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설립부터 분쟁해결까지'
'회사 설립부터 분쟁해결까지'
  • 기사출고 2018.05.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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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미미 변호사들이 전하는
중동 진출 법률가이드 총정리

한국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꿈꾸는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 어디일까. 동남아와 중국 등 여러 지역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UAE 등 중동시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코트라 홈페이지의 중동 쪽을 검색해보면 업종별로 추진되는 사절단 모집 공고가 수시로 올라오고, 중동 현지에서도 한국기업의 잇따른 계약 성사 소식이 연이어 타전되고 있다.

MOU만 40개 추진

최근 한국을 찾은 중동 로펌 알타미미(Al Tamimi & Company)의 이종은 변호사는 "투자 등에 관해 문의하는 한국기업이 얼마 전부터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추진 중인 영화관에 장비를 보내겠다며 관련 절차 등에 대해 물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석유시대 이후를 대비해 원전 건설 등 인프라 확보와 경제개혁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인 중동 현지의 수요도 한국기업들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 알타미미의 또 다른 변호사는 빈살만 왕세자가 경제 개방 등 개혁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의 경우 한국기업과 추진 중인 MOU가 40개 정도에 이른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국기업의 중동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대표 로펌 알타미미의 변호사들이 한국을 찾았다. 4월 24일 리걸타임즈와 대담을 갖고 회사 설립부터 분쟁해결까지 중동 진출에 관련된 다양한 법적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중동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대표 로펌 알타미미의 변호사들이 한국을 찾았다. 4월 24일 리걸타임즈와 대담을 갖고 회사 설립부터 분쟁해결까지 중동 진출에 관련된 다양한 법적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시장이 매력적일수록 위험도 도사리고 있고, 또 현지 사정을 몰라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이나 이익을 간과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리걸타임즈가 알타미미 변호사들을 그룹 인터뷰해 진출부터 분쟁해결까지 성공적인 중동 투자를 위한 법률가이드를 특집으로 정리했다. 그룹 인터뷰엔 알타미미의 Shipping & Logistics 팀장인 Omar Omar, 건설 및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분쟁 전문인 Naief Yahia, 사우디 전문가인 Meteb AlGhashayan, 알타미미의 중재팀장을 맡고 있는 Thomas Snider, 쿠웨이트의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력의 Philip Kotsis, 회사법 파트너인 Ahmed Jaafir와 알타미미 한국팀의 이종은, 하지원, 송형민 변호사가 참석했으며, 리걸타임즈의 김진원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모두 9명으로 팀을 꾸려 지난 4월 하순 방한한 알타미미 변호사들은 이번 방문기간 중 서울에서 중동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하는 한국회사들을 만나 중동 투자에 관한 워크숍, 세미나 등을 진행했다.

사회=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UAE를 방문해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했는데, 건설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한국기업들이 중동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중동 진출시 고려하고 조심해야 할 사항부터 설명을 부탁드린다.

한국 자문건 증가

Omar Omar=한국의 전자제품들이 상품 진열대의 최고 명품 진열대를 차지하고, 중동의 거리를 달리는 한국 자동차도 눈에 많이 보인다. 최근엔 헬스케어, ICT, 방산, 화장품 등의 사업진출이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의 주베일에 짓고 있는 합작조선소 프로젝트가 중동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우디 합작 조선소 건설엔 아람코, 바흐리, 램프럴, 현대중공업 등 4개 업체가 지분투자를 실시했는데, 현대중공업은 총 공사비의 약 10%인 7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그러나 사우디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대한 우선 수주권을 확보해 앞으로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한국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늘면서 이에 비례해 알타미미 기업구조팀의 한국 자문건도 증가하고 있다.

◇대담 참석자
◇대담 참석자

Meteb AlGhashayan=사우디 정부는 2016년 석유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다각화 및 공공 부문 개혁을 위하여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한국은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설립하고, 5개의 주요 협력 분야에 걸쳐 40개의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협력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우리 로펌에 법률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비전 2030'의 성공적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려 드리고 싶다. 최근 회사법, 파산법, 저당권법 등 외국인 투자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법률들을 개정하였고, UAE 등 인근 중동 국가들과 같이 경제자유구역(free zone)을 만들어 외국인 투자를 위한 유인책을 부여하고 있다. 또 그 동안 비효율적이라고 비판을 받아 온 법원도 리야드, 젯다 등 주요 도시에 상사법원을 설립하고, 법원 규칙을 개정하여 신속한 심리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종은=한국기업들은 일단 공부를 많이 해 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 현지에 와서 환경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부분은 미흡한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회사 설립이나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업구조 파악 등은 현지의 전문가들을 통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하듯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현지의 정부기관을 방문해 쉽게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자칫 첫 단추를 잘못 끼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동 국가들은 해외에서의 투자유치를 도모하기 위해 법률을 자주 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인터넷 검색이나 정부기관에의 간단한 문의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여기는 중동이고, 인터넷도 한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다. UAE, 사우디, 카타르, 오만 등 거의 모든 중동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법규를 개정하고 특수구역 조성에 나서고 있다.

