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조인들 ICC서 더 많이 활약했으면"
"한국 법조인들 ICC서 더 많이 활약했으면"
  • 기사출고 2009.04.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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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인 최초 ICC소장 당선된 송상현 재판관"더 많은 회원국 확보 노력…유엔 등과 긴밀한 협조"
"우리 정부와 국민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국제형사재판소(ICC) 상고심 재판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송상현 전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지난 3월 11일 ICC 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인의 국제상설재판소 소장 선출은 사법 사상 최초의 일로, 국가적인 경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쁜 일정에 짬을 내 한국에 들른 그를 만나 ICC 소장에 당선된 소감과 포부를 들어 보았다. 그는 "외교통상부와 뉴욕, 헤이그의 우리 공관 및 법무부 등 정부 부처와 대법원 관계자 등 여러 분이 힘을 보태 주었다"고 공을 돌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마침 송 재판관이 소장으로 선출되기 1달 전 일본의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이 ICJ 소장으로 선출돼 송 재판관의 소장 당선이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다. ICC와 ICJ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선 송 재판관이 소장으로 당선되자 국제사법에 '아시아 시대'가 열렸다고 축하하고 있다고 한다.

3년간 소장 임무 겸임

송 소장의 임기는 3년. 송 소장은 이에 앞서 2003년 2월 ICC 재판관이 되었으며, 2006년 1월 임기 9년의 ICC 상고심 재판관으로 재선됐다. 송 재판관은 임기 중 소장과 재판관의 임무를 겸하게 된다.

송 소장은 무엇보다도 "사법기관의 장으로서, 사법절차의 운영이 잘 되도록 해서 재판관들이 좋은 판결을 많이 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ICC는 70여 나라가 넘는,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하는 국제재판소인 만큼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이나 문화적 차이 등에서 오는 실수 등이 없지 않다"며, "조직을 추슬러 ICC 운영상의 행정효율을 높이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교황 선출방식으로 당선

2002년 7월 1일 집단살해죄(Genocide), 인도에 반한 죄, 전쟁 및 침략범죄 등 중대한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개인을 단죄해 국제사회에서의 법의 지배를 확립하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설립된 ICC 회원국은 모두 108개국.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은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핀란드 등은 회원국이면서 17명의 재판관 중 한 사람씩 재판관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 유럽 나라의 재판관 등이 참가한 가운데 교황 선출방식으로 진행된 선거에서 송 소장이 당선된 것이다.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을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게 돼 있으나, 1차 투표에서 12대 5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송 소장은 "좀 더 많은 나라가 ICC의 설립근거인 로마조약을 비준해 회원국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유엔과 여러 대륙간 기구, 유로폴과 인터폴 등 국제경찰조직과도 긴밀한 협조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미가입과 관련,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미국의 가입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가입 낙관

송 소장은 'ICC가 국제정치적인 상황에 끼어들어 역할을 하려 한다'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ICC는 재판기관으로 판결로 말할 뿐"이라며, "정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 말했다.

또 그동안 ICC가 다룬 사건(case)이 주로 아프리카 지역 분쟁에 편중됐다는 지적과 관련, "법원은 검찰과 달리 검사가 기소를 해야 재판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며, "ICC 검사가 기소하면 어느 지역의 어떤 사건이든 똑같게 심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CC는 얼마 전 아프리카의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처음이다.

수단 대통령에 체포영장

송 소장에 따르면, ICC 검찰엔 4500건 정도의 고소 · 고발이 들어와 있으며, 고발된 사람 중엔 부시 전 미국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파룬궁이 고발한 장쩌민 전 중국 주석 등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송 소장은 또 "ICC 검찰국에선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조지아 분쟁, 콜럼비아 사태 등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ICC 검찰국은 재판소 소속이나 소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에 맞서 특별검사로 활약한 아르헨티나 출신 검사가 소추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ICC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국제상설재판소입니다. 로마조약의 비준과 재판소 설립에도 우리 정부가 많이 기여했고, 그런 노력 등이 쌓여 제가 초대 재판관에 이어 소장의 중책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송 소장은 "나의 경우가 자극제가 되어 후배들이 더욱 꿈을 키우고, 국제적인 역량을 길렀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한국의 법조인들이 ICC에서 더 많이 활약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ㅣ 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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