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한 아버지 유산 나눠달라"
"월남한 아버지 유산 나눠달라"
  • 기사출고 2009.03.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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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이 남한 가족 상대 소송 내父와 함께 월남한 장녀가 선교사 통해 추진
북한주민이 6.25 때 헤어진 아버지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며 남한에 있는 계모와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100억원대의 상속재산을 나눠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이 적법한 것으로 판단돼 판결이 이뤄질 경우 탈북자 가족의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윤 모(66)씨 등 북한주민 4명은 2월 19일 서울에 사는 새 어머니 권 모(75)씨와 권씨의 자녀 4명 등 모두 5명을 상대로 "아버지 윤씨가 남긴 재산을 나누어 달라"며, 상속회복청구권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윤씨 형제는 북한을 오가는 자선사업가인 재미교포 선교사를 통해 자필로 된 진술서와 위임장을 작성, 배금자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북한주민인 윤씨 등이 우리 법원에 소송을 낼 자격이 있는지 등을 검토한 뒤 심리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우리 민법의 규범력이 북한 지역에 미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도 원칙적으로 재산상속권과 이에 기초한 소송 제기 등이 인정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2005년 북한에 사는 벽초(碧初) 홍명희의 손자 석중씨가 "허락 없이 조부의 소설 황진이를 출간, 판매했다"며 남북교류단체를 통해 남한에 있는 출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남한에서의 출판권을 인정하는 대신 홍씨에게 1만달러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윤씨 형제가 낸 소장에 따르면, 아버지 윤씨는 6.25때 아내와 2남3녀를 북한에 남겨두고 장녀만 데리고 월남해 권씨와 재혼, 2남2녀를 낳았다. 1987년 11월 100억원대의 유산을 남겨 놓고 숨지자 북한에 있는 이복형제들이 상속재산을 나눠 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아버지는 장녀를 통해 북한 가족의 생사가 확인되면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아버지가 남긴 부동산의 지분과 아버지가 작고한 후 남한의 상속인들이 받아 온 임대수익 중 5억원을 우선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6.25때 아버지와 함께 남한에 온 윤씨의 장녀(73)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삼촌을 통해 북한에 남겨진 모친과 형제들의 생사를 확인한 장녀가 미국과 북한을 왕래하는 미국교포 선교사 서 모씨에게 부탁, 서씨가 소송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구비해 넘겨 주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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