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대법관의 사법관
민일영 대법관의 사법관
  • 기사출고 2009.11.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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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 찬성, 흉악범 얼굴 공개엔 반대 "국가보안법 존속해야…상고제한제 부활 필요"
민일영 대법관이 9월17일 취임식을 갖고, 6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민일영 대법관이 9월17일 대법...
그는 신영철 대법관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임명된 대법관으로,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 의원들의 혹독한 질문공세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 등 사법제도의 주요 쟁점에 대해 조목조목 평소의 소신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26년간 법관 근무

대법관으로 취임한 지금 초점은 이제 26년간 법관으로 근무한 그의 사법관(司法觀)에 모아지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설파하신 대로 '송사를 처리함에 있어 근본은 성의를 다하는 데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하면서, 열과 성을 다하여 재판에 임하려고 한다"고 대법관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또 "특정한 이념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법관에게 부여된 지상명제인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회청문회 기록을 통해 주요 사법제도에 대한 그의 견해를 요약, 소개한다.

◇대법관 국회 선출 반대=대법관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와 관련, 대법관을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고 대통령의 임명권한은 형식적으로만 남겨 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 대법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쟁에 휘말릴 수 있어"

만일 대법관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한다고 할 경우 대법원이 자칫 정쟁의 장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게 민 대법관의 의견. 그는 대법관의 국회 선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사형제 폐지=민 대법관은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제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형제도가 갖는 비인간성을 지적하고, 오판의 가능성 때문에 더더욱 사형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답변에서 "얼마 전 인혁당사건의 피고인들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후에 무죄가 선고됐다"며, "만일 그 당시 종신형 제도가 있어서 인혁당사건의 피고인들이 그냥 있었다면, 목숨이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인혁당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가치관과 대법관으로서의 업무 수행은 별개라는 게 민 대법관의 입장. 민 대법관은 "가능하면 사형판결은 자제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형판결, 이것은 진짜 누가 봐도 명백하게 사형선고를 해야 된다면, 사형선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흉악범 얼굴 공개=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우리 헌법상의 기본원리가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관철하려면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무죄추정 양보할 수 없어"

국민의 알권리와 충돌하는 면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기본적으로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은 결코 양보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닌 것으로 안다. 형이 확정되기 까지는 함부로 공개할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공개를 했다가 그 사람이 정말로 무죄를 선고받으면 그 침해에 대해서 프라이버시는 보상받을 길이 없을 것이다.

마치 사형집행을 했다가 오판이 밝혀지면, 더 이상 구제할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우리 형사소송 절차에 있어 보장돼 있는 또 헌법상에도 보장돼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려면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하더라도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낙태죄=태아도 생명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낙태를 함부로 허용할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낙태가 그렇게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결국은 모자보건법에서 상당한 범위를 정해서 허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범위가 과연 광범위한 것인지 아니면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좁은 것인지는 좀 더 연구를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거기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다.

◇국가보안법 존폐=기본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의 국가보안법은 존속해야 된다. 다만, 이제까지 과거에 우리 예가 국가보안법이 남용이 되어 가지고 이래서는 안 되는데 싶은 부끄러운 일들도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국가보안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그것이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적용을 해야 된다.

◇상고제한제도=상고제한제도를 도입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상황에 대법원에서의 업무처리로는 대법원이 원래 지향해야 할 법률심이나 정책법원의 역할을 도저히 할 수 없다.

"사면 신중 기해야"

적어도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의 기능을 해 가지고 우리 사회에 우리 국민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또 사회통합적인 결정을 하고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 대법원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그런 기능을 하려면 지금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싶다. 상고제한제도를 다시 부활시켜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사면권 논란=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면이라는 게 확정된 형사판결의 효력을 다 완전히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맞다. 만일 무슨 연례행사로 무슨 기념일만 생기면 사면을 한다든지 하면 결국 우리 법치질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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