Ahmed Jaafir=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동 국가에 법인을 설립할 때 으레 로컬 파트너를 필요로 하거나 더 나아가 로컬 파트너가 51%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오해를 하고 있는데 나라와 업종에 따라 폭넓은 예외가 적용되고 있다. 카타르법은 헬스케어, 교육, IT,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산업에 걸쳐 외국인이 100%까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예외 조항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러한 예외 조항을 모른 채 로컬 파트너와 법인을 설립하고 수년간 로컬 파트너에게 이익을 분배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로컬 파트너는 Silent Partner로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가사 로컬 파트너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이익 분배는 지분 구조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Sleeping Partner 찾기 쉬워

UAE도 현지법인을 설립할 때 현지의 로컬 파트너가 해당 법인의 51% 지분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파트너 즉, Sleeping Partner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서상으로는 로컬 파트너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99%까지 한국기업에게 이익 배당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점을 활용하면 사업경영과 배당에 대한 우려 등을 간단히 불식시킬 수 있는데, 한국기업들이 이런 점을 몰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3개월이면 설립이 가능한 회사였는데, 1년이 더 걸린 경우도 보았다.

하지원=각 나라별로 경제자유구역이 존재하고, 경제자유구역별로 매우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계획에 가장 적합한 국가, 지역 및 회사 구조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또 회사 설립을 위하여 로컬 파트너가 필요한 경우 로컬 파트너의 재무상태나 소송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정밀한 실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Meteb=한국기업의 한 로컬 파트너가 사망했는데, 자녀 등 상속인이 39명이 나 돼 무척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사우디에서 있었던 일로, 상속인들이 로컬 파트너의 지위를 상속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복잡했다.

급한 나머지 로컬 파트너에 대한 실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맺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실사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알타미미에선 실사에 관련된 자문을 제공한다.

Omar=한국기업들이 진정 격상된 중동 국가의 파트너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기업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지의 컨설턴트,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을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에 기인한 사업결정을 해야 한다. 과거에 해 온 것처럼 일반 직원들을 활용한 시장정세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왼쪽부터 Ahmed Jaafir 변호사, Meteb AlGhashayan 변호사, Naief Yahia 변호사
◇왼쪽부터 Ahmed Jaafir 변호사, Meteb AlGhashayan 변호사, Naief Yahia 변호사

Ahmed=전적으로 동감이다. 한국기업들은 단시간에 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지의 환경, 사정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확보해서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변호사와 면담을 한 후에야, "모르는 사항이 너무나 많았다"고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한국기업들은 아쉽게도 중동 진출과 관련해 외부로부터 전문적인 조언과 지원을 받는 것을 꺼리는 기업문화가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유럽과 미국기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와 상담하면서 현지의 상황에 맞게 진출구조와 전략을 짜다 보니 빠르고 신속한 진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종은=한 번은 정부 관청을 방문했다가 공무원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유명한 한국기업인데, 그 기업조차도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는 하위 파견 직원들을 관청에 보내 정보 파악에 나섰다가 시간만 허비하고 성과 없이 돌아갔다고 성토를 하는 것이었다.

Omar=애플, MS 등 미국, 유럽계 기업들은 중동에 진출하며 투자의 대가로 관련 법령에 실제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으나, 한국의 대기업들은 미국, 유럽계 기업들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인지도와 영향력에 비하여 정부 기관에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방산업체가 그런 경우였다. 로컬 스폰서 없이 정부랑 협상을 통해 충분히 얻어낼 수 있었는데, 한국기업들은 아직 수줍어하고 권리 주장을 제대로 못한다.

투자 인센티브 많아

중동 지역에 투자하고자 하는 한국기업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특히 독창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중동 각국에서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큰 회사이고, 상당한 영향력과 좋은 제품들을 가지고 있다. 진입 단계에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의 협상에 나선다면 법률을 뛰어넘는 예외 조건을 쉽게 따낼 수 있다.

사회=중동에선 최근 몇 년 사이에 파이낸싱을 동반한 Public Private Partnership(PPP) 즉, 민관합작투자사업이 발달하고, 투자자들에게도 선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PPP 형태의 사업이 많이 늘어나고 있나요?

