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해 가을 홍콩중재기간 행사에 다녀온 데 이어 얼마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IBA 아비트레이션 데이 행사를 취재했다. 홍콩중재기간 행사나 싱가포르 아비트레이션 데이 모두 시사성이 높은 국제중재 분야의 다양한 이슈를 접하고 전 세계 국제중재 변호사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에서도 다수의 국제중재 변호사와 중재인들이 참석해 세계 국제중재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높은 위상을 실감했다. 업무가 국제적이어서 그런지 한국의 국제중재 변호사들은 밖에서 더 빛나 보였다.
서울에도 아시아의 주요 국제중재기관 중 하나인 대한상사중재원(KCAB)이 있다. 특히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KCAB International)는 중재 사건 중에서도 KCAB에 접수되는 국제중재 사건을 관장하기 위해 몇 년 전 의욕적으로 출범한 국제중재 특별조직이다. 그러나 의장 공석이 계속되며, 팬데믹 이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중재시장에서의 사건 유치 경쟁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얼마전 발표된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의 2023년 사건 접수 통계를 보면, 홍콩과 중국 본토의 당사자를 제외하고 HKIAC를 이용한 아시아 당사자 중 한국 당사자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022년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통계에서도 한국 당사자 사건이 25건을 기록하며 전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여기에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는 ICC 중재와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사건까지 더하면 한국 기업들이 매년 해외 중재기관에서 신청인이나 피신청인으로 100건 가까이 중재 케이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재 1건에 변호사비용을 포함해 줄잡아 100억원이 소요된다고 치면 1년에 1조원 가까운 돈이 중재 수행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법률서비스 국제수지를 호전시키는 길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KCAB 인터내셔널이 보다 활성화되어 한국 기업이 관련된 사건 중 상당수를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외국 당사자나 대리인을 실어나를 인천공항의 택시기사부터 시내 유명 호텔의 수입 증가까지 한국에 떨어지는 경제적 효과가 하나둘이 아니다. 사건을 대리할 로펌도 한국 로펌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로펌의 수익증대로 이어지게 되고, 중재판정에 불복하는 소송 등은 중재지 법원에 제기해야 해 한국의 송무 변호사들에게까지 연쇄적으로 시너지가 확대되게 된다. 국제중재사건 유치가 거대한 컨벤션 사업이라는 의견이 틀린 말이 아니다.
KCAB 인터내셔널의 조직을 일신해 한국의 국제중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 법조계의 발전, 국제수지 개선 등 여러 측면에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한상사중재원이 위치한 서울 삼성동 일대가 인천공항에서 2시간이 소요되는 등 거리상으로 불리하다면 KCAB 인터내셔널을 분리해 인천공항에서 가까운 여의도의 IFC로 독립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국제중재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2028년 ICCA 대회의 서울 유치를 희망하는 입장에서도 KCAB 인터내셔널의 정비와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