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조이야기로스쿨 졸업 미국서도 상류층 올라가는 지름길
미국 법조이야기로스쿨 졸업 미국서도 상류층 올라가는 지름길
  • 기사출고 2008.02.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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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누가 법조인이 되는가?'사회과학 전공 백인 프로테스탄트'가 로스쿨 주류대규모 로펌은 프로테스탄트, 정부는 카톨릭 많아
리걸타임즈는 이번호부터 시애틀 총영사관의 유복근 영사가 기고하는 미국법조이야기를 연재한다. 유 영사에 따르면, 전미국법률취업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Law Placement, NALP)는 지난 2000년 로스쿨을 졸업한 후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초임 변호사 500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해 '로스쿨 졸업 후 초임변호사 진로현황조사보고서'(After the JD, 약칭 AJD)를 냈다. 유 영사는 이 글을 쓰는데 AJD보고서를 많이 참조했다고 한다. 특별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자료는 이 보고서가 출처임을 밝힌다.-편집자

◇미 연방대법원 전경
전미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ABA)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는 약 200개(전미변호사협회에서 인정한 로스쿨은 190개)에 달하는 로스쿨에서 매년 4만3000명 가량의 신규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으며, 이들 중 97% 가량이 로펌에 입사하거나 변호사로 개업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백만 명 가량의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300명 당 한 명이 변호사라고 할 정도로 변호사들의 숫자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로스쿨 지원자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비교적 계층간 이동이 자유로운 미국에서 조차 로스쿨 졸업은 신분상승(upward mobility)의 가장 중요한 경로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에서 누가 로스쿨에 진학하고 있는가? 최근 조사된 AJD조사 통계를 중심으로 로스쿨 진학자들의 집단적 특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조사 대상 법조인들의 인종별 비율을 보면, 전체적으로 미국내 인종별 구성비율과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로스쿨 입학사정단계에서부터 각 학교의 입학담당관들이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등을 활용하고, 로스쿨 입학생들의 인종별 구성비율이 전체적인 미국 내 인구구성비율과 조화될 수 있도록 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수인종선 아시아인 가장 많아

구체적으로 로스쿨 입학생 중 백인의 비율이 79.1%로, 백인이 미국 내 주요 인종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및 인디언 등의 숫자에 비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백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 법학교육은 주로 백인 엘리트 및 화이트칼라를 양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년제 정규대학 과정의 교육이 필요하고, 매년 10만불 가량의 로스쿨 재학비용을 감당해 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국 내 사회 · 경제적 배경을 가진 백인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백인에 비해 비백인의 비율은 17%이며, 소수인종 중에서는 아시안이 가장 높은 비중(6.5%)을 차지한다. 특히 아시안의 경우에는 전체 인구 중 비율이 3.6%임에도 불구하고 법조직에서는 6.5%나 대표되고 있는 것은 아시안 커뮤니티의 높은 교육열, 미국내 주류사회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의지 등이 결합되어 흑인 및 히스패닉과 같은 다른 소수계에 비해 법조직 진출이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 흑인이 5.6%, 남미계인 히스패닉이 3.7%, 기타 3.0%, 그리고 인디언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남녀 간 비율은 남성이 53.8%, 여성이 46.2%로 거의 비슷한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1954년 하버드 로스쿨이 여성에게 최초로 입학을 허용한 이후 70년대부터 법조직에 입문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남성대 여성 재학생의 비율이 거의 50 : 50에 접근하고 있다.

신규법조인 12%가 법조인 자녀

미국에서도 법학교육은 여전히 특권층을 위한 교육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로스쿨 입학생들의 사회 · 경제적 배경, 최상위권 로스쿨 재학생들의 상대적 배경 등을 통해서 볼 때 잘 나타난다.