Philip Kotsis=쿠웨이트와 두바이가 PPP법을 제정하여 PPP 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를 비롯한 많은 중동 국가들이 PPP법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쿠웨이트 PPP법의 특징 중 하나는 IPO에 의한 자금조달 방안을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PPP 총사업 비용이 KWD 60m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프로젝트 회사 지분의 50%에 해당하는 자금을 IPO 방식을 통해 쿠웨이트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해야 한다. 나머지 지분 50%는 PPP 사업을 추진하는 외국 기업과 쿠웨이트 정부가 가지게 되며, 외국 기업이 50% 전부를 취득할 수도 있다. 만약 총사업 비용이 KWD 60m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 기업이 프로젝트 회사의 지분 100%를 취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쿠웨이트 PPP법은 또 담보권 제도를 잘 정비하여 PPP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쿠웨이트에선 IPO로 자금 조달

사회=PPP 사업의 이점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종은=일반적으로 외국 기업이 중동에서 정부 발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로컬 에이전트를 통해 입찰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PPP 사업은 외국인 투자자가 굳이 로컬 에이전트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직접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수십년간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정유소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준공 이후에도 지분을 가지고 운영에 참여해 그에 따른 이익도 가져갈 수 있다. 한국기업들이 경영권을 가지고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장기간 향유할 수 있다. 쿠웨이트의 경우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100%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 쪽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 PPP 방식의 투자를 많이 권장한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재산들을 PF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PPP의 장점 중 하나인데, 프로젝트 회사의 토지, 플랜트, 기계에 대한 저당권, 동산 및 예금에 대한 담보권, 심지어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채권에 대해서도 양도계약 등을 통해 금융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한국기업들이 중동의 PPP 방식에 대해 많은 문의를 해오고 있는데, 한국기업들이 먼저 중동의 정부를 상대로 "당신들은 여기 다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다리를 이렇게 짓겠습니다"라고 먼저 프러포즈 하는 경우에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동에선 정부의 전문성 등이 아직 떨어지다 보니 투자자가 먼저 프로젝트를 구상해 가지고 오면 메리트를 주는 경우가 많다.

Philip=마루베니나 미추이 등 일본기업들은 쿠웨이트에서 PPP를 추진, 일본수출입은행인 제이빅(JBIC)의 금융 지원을 받아 굉장히 능동적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한국회사들은 한두 컨소시엄에서 백업도 못 받고 기회를 놓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유럽이나 미국기업에 비해 독점적인 기술력이나 제품을 가지고 있다.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사회=한국기업들이 PPP 프로젝트 등에의 참여가 확대되길 기대하지만, 한국의 많은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진행 중인 사업과 관련, 공사대금을 제때에 받지 못한다든가 손해배상 다툼 등 많은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Naief Yahia=공사대금 연체는 중동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분쟁 사례이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발주처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주저하는 측면이 강한데, 최소한 연체가 발생했을 때 발주처를 압박할 수 있는 장치를 계약서에 명확하게 확보해 놓아야 한다. 연체시에 적용할 수 있는 Suspension(중지) 또는 Termination(해지)에 관한 권리가 명확할수록 유리하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건설 관련 계약서에 영미법을 준거법으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로컬 소송으로 갈 경우 중동은 대륙법계 나라다. 그런 장치 안에서 대륙법에 근거한 중지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도 있겠다.

발주처 압박장치 확보해야

정부 발주의 경우에는 사실 협상의 여지가 없다. 중지권 자체가 불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지급이 되어야 한다는 지급조건과 시기(payment term and timing)를 상세히 명시해야만 연체 발생시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다. 연체에 대한 페널티로서의 지연이자 명시도 꼭 필요하다.

사회=UAE는 영미법과 대륙법이 공존한다고 들었다.

◇왼쪽부터 Omar Omar 변호사, Philip Kotsis 변호사, Thomas Snider 변호사
◇왼쪽부터 Omar Omar 변호사, Philip Kotsis 변호사, Thomas Snider 변호사

Naief=UAE는 연방법원(federal court)과 지방법원(local court)의 이원적인 구조로 되어 있고, 각각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두바이 내에 위치한 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DIFC)는 영미법(common law)을 모델로 한 독자적인 법률과 법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부다비에도 영미법의 법률과 법원을 보유한 금융자유지역인 Abu Dhabi Global Market(ADGM)이 생겼다.

사회=어떠한 준거법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 계약서에서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UAE 국내법이 적용될 수도 있나요?

