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항소심 변론하며 변론요지서 제출 안 한 로펌에 위자료 배상 판결
[손배] 항소심 변론하며 변론요지서 제출 안 한 로펌에 위자료 배상 판결
  • 기사출고 2023.08.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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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적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당해"

사기 형사사건의 항소심 변호를 위임받은 로펌이 실수로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담당변호사와 함께 의뢰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안승호 부장판사)는 6월 27일 의뢰인 A씨가 "변론요지서 미제출로 방어권 침해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B법무법인과 담당변호사였던 C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2나73644)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위자료 액수를 3,000만원으로 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B법무법인이 수임료 3,850만원 전액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1,000만원 깎았다.

A씨는 누범기간 중에 사기 등의 범행을 저질렀음을 이유로, 2020년 2월 춘천지법에서 징역 7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자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고, 자녀를 통해 그해 3월 13일경 B법무법인과 변호인 선임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항소심 선고시'까지로 약정했으며, 수임료는 부가세 포함 3,850만원이었다. A씨의 항소이유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무죄)'와 '양형부당(유죄)'이었다.

B법무법인은 2020년 5월 13일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일주일 후인 5월 20일 항소심의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해 항소이유 진술 등 변론을 진행했다. 6월 3일 증인신청서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7월 8일 출석한 증인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한 다음 그날 심리를 종결하면서, 선고기일을 8월 19일로 고지했다. 결심 공판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B법무법인 측에 그동안의 증거 수집과 증인신문 결과 등을 통해 밝혀진 사안을 정리한 '변론요지서' 제출을 요청했다. B법무법인은 작성한 '변론요지서'를 A씨에게는 교도소로 보냈으나, 정작 항소심 재판부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되자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B법무법인과 담당변호사였던 C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법무법인 측은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변소하면서도 항소심 변론진행의 잘못을 인정해 수임료 3,850만원을 모두 A씨에게 반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①피고들은 변론요지서를 작성하여 두고 원고에게 열람까지 하도록 하였으나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구속된 형사 피고인인 원고가 피고들에 대해 가지는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인 점, ②의뢰인의 형사사건 항소심 심리는 2020. 7. 8. 종결되었고 위 사건의 판결 선고기일은 2020. 8. 19.로 지정된바, 피고들이 이 사건 형사사건에서의 쟁점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번론요지서를 준비하여 제출할만한 충분한 기간이 주어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이 사건 형사사건 항소심에서는 증인의 증언, 남양주시청의 문서송부회신 등 새로운 증거들이 나타난바, 위 증거들이 형사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원고가 적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원고의 변호인인 피고들이 위 증거들에 관한 원고 측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의하면, 피고들이 형사사건에서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원고는 형사 항소심에서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등의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고, 피고들은 원고의 위 정신적 손해에 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원고는 항소이유서 미제출로 인한 방어권 침해도 문제 삼았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법인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한 이후 이 사건 형사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상 피고들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것에 관하여 피고들의 과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와 관련, "이 사건 형사사건 재판 당시 구속되어 있던 원고는, 피고들이 작성한 변론요지서를 구치소에서 열람하고 그것이 이 사건 형사사건 법원에 제출되었을 것이라고 신뢰하였으나 피고 법인 직원의 단순한 실수로 인해 변론요지서가 법원에 제출되지 아니한 점, 피고들이 수령한 수임료의 액수가 일반인에게는 비교적 거액인 점, 이 사건 형사사건을 통해 원고에게 징역 7년의 실형이 확정된바, 이 사건 형사사건의 결과에 따라 원고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가볍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이 사건 형사사건에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원고는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한편 ▲피고들이 피고 법인 직원의 착오로 변론요지서가 제출되지 못한 것에 관해서 원고에게 사과하고 이 형사사건 수임료 전액을 반환한 점, ▲피고들이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형사사건의 양형이 변경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들이 이 사건 형사사건의 상고심 변론을 무보수로 진행한 점, ▲원고의 자녀는 2021. 2. 8. '피고 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형사사건 수임료 전액을 반환받고, 이 사건 형사사건에서의 피고들의 변론 과오에 관하여 원만히 합의하였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작성한 점 등을 고려,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배상할 위자료의 액수를 2,000만원으로 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