우선, 신규 법조인 부모들의 학력을 통해서 살펴보자. 조사에 의하면, 법조인들의 63% 이상이 아버지가 대졸이며, 엄마의 51%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이는 전체 미국의 대졸자 비율이 15.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해 볼 때 전국 기준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법조인들의 아버지 중 69%가 관리직 또는 전문직업을 갖고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이 중에서 12%가 법조인 자녀들로 법조인이라는 사회 · 경제적 배경이 대물림되고 있으며, 36%는 최소한 1명 이상의 법조인을 친척으로 두고 있다.

한편,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하여 계층 간 이동이 활발한 미국에서도 법조직은 상위권 계층으로 신분이동을 촉발시키는 신분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조사대상 법조인들 중 21%는 부(父)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15%는 부가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고 소득이 낮은 블루칼라 출신이라는 데서 알 수 있다.

또한 조사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은 동부 명문 아이비 로스쿨일수록 상대적으로 특권층 자녀를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마다 재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차이가 많이 난다. 경쟁이 심하고 입학이 어려운 최상위권 로스쿨일수록 미국내 상대적 특권층을 교육시키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위권 로스쿨일수록 상대적으로 비특권층 자제들이 입학하고 있다.

프로테스탄트, 카톨릭, 유대교 순

조사대상 법조인들 중 프로테스탄트의 비중이 제일 높다. 이는 토끄빌이 간파한 바와 같이 법조인들이 미국을 이끌어 가는 사회 · 경제적 엘리트이고, 미국 내 주류 엘리트가 백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다. 법조인들 중 프로테스탄트의 비중은 30%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카톨릭이 27%, 유태교가 7%, 그리고 무종교의 비율이 23%를 차지한다.

과거 미국 법조인들의 종교와 개업분야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종교적 배경이 인종 및 사회적 계급의 대리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프로테스탄트 출신들은 주로 뉴욕, 워싱턴 D.C. 등 대도시 대규모 로펌에 입사하여 높은 소득수준을 누리고 기업법률 분야를 장악, 사회 ·경제적 특권을 누리며, 카톨릭은 대규모 로펌 행보다는 주로 정부쪽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법조인들의 종교적 배경과 업무분야간의 상관관계는 많이 약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톨릭 배경을 가진 종교인들은 여전히 정부 부문에서 과잉대표되고 있으며, 프로테스탄트는 주로 기업관계 법률업무를 처리하는 대도시 대형 로펌에서 일하거나, 고소득을 누리는 법률직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인들이 로스쿨 진학 전에 택한 가장 일반적인 학부전공은 사회과학(31.7%)이다. 사회과학의 범주에는 보통 경제학, 정치학, 행정학, 사회학 등이 포함된다. 다음은 인문학 전공이 21.1%이다. 그리고 경영학이 14.5%이다. 경영학의 경우, 미국내에서 학부과정에 경영학을 개설하지 않고 있는 대학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학이 4.3%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최상위권 대학의 자연과학 전공자들 상당수가 의과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을 감안하면, 4.3%는 합리적인 진학비율이라고 생각된다.

절반이 사회 경험 거쳐 입학

대학생들이 로스쿨에 진학하는 시점은 학부 졸업 후 바로 진학하는 비율이 38%이며, 가장 많은 숫자인 54%가 학부 졸업 후 약간의 사회생활 또는 봉사경력을 쌓은 후 3년내에 로스쿨에 진학하고 있다. 연령은 절반 이상이 27세 이하이며, 30세 이상의 고령도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의 학부재학시 학업 성취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전체 조사대상 법조인들 중 40% 이상이 학부 재학시 최상위권 10% 이상에 든 학생들이며, 75% 이상이 상위 25% 이내에 든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유복근 영사(시애틀 총영사관, pkyuh95@gmail.com)

◇유 영사는 한국외대 정외과를 나와 제29회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했다.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하버드 로스쿨에서 세법을 전공, LL.M.을 딴데 이어 하버드 로스쿨 국제조세과정(ITP)과 하버드대 J.F.케네디 행정대학원을 졸업(MPA)했다. 외교통상부 공보관실, 통상교섭본부 경제협력과, 조약국 조약과, 국제법규과 등을 거쳐 2006년 8월부터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의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 총영사관에서 경제 · 통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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