Naief=UAE 민법 제28조는 적용 가능한 외국법의 존재를 입증하거나 그 의미를 확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UAE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UAE 법원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민법 제28조를 근거로 외국법의 적용을 거부하고 UAE법을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자 할 때에는 이에 부합하는 관할법원까지 지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한 경우에는 DIFC 법원 등을 관할법원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 Omar가 OW Bunker 도산절차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 두 곳을 대리해 글로벌 보험사와의 분쟁에서 사실상 승소한 케이스를 소개했다. 상대방인 보험사는 외국법의 적용을 고집했으나, UAE에서의 소송을 통해 일종의 측면공략을 해서 합의에 이른 사례다.

OW Bunker 사건 사실상 승소

2014년 11월 7일 선박용 연료 공급회사인 OW Bunker의 도산절차가 개시되면서 OW Bunker에 기름을 판 공급자들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에, 선주들은 누구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이해관계인들에 의한 소송이 싱가포르를 포함하여 OW Bunker의 사무소가 위치하거나 선박에 대한 가압류가 행하여진 거의 모든 법역에서 개시되었고, OW Bunker에 약 7억 달러를 대출한 유명 보험사에선 OW Bunker의 채권이 담보대상임을 주장했다.

회사의 설립과 청산 절차에 관한 특별법을 갖춘 두바이의 자유구역 중 한 곳인 DMCC에 위치한 OW Bunker의 두바이 사무소인 OW Bunker Middle East DMCC에 대해서도 도산절차가 개시되었다. 도산 관재인들은 이 보험사의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이렇게 되면 무담보채권자들에 대한 배당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일부 무담보채권자들을 대리한 알타미미의 변호사들은 UAE법에 따를 경우 대출계약 자체가 무효이므로 담보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재판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국 보험사는 알타미미의 고객들과의 합의를 통해 분쟁을 종결지었다. 알타미미가 대리한 무담보채권자들이 사실상 이긴 것이다. Omar는 "UAE 현지법을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이자 OW Bunker 사건에서 보험사와 합의한 첫 케이스"라며 "UAE 등 중동에선 그만큼 준거법과 관할법원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Naief=UAE는 일반 법원뿐만 아니라 DIFC 법원, ADGM 법원 등 특수 관할구역의 법원이 따로 존재하고, 중재만 하더라도 DIAC 중재, DIFC-LCIA 중재 등 여러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이렇듯 다양한 포럼 중에 어떠한 포럼을 선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각 포럼이 관할권을 가지는지, 각 포럼의 장단점은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UAE법이 아닌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한 경우에는 DIFC 법원이나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특허 기술에 관한 분쟁 등 재판의 비공개를 원하는 경우에는 DIFC 법원 대신 일반 법원이나 중재를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의 재산을 가압류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 법원 혹은 DIFC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할 것을 권한다. 대부분의 중재규칙이 중재판정부의 임시적 처분을 규정하고 있지만, 중재판정부가 내린 가압류 명령은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재판정은 뉴욕 협약을 체결한 많은 국가에서 집행이 가능한 반면 패소 상대방이 중재판정의 취소를 다툴 가능성이 있고, 법원 판결은 집행이 가능한 국가가 한정적인 대신 확정판결을 다시 다툴 수 없다는 장점을 가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중동 진출 건설사 등이 자주 접하게 되는 건설, 사회기반시설 등과 관련된 소송에서는 전문가증인 즉, Expert가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다. Expert의 이용과 관련하여 주의할 사항에 대해 말해 달라.

Naief=Expert는 건설뿐만 아니라 회계, 보험,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소송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UAE 법원은 Expert의 리포트를 단순 승인하여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Expert의 리포트는 소송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바른 Expert가 선임될 수 있도록 법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또 법원에서 임명된 Expert가 아닌 Independent Expert를 선제적으로 기용해서 expert report를 만들어 놓는 경우 소송 중에 임명된 Expert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있어서 그 Expert를 이해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한국기업들에게 알리고 싶다.

