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형사 항소심에서 실수로 '변론요지서' 미제출한 로펌, 의뢰인에 3천만원 배상 판결
[손배] 형사 항소심에서 실수로 '변론요지서' 미제출한 로펌, 의뢰인에 3천만원 배상 판결
  • 기사출고 2022.12.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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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1심과 똑같은 징역 7년 선고받아

사기 형사사건의 항소심 변호를 위임받은 로펌이 실수로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담당변호사와 함께 의뢰인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서영효 판사는 11월 7일 의뢰인 A씨가 "변론요지서 미제출로 인해 방어권을 침해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B(유한)법무법인과 담당변호사였던 C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가단3101)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A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법무법인 입장에선 수임료 전액 반환에 이어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물게 된 것이다.

A씨는 누범기간 중에 사기 등의 범행을 저질렀음을 이유로, 2020년 2월 춘천지법에서 징역 7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고, 자녀를 통해 그해 3월 13일경 B법무법인과 변호인 선임계약을 체결, 기간은 '항소심 선고시'까지로 약정했다. 수임료는 부가세 포함 3,850만원이었다. A씨의 항소이유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무죄)'와 '양형부당(유죄)'이었다.

B법무법인은 2020년 5월 13일 항소심인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일주일 후인 5월 20일 항소심의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해 항소이유 진술 등 변론을 진행했고, 6월 3일 증인신청서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7월 8일 출석한 증인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한 다음 그날 심리를 종결하면서, 선고기일을 8월 19일로 고지했다. 결심 공판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B법무법인 측에 그동안의 증거 수집과 증인신문 결과 등을 통해 밝혀진 사안을 정리한 '변론요지서' 제출을 요청했으나, B법무법인은 작성한 '변론요지서'를 A씨에게는 교도소로 보냈음에도 정작 항소심 재판부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A씨는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어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되자 항소이유서와 변론이유서 미제출로 방어권 침해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B법무법인과 담당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법무법인 측은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변소하면서도 항소심 변론진행의 잘못을 인정해 수임료 3,850만원을 모두 A씨에게 반환했다.

서 판사는 '항소이유서 미제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 판사는 "형사소송에서 항소심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근본 이유는, 항소심의 심판범위를 한정 · 특정하기 위한 것인데, 이 사건에 돌아와 살피건대, 원고는 스스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서 항소이유를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특정함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위 사유로 확정되었다"고 지적하고, "피고 법인이 별도로 항소이유서를 제출한다손 치더라도,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달라지지 않고, 더욱이 이 사건에서 항소이유를 위 세 가지 사유 외에 더 보태어 추가로 주장할 만한 항소이유도 찾기 어려워 그렇다면 피고 법인이 항소이유에 관한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한 이상, 이로써 항소이유에 관한 준비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피고 법인이 항소이유서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항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 등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서 판사는 그러나 '변론요지서 미제출'로 인한 방어권 침해 등은 인정했다. 서 판사는 "피고 법인은 법률전문가이자 원고와 체결한 선임약정에 따라 형사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성실히, 그리고 형사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의 조치로 변호활동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피고 법인이 항소이유에 대한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문서송부촉탁 및 증인 신청 등 추가 증거수집 절차를 수월하게 진행하였다손 치더라도, 위와 같이 항소심에서 새로이 이루어진 증거수집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다시 보충하거나 이를 명확히 함으로써 항소이유의 유무에 관하여 정확히 판단받을 수 있도록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조력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피고 법인 측의 변호활동 소홀로 인하여 원고가 항소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항소심 재판부가 항소심 심리를 종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제출하도록 권유한 '변론요지서'를 법원에 전혀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형사사건의 승패결과(유리한 양형 포함)와는 무관하게, 형사 피고인이었던 원고로서는 항소심에서 실질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 당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피고 법인은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7. 5. 28. 선고 97다1822 판결의 취지 참조)"고 밝혔다.

서 판사는 C변호사에 대해서도, "C는 피고 법인의 소속 변호사 겸 항소심 사건의 담당변호사로서 당해 사건의 의뢰인인 원고를 위하여 성실하게 소송사무를 수행함은 물론 그 외에도 원고로 하여금 실질적인 변호인 조력권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겨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태만히 한 것은 피고 자신의 과실이므로, C는 피고 법인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며 "원고에 대한 피고들의 책임은 부진정연대책임"이라고 밝혔다.

서 판사는 특히 "우리 형사소송법은 항소심의 구조에 관하여 사후심 겸 속심 제도를 취하고 있다. 항소심은 앞서 보았듯이 항소인이 내세운 항소이유에 한정하여 심판할 수밖에 없으나, 그렇다고 하여 직권심리가 금지되는 것도 아니고, 항소심에서는 당사자가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않은 사유라도 파기 사유가 존재할 경우에는 직권으로 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는 사실관계의 정확한 규명 외에도, 항소심 재판부로 하여금 적정하고 균형 있는 양형을 하도록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를 최대한 수집하여 제출하고 검찰의 양형의견이나 제1심 법원의 양형 판단을 탄핵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