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1㎜ 글씨로 동의받고 개인정보 판 홈플러스, 피해자에 배상하라"
[손배] "1㎜ 글씨로 동의받고 개인정보 판 홈플러스, 피해자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7.09.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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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원]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1인당 위자료 5만∼12만원 지급하라"
경품행사를 통해 입수한 개인정보 약 600만건을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에 판매하고 패밀리 멤버십 카드(FMC) 회원의 개인정보 약 1800만건을 이 보험사들에 제공한 홈플러스에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4월 대법원이 홈플러스와 임직원 등에게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공정위의 홈플러스에 대한 시정명령과 4억 3500만원의 과징금 납부명령도 정당하다고 판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민사소송에서 배상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 사건은 특히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수집 및 제3자 제공에 관한 내용을 경품행사 응모권에 약 1㎜의 작은 크기로 기재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2부(재판장 우관제 부장판사)는 8월 31일 강 모씨 등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고객 426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1847)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5만∼12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품행사에 응모하고, FMC 회원에 가입했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에게 1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경품에만 응모한 피해자에게는 10만원, FMC 회원으로만 가입한 피해자에게는 5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응모권 뒷면에 기재된 동의 관련 사항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 내용을 읽기가 쉽지 않아 원고들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응모권을 작성하거나 응모화면에 입력을 하면서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행위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에는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하여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개인정보 보호법 22조 1항에 위배되고,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은폐하고 광고하여 표시광고법 3조 1항 2호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품행사의 응모권에 따라서는 경품추첨 사실을 알리는 데 필요한 개인정보와 관련 없는 '응모자의 성별, 자녀 수, 동거 여부' 등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정보와 심지어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식별정보까지 수집하면서 이에 관한 동의를 하지 않을 때에는 응모가 되지 아니 하거나 경품 추첨에서 제외된다고 고지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에 그쳐야 하고 이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는 개인정보 보호법 16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통해 수집한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유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고, 경품행사 광고와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원고들을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행사와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한 점 ▲홈플러스가 이러한 행위를 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제반 의무를 위반한 점 ▲홈플러스가 수집한 개인정보에는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정보나 고유식별정보 등도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개인정보 보호법 59조 1호를 위반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하였다"고 지적하고, "결국 피고의 행위는 경품행사에 참가한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FMC 회원에 가입했으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들에 대한 불법행위와 관련해서도,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은 단순한 수탁자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독자적인 이익과 업무 처리를 위하여 피고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FMC 회원, 사전필터링 인정'란에 표시된 원고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사전필터링을 위해 보험회사들에게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이전해준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17조 1항 또는 정보통신망법 24조의2에 위배되고, 이로써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에 따라 인정할 수 있고, 피고도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히고, "피고는 피고의 개인정보보호법,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경품행사에 참가하여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게 제공된 원고들, 사전필터링으로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게 제공된 원고들, 양자 모두에 해당하는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차등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1인당 12만~5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무법인 상록과 법무법인 다일, 법무법인 평정, 서치원 변호사가 원고들을, 홈플러스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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