DIFC 법원, 건설분쟁 전문성 강화

건설계약을 맺을 때 분쟁해결 수단과 관할도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최근 DIFC 법원은 Technology and Construction Division을 설립하고 전문성을 갖춘 판사 등을 영입하여 건설분쟁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했다. Expert의 수준도 상당히 향상되고 있다. 분쟁해결의 허브가 되고자 하는 두바이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DIFC의 Technology and Construction Division을 통해 건설 분쟁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왼쪽부터 이종은 변호사, 송형민 변호사, 하지원 변호사
◇왼쪽부터 이종은 변호사, 송형민 변호사, 하지원 변호사

송형민=새로운 분쟁해결 기관이 생기고, 절차를 개선하는 등 중동시장이 많이 변하고 있으나 한국기업들이 여전히 종전 방식을 답습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한국기업들은 전에 써 왔던 계약서의 일부 내용만 조금 고쳐서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달라지는 중동시장에서 변화의 이익을 누릴 수 없다. 중동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사회=사우디는 소송 제기시부터 판결 선고시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Meteb=사우디에서는 일반 법원뿐만 아니라 Board of Grievance라는 일종의 행정법원에서도 상사분쟁을 처리한다. 어느 법원이 상사 분쟁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는가를 놓고 다툼이 빈번하였는데, 이것이 소송절차를 지연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가 2017년 9월 리야드, 젯다, 담맘에 상사법원(commercial court)를 개설,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또한 2018년 2월 발령된 상사법원 규정은 소 제기일로부터 20일 이내에 1차 변론을 열도록 하고, 변론 회수를 3회로 제한하는 등 소송의 신속한 진행을 위한 규정들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

신속한 진행 규정 여럿 마련

사회=외국 판결의 국내 집행도 집행법 분야에선 커다란 이슈 중 하나다. 사우디는 어떤가요?

Thomas Snider=외국 판결의 국내 집행을 위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국가에서 내려진 판결일 것, 사우디 법원이 당해 사건에 대한 관할을 가지지 아니할 것, 외국에서 소송이 제기되기 이전에 사우디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을 것, 외국 판결이 샤리아(Sharia) 법에 위반되지 아니할 것 등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한다. 사우디가 판결의 상호집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회=중동에 진출한 기업들 사이에 중재가 분쟁해결 수단 중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동지역에는 어떤 중재기관들이 있나요?

Thomas=GCC(걸프협력회의) 지역에는 DIFC-LCIA나 ICC 중재와 같은 국제적 중재기관에 의한 중재뿐만 아니라 수많은 로컬 중재기관들이 존재하고 있다. 많은 로컬 중재기관들은 선진적인 중재규정을 채택하고 있으며 대체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중재판정이 내려지고 있다. 다만, 일부 중재기관의 중재의 경우 불합리한 중재판정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로컬 중재기관이 분쟁해결기관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경우에는 그 중재기관에 대한 현지의 평판도 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Saudi Center for Commercial Arbitration(SCCA)가 최근 중동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재기관 중 하나로, 한국기업들도 주시해야 할 분쟁센터로 꼽을 수 있겠다. 이러한 중재센터의 탄생은 사우디 정부의 외국기업을 위한 환경개선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향후 몇 년 사이에 큰 성장이 기대된다.

사회=외국 중재판정의 국내 집행 허용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입장은 어떤가?

Thomas=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뉴욕 컨벤션에 가입하였고, 이란과 이집트를 제외한 중동 국가들은 리야드 협약국이다. 따라서 협약에서 정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외국 중재판정의 국내 집행이 허용된다. 다만, 일부 국가에선 공공정책적 이유를 들어 법원이 중재판정의 승인 단계에서 사실상 본안에 관한 재심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3개월 만에 집행 승인

Meteb=사우디 법원도 최근 외국 중재판정의 국내 집행을 승인함으로써 중재 친화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중재판정은 런던에서 이루어진 ICC 중재판정이었는데, 사우디 법원은 불과 3개월 만에 그 집행을 승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Thomas=한 가지 추가할 사항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기 이전에 반드시 중재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법은 사우디에 소재한 부동산에 관련된 분쟁은 사우디의 일반 법원에서 관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 법원이 부동산 분쟁에 관한 배타적 관할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높은데, 사우디 법원이 분쟁에 관한 배타적 관할을 가진다면 해당 분쟁에 관한 중재판정은 그 집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

사회=한국과 여러 중동 국가들 사이에 양자간 투자협정(BIT)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한국기업들이 BIT에 기한 중재를 고려하는 방법도 있겠다.

Thomas=BIT에서는 복수의 중재절차를 두어 당사자가 이를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이며, 그 외에 UNCITRAL 중재가 이용되기도 한다. 한국기업들은 투자유치국과 체결한 계약에서 중재에 의한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BIT의 umbrella clause에 따라 BIT에 기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BIT 중재의 중재판정은 일반적인 중재판정에 비하여 이를 무효화시키는 사유가 제한적이므로 다른 중재판정에 비하여 집행이 더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 동안 BIT에 기한 중재에 소극적이던 한국기업들도 최근 들어 BIT에 기한 중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리=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