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플레이어끼리 모여 최고의 로펌 만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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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8.09.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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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장 · 리와 합치는 김수창 변호사]"추가 영입, 합병 추진…외국 로펌에도 문호 개방"
"다른 로펌의 합병과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모이는 겁니다."

◇김수창 변호사
법무법인 평산의 김수창 변호사가 또 일을 냈다. 2001년 법무법인 한미에서 독립한 지 7년만에 한국 최초의 로펌인 법무법인 김 · 장 · 리와 합병을 선언했다. 합병 법인의 이름은 법무법인 양헌(良軒). 국내외 변호사 약 40명의 규모로 출범한다.

국내외 변호사 40명 규모

지난 7월24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합병조인식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매우 상기된 표정이었다. 합병 법인의 출범에 의욕이 넘치는 그를 옆 테이블에서 따로 만나 평산과 김 · 장 · 리의 합병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는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 놓은 듯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법률시장 개방 등 로펌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는 먼저 변화를 얘기했다. 시장의 변화를 보고 합병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산-김 · 장 · 리의 합병을 얘기하면서 옛날 일을 꺼내는 게 적절해 보이지 않지만, 그는 지금부터 7년전 법무법인 한미와 법무법인 광장이 합쳐 광장으로 새출발할 때 동참하지 않고 금융 전문인 평산을 세워 독립한 사연이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김 · 장 · 리와의 합병을 추진,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합병은 한미FTA협상이 타결된 2007년 봄부터 추진해 왔다고 한다. 1년여의 회임기간을 거쳐 국내 1호 로펌 김 · 장 · 리와의 합병이 성사된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미FTA협상 결과 한국 법률시장은 미국 로펌, 미국변호사들에게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합병 대상은 국내 톱 플레이어로 한정했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구상하는 큰 그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 장 · 리는 최우선 대상 중 한 곳

김 변호사는 김 · 장 · 리가 자신이 합병 파트너로 꼽은 최우선 대상 중 한 곳이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 국내 M&A(기업 인수 · 합병)시장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김 · 장 · 리의 파트너 변호사들의 면면을 소상하게 소개했다.

실제로 최경준 변호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김 · 장 · 리는 M&A 등 회사법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전통있는 로펌이다. IMF 위기때 최초의 외자유치 성공사례로 기록되고 있는 대상그룹의 라이신(lysine) 사업부문 매각 거래에서 매수자인 독일의 BASF를 대리하고, 2000년 KT의 한솔엠닷컴 인수 때는 KT를 맡아 딜을 마무리 짓는 등 수많은 딜을 성사시켰다. 2003년의 이른바 SK글로벌 사태 때 외국채권단을 대리해 나중에 SK네트웍스로 이름이 바뀐 SK글로벌의 구조조정에 참여하고, 'IMF 이전의 M&A(pre-IMF M&A)거래'로 분류되며 M&A거래의 선례로 자주 인용되는 코카콜라의 국내 보틀링사업 인수 때도 최 변호사 등이 코카콜라를 대리하며 맹활약했다.

또 평산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의 돈 조달 등 금융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금융전문 로펌이다. 10여명의 변호사가 금융 관련 업무에 특화한 금융 부티크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인수금액만 3조4000억원에 달했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때 1조원의 인수금융(acquisition financing)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곳으로 유명하다. 평산의 변호사들은 국내 최초의 민자유치사업인 인천신공항 제2연육교 사업에서도 금융 쪽을 맡아 활약했다. SOC, 선박금융(shipping) 등의 분야에서 국내외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 외엔 할 줄 몰라"

변호사 경력 25년째인 김수창 변호사는 특히 "금융 외엔 할 줄 모른다"고 본인 스스로 말할 만큼 금융 분야의 한우물만 파 온 사람이다. 사법연수원 11기로, 1984년 9월 이태희 변호사가 세운 한미합동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 한미의 금융팀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그의 서류철을 들춰보면, 국내 금융거래의 선례가 된 여러 사안에 그의 이름이 올라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86년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때 법률자문을 제공했으며, 외환은행이 첫 시도한 금리연동부사채(FRN) 발행에도 관여했다. 금융에 관한 한 선구자적 위치에서 활약해 왔다.

그에게 김 · 장 · 리와의 시너지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예의 준비된 답변이 금방 돌아왔다.

그는 "기업법무의 양대 축이 금융과 회사법 분야"라며, "양헌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로, 이 두 날개를 갖춘 것과 다름이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미 일도 사실상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시너지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산과 김 · 장 · 리는 합병 협상이 진행 중이던 올 봄에 현대중공업을 맡아 CJ투자증권을 인수하는 M&A거래를 대리하고 있다. 거래규모가 1조원에 이르는 빅딜로, 이 사건을 맡는데 김 변호사 등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외에 또 다른 딜도 평산과 김 · 장 · 리의 변호사들이 함께 수행하는 등 금융과 회사법의 결합에 따른 이익이 쏠쏠하다는 것이 두 로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가 구상하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 전략에 김 · 장 · 리와의 합병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추가적인 합병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평산과 김 · 장 · 리처럼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그룹이어야 한다는 게 대전제다. 그는 "제대로 된 기업 비즈니스를 할 만한 격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대형 로펌이 아니면서, 전문성이 돋보이는 중견 로펌이 한, 두 군데 있다"며, "로펌의 대형화든 합병이든 이런 전문성이 전제돼야만 시너지도 낼 수 있고, 의미가 있다"고 다시한번 힘주어 말했다.

그는 변호사 숫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인위적인 변호사 수 증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그는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는 국내 로펌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한, 두 로펌을 빼면 전문성에 관한 한 양헌이 밀릴 게 하나도 없다"며, "오히려 양헌이 최고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국내 어느 로펌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1차 목표는 변호사 70~80명

그는 "변호사 40명은 양헌이 집중하고자 하는 금융 및 M&A 관련 업무 수행에 충분한 인력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능력을 갖춘 전문가 그룹의 영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양헌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1차적인 목표는 추가적인 합병 등을 통한 전문변호사 70~80명 규모.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변호사 100명까지는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일당백(一當百)의 전문성을 지닌 최고의 변호사들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시장이 열릴 경우 외국 로펌과의 제휴 등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한미 FTA협상 결과에 따르면, 시장 개방 후 2년 내에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제휴가 허용되며, 그 이전이라도 국내외 로펌간의 업무협조 등 사실상의 제휴가 시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평산 시절부터 외국 로펌 관계자들로부터 비슷한 제의를 여러차례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한번의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얘기를 들으니 그가 그려가고 있는 큰 그림의 윤곽이 보이는 듯했다. 한마디로 최고의 전문가집단을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이해됐다.

'양헌은 어질고 좋은 사람들 모인 곳'

"유명한 분에게 자문을 구해 통합법인의 이름을 양헌으로 정했어요. 어질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란 뜻이랍니다."

그가 설명하는 양헌의 뜻에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란 의미를 하나 더 추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l 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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