약은 한국교통연구원이 용인시에 용인경전철의 수요예측 등을 내용으로 하는 용역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하여 용인시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으로서, 이를 체결하고 그에 따라 수요예측 등의 내용을 담은 용역결과물을 제출받는 행위는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에 정한 계약의 체결 · 이행에 관한 사항으로서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하고, 연구원들로부터 오류가 있는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은 것은 재무회계행위와 관련이 있는 위법한 행위이거나 업무를 게을리한 사실이고, 이러한 용역업무의 수행이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해당할 때에는 용인시는 그 상대방인 한국교통연구원이나 그 연구원들에게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여야 한다"며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수요예측행위 자체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 중 한국교통연구원 및 연구원들에 대한 부분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용인시로부터 용인경전철 수요예측 조사 등의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교통연구원과 그 연구원들이 명백한 오류가 있는 수요예측 용역보고서를 작성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그들을 상대방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요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거나 사업의 적정성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를 입혔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민간투자사업 관련자들을 상대로 하여 그 손해배상금의 청구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에 그 계약당사자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금 등의 청구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근택, 배수진 변호사와 법무법인 위민, 법무법인 이강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피고 측은 1심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