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재산찾기 성과…'로비'는 미제로
김우중 재산찾기 성과…'로비'는 미제로
  • 기사출고 2008.07.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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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재산 등 2천억여원 압류, 로비는 '시도'만 확인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대검 중수부는 4개월여간의 '대우그룹구명 로비 의혹' 수사 끝에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 재산 등 2천억여원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수사 과정에서 증권가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재벌가 3세 구본호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가 DJ 아들들과 '돈거래'를 한 사실 등도 새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룹 퇴출을 막기 위한 로비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해외 계좌추적 작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

◇김우중 ㆍ 조풍언 은닉재산 확보=검찰은 수사를 통해 조씨의 부정수익 698억원과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 1천150억여원을 찾아내 압류했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되는 과정에서 그룹 회생을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조씨에게 4천43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526억원)를 제공했고 조씨는 2천430만달러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주(71.5%)를 사들이는 한편 나머지 2천만달러로 ㈜대우통신의 전자교환기 사업을 저가에 인수했다.

검찰은 조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698억원을 범죄수익으로 모두 환수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인 베스트리드리미티드(구 대우개발)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주식 776만주(시가 1천100억원)와 횡령 자금으로 구입한미술품 134점(구입가격 기준 7억8천만원)도 모두 압류조치했다.

물론 이조차 김 전 회장이 내야 할 추징금(17조9천253억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로비 의혹은 '시도'만 밝혀내=검찰은 김 전 회장이 로비 용도로 조씨가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주(71.5%)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줬고 조씨는 이 중 30%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에게 전달하기로 김 전 회장에게 약속했다고 밝혔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로비 시도가 실제로 있었음이 확인된 것.

조씨가 언급한 로비 대상자는 홍걸씨 등 김 전 대통령의 측근과 금융부처 등 정부 고위공무원 등 수명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데는 실패했다.

일부 로비 대상자는 수년간 해외에 머물고 있어 조사를 하지 못했고 광범위한 국내 계좌추적 과정에서도 로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자금이 해외 계좌를 경유하는 바람에 자금의 경로를 추적하지 못했고 홍콩과 스위스 등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혀 관심이 집중됐던 로비 의혹은 여전히 '장기 미제'로 남게 됐다.

◇새로 밝혀낸 사실=법원은 지난 1월 KMC 명의로 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163만주를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으로 판단했지만 검찰은 조씨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용으로 받은 돈으로 주식을 샀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 아닌 조씨 개인재산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대우정보시스템 등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삼일빌딩'의 실소유자도 조씨로 보고 있다.

스몰락 인베스트먼트사가 이 빌딩을 매입했는데 조씨는 자신이 스몰락의 지분을 45.5%만 갖고 있고 미국인 L씨가 나머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정황상 100% 조씨가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봤다. 스몰락(Small Rock)은 작은 바위라는 뜻인데 조씨의 호가 소암(小岩)이기도 하다.

범한판토스 대주주인 구본호씨는 당장 동원할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2006년 가을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기로 마음 먹고 친분 관계를 이어온 조씨의 자금을 이용해 '작전'을 폈다.

그는 미디어솔루션 유상증자 참여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을 위해 범한판토스로부터 250억원을 빌렸음에도 자기자금인 것처럼 허위공시하고 조씨의 해외 페이퍼컴퍼니 3곳의 이름으로 미디어솔루션의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7천원에서 4만원대까지 올린 뒤 차명주식을 팔아 172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 등을 받아 구속됐다.

이와함께 김 전 대통령 장남 홍일씨가 2000년 11월 조씨의 아내 계좌로 100만원권 수표 3천장, 즉 30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이번 수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수표를 추적한 결과 1999년∼2000년 홍일씨가 출처 불명의 현금뭉치 30억원을 모두 수표로 바꾼 뒤 송금했으며 10억원이 이후 삼일빌딩 매매예약금으로 사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지병으로 홍일씨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성혜미 · 이한승 기자[noanoa@yna.co.kr] 2008/07/09 17: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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