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인근에 30층 아파트 들어서 일조권 침해…주택 시가하락액의 70% 배상하라"
[손배] "인근에 30층 아파트 들어서 일조권 침해…주택 시가하락액의 70%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2.06.0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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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위자료 150만~100만원도 인정

대구 수성구에 30층 아파트가 신축되어 일조권이 침해된 인근 아파트와 주택, 다세대주택의 소유자 14명이 30층 아파트를 신축한 건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아파트 등의 시가하락액의 70%와 위자료를 배상받게 됐다.

대구지법 민사13부(재판장 엄성환 부장판사)는 5월 16일 일조권 피해를 주장하는 대구 수성구에 있는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의 소유자 14명이 자신들 거주지의 남쪽에 지상 30층, 지하 1층 규모의 아파트 9개동, 750세대를 신축한 A건설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1가합202556)에서 원고 14명 중 10명에게는 일조권 침해로 인한 시가하락액의 70%를, A사 아파트의 신축사업이 승인되어 고시된 이후에 해당 주택 등의 소유권 내지 지분권을 취득한 나머지 4명에게는 시가하락액의 50%를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일조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 지급도 요구한 8명 중 7명에게는 1인당 150만원, 일조권 침해를 유발한 아파트의 신축공사 착공일 이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1명에 대해서는 100만원의 위자료를 추가로 인정했다.

A사는 2019년 9월경 문제의 아파트 신축공사를 시작하여 2021년 3월 31일경 골조공사를 완료했다.

재판부는 먼저 "토지의 소유자 등이 종전부터 향유하던 일조이익이 객관적인 생활이익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그 인근에서 건물이나 구조물 등이 신축됨으로 인하여 햇빛이 차단되어 생기는 그늘, 즉 일영이 증가함으로써 해당 토지에서 종래 향유하던 일조량이 감소하는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그 일조방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법적 성질,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 소유자의 수인한도를 넘게 되면 그 건축행위는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된다(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30층 아파트를 건축한 건설회사가 이로 인해 일조권 피해를 입은 인근 아파트와 주택, 다세대주택의 소유자들에게 시가하락액의 70%와 위자료를 물어주게 되었다. ⓒShutterstock
◇30층 아파트를 건축한 건설회사가 이로 인해 일조권 피해를 입은 인근 아파트와 주택, 다세대주택의 소유자들에게 시가하락액의 70%와 위자료를 물어주게 되었다. ⓒShutterstock

이어 수인한도의 기준과 관련, "우리나라 국토의 특수성과 협소성, 대도시 인구의 과밀화 및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건물의 고층화 경향,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 높이 제한에 관한 건축 관계법령상의 규정 등을 고려할 때, 동짓날을 기준으로 8시부터 16시까지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이하 '총 일조시간'이라고 한다)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9시부터 15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이하 '연속 일조시간'이라고 한다)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일단 수인한도를 넘지 아니하는 것으로, 위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일조방해의 경우에는 일단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 소유의 주택 또는 세대는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 전에는 거실, 안방 등으로 구분된 공간 모두 또는 일부에서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이거나 연속 일조시간 2시간 이상이 확보되고 있었으므로 일조권에 관하여 보호받을 만한 충분한 생활이익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원고들은 아파트 건물의 신축 후에는 각 일조시간이 감소하여 총 일조시간이 4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연속 일조시간도 2시간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며 "이 사건 아파트가 신축된 것을 제외하면 원고들 소유의 주택 또는 세대 주변의 건물 상황에 큰 변화가 없었으므로, 원고들의 일조방해 손해는 오로지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그 소유자의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 방해를 받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신축으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발생한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함에 있어 공법적 규제를 모두 준수하였고, 일조방해를 회피하고자 신축 초기부터 원고들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에 대하여 수인한도를 초과한 일조방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법적 규제에 의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일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조이익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관계 법령의 요건을 충족하여 적법하게 건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을 부정할 수 없고, 기존에 살던 그 지역 주민들인 원고들의 일조권을 무제한으로 침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앞서 살펴 본 최소한의 일조시간 기준은 존중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모두 피고의 책임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가 책임을 면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는 또 아파트 신축공사에 관하여 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일인 2019. 1. 21. 또는 신축공사 착공일인 2019. 9.경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 인근 주택 또는 개별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 4명에 대하여는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 골조공사가 완료된 시점에 일조방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확정된다고 할 것인데,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 4명의 소유권 취득 시점이 피고 주택의 골조공사 완료일인 2021. 3. 31. 이전임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원고들은 여전히 피고에 대하여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 주장과 같은 사유는 위 원고들에 대한 책임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참작될 뿐이고, 그로 인하여 피고가 책임을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중 한 명의 소유 건물 2층 부분에 대하여 창별 면적가중평균을 적용한 일조시간은, 이 사건 아파트 신축 이전에는 총 일조시간과 연속 일조시간이 모두 23분에 불과하여 이미 총 일조시간 4시간 및 연속 일조시간 2시간 이상이 확보되지 아니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상태에 있었던 점을 알 수 있다"며 이 원고 소유의 건물 2층 부분에 대하여는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원고들이 일조권 침해로 인하여 입은 재산상 손해는 일조방해로 인한 원고들 소유의 주택이나 개별 세대의 시가하락액 상당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다만, "원칙적으로 토지 소유자는 소유권의 범위 내에서 소유 토지를 자유롭게 사용 · 수익 ·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소유권은 가능한 한 보호되어야 하며, 사유재산권의 보호와 환경이익의 보호는 모두 상호 간에 합리적인 조화를 필요로 하는 중요한 가치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의 책임을 70% 또는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더구나 도시지역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일조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는 곤란하고, 피고가 아파트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건축법 등 관계법령을 위반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책임 제한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 사건 아파트는 원고들이 소유한 주택 또는 아파트에 인접한 제2종 일반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위 지역은 아파트의 신축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이 사건 아파트의 골조공사가 완료된 시점인 2021. 3. 31.보다 수년 전에 이미 지상 30층 규모의 이 사건 아파트 신축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 사실이 일반에 공개되었다는 사정도 들었다.

법무법인 로고스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