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elCell, 구제금융 지원 관련 위법 여부 밝혀라"
"FuelCell, 구제금융 지원 관련 위법 여부 밝혀라"
  • 기사출고 2020.09.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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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너지, 퓨얼셀 국제중재 제기에 미 법원 제소로 반격

미 정부로부터 650만 달러의 코로나19 구제금융(bailout)을 지원받은 미국의 연료전지 제조사, 퓨얼셀 에너지(FuelCell Energy)에 대해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시작된 데 이어 증권법 위반 여부 등을 가려달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8월 28일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연료전지 기술의 아시아 지역 독점판매와 관련해 협력관계에 있었던 한국의 포스코에너지가 제기한 것이어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FuelCell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에너지는 델라웨어 법원에 낸 소장에서, FuelCell이 코로나 팬데믹 동안 소규모 기업(small businesses)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재무현황을 허위로 표기하고, 미 증권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델라웨어 주법에 따르면, 주주에게는 경영진의 잘못이나 부정행위가 의심될 경우 이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권한(inspection rights)이 인정된다. 포스코에너지는 FuelCell의 지분 5.6%를 가지고 있다.

◇한국퓨얼셀의 포항 연료전지 제조공장 전경
◇한국퓨얼셀의 포항 연료전지 제조공장 전경

포스코에너지가 FuelCell의 주주이긴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정이 좋지 않은 FuelCell을 상대로 이러한 소송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가깝게는 지난 6월 FuelCell이 포스코에너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금액 2,400억원 상당의 국제중재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FuelCell의 국제중재 제기에 대한 일종의 반격으로 볼 수 있는데 포스코에너지의 델라웨어 법원 제소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FuelCell은 ICC에 포스코에너지가 기술 라이선스계약을 위반했다며 라이선스계약을 해지하고 포스코에너지와 그 자회사를 상대로 2억 달러, 우리돈 약 24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FuelCell의 주장에 따르면, FuelCell은 'SureSource'로 불리는 연료전지 기술의 아시아 지역 독점판매권을 로열티 3%를 받기로 하고 포스코에너지에게 제공했는데, 포스코에너지가 2015년 이후 계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FuelCell은 특히 지난해 11월 포스코에너지가 자회사를 설립해 연료전지사업을 분사하는 데 반대했으며,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사업 분사가 라이선스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GAR(Global Arbitration Review)가 보도했다.

이와함께 FuelCell의 포스코에너지에 대한 국제중재는 한 제3당사자 기금(third-party funder)과 연계되어 이 기금의 재정적인 지원 아래 수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3당사자 기금의 지원이 없으면 변호사비용 등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국제중재를 내는 것도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포스코에너지가 FuelCell의 주주의 지위에서 델라웨어 법원에 낸, FuelCell이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위법행위 등은 없었는지 명쾌하게 밝히라는 취지의 이번 소송엔 FuelCell을 간접 압박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국제중재 등 국제분쟁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 팬데믹에 사정이 어려워진 미 기업들이 손해배상 등을 노리고 한국기업 등을 상대로 무리하게 기획소송을 남발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FuelCell이 포스코에너지를 상대로 낸 ICC 중재는 미국 로펌 Wiley Rein이 FuelCell을, 포스코에너지 측은 서울에도 사무소가 있는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와 김앤장이 대리하고 있다. 아놀드앤포터는 포스코에너지가 델라웨어 법원에 낸 소송에서도 포스코에너지를 대리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홈페이지에서 "연료전지의 원천기술 확보와 상용기술 개발,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2007년부터 연구개발 및 투자를 진행해왔으며, 연료전지 설치 및 시공부터 핵심 기술인 셀(Cell)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하여 100% 국산화를 이뤘다"고 소개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사업부분은 2019년 11월 한국퓨얼셀주식회사로 분할 독립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