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는 기업의 브레이크"
"사내변호사는 기업의 브레이크"
  • 기사출고 2008.06.1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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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연 변호사]
변호사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변호사들의 직역은 로펌 변호사, 개업 변호사, 사내 변호사로 대별될 수 있다. 사내변호사는 다시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의 법무팀에 속하는 경우, 공익을 추구하는 공기업(공공기관 포함), 행정부나 입법부의 공무원이 되는 크게 세가지 경우로 분류될 수 있다. 행정부나 입법부의 공무원이 되는 경우에는 법안의 입안과 제정과정에 참여하는 고유의 행정관료로서의 역할과 모델이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동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고, 특히 기업의 사내변호사인 경우에는 그 법무시스템이 아직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사내변호사, 기업 사명부터 이해해야

◇김효연 변호사
검사는 실체적 정의를 추구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사명이 있고, 판사는 돈, 명예,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양심에 의한 형평성 있는 판단을 해야 하는 사명이 있는 것과 같이 사내변호사에게는 소속된 조직인 기업의 사명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인 경우에는 공기업을 설치하게 된 목적과 필요성에 따라 공공적 이익 그 자체를 사명으로 할 가능성이 큰 반면 사기업은 영리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현대는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 공익적 가치의 추구라는 새로운 사명을 붙이기 시작한지 오래되었고, 이에 따라 기업의 경영엔 CEO, 대주주가 지향하는 새로운 사명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 회사의 경우, 글로벌금융그룹으로서 금융업을 통한 영리라는 기업의 고유한 속성 외에 문화적 다양성(diversity)의 추구와 통제된 성장(controlled growth)이라는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명 아래 기업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법률적 소견을 진행하여야 하는 사내변호사로서는 기업의 사명과 가치를 이해하고 동 가치를 반영한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998년 IMF가 대한민국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내건 조건 중의 하나가 금융감독의 투명화와 함께 금융기관의 Compliance 제도의 도입이었다. 이 제도를 ‘준법감시’라는 말로 번역하여 각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법령에 준법감시인의 도입 및 내부통제기준의 설정 등 법률적 근거를 갖추게 되면서 기업내부에 특히 금융회사의 경우 준법감시조직을 설정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준법감시기능은 기업의 내부통제규정, 법령, 자율규제협약 등 기업이 영위하는 업무를 많은 규제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다듬어 주고 규제를 위반하게 되는 경우 발생될 리스크를 예방하여 주는 기능을 한다. 이에 반하여 사내법무조직의 역할은 이러한 규정, 법령, 협약 등을 해석하여 주고, 기업이 체결하는 계약의 법적 완결성을 갖도록 해주는 등의 법적인 조언을 하는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법무, 준법감시기능 분화 안 돼

그러나 현재의 많은 기업들이 법무기능과 준법감시기능이 분화되어 있지 않고 있으며, 그 원인 중의 하나가 기업 내 변호사의 진출 숫자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하여 제대로 된 법무조직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에게 사내변호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리스크 관리란 금융회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서 분산투자를 통한 적극자산의 수익을 관리하는 것과 만일의 경우 재난, 사고 등에 대비하는 보험과 같은 소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있을 수 있다. 법무리스크 관리란 이중 후자에 속한다. 사전에 발생될 수 있는 위법가능성, 소송가능성, 위법하지만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어 감독당국으로부터의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규제가능성(regulatory issue), 소비자나 거래처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도덕적 비난가능성(reputational risk) 등을 미리 확인하고 그 리스크의 정도를 가늠하여 미리 대처하는 경우 기업의 사명과 가치를 가장 최소한으로 훼손하는 범위에서 기업의 수익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규제가능성이나 평판리스크에 대한 의견 제시는 준법감시기능과 법무기능이 중첩될 수 있으나, 이는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양립가능하며 보다 건전한 기업을 육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나중에는 달라지겠지만 현재 사내변호사로서 기업의 임원진에 포진해 있는 경우에는 순수한 사내변호사 출신은 드물고, 재조나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많다. 그 주된 이유는 연수원 수료 후 기업으로 고용되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변호사들이 연수원 수료 후 순수한 사내변호사로서의 길만을 걸어온 시간은 길어야 9년, 10년 정도일 것이다.

아직 사내변호사로서 기업 내에서 성장한 검증된 모델을 내세울 시점이 아니고, 사내변호사로 고용된 지 채 2,3년 되지 못한 상태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경우도 보았지만, 주변에서 자신의 역량을 주체적으로 발휘하고 조직 내에 많은 기여를 세워 좋은 평판을 듣는 멋진 사내변호사들도 많이 알고 있다. 사내변호사의 조직 내에서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는 계속 진보하고 있고, 소비의 다양화, 새로운 상품의 개발 등으로 사회적 규제와 가치는 더욱 다양하여지고 있다. 사내변호사는 이를 규율하는 규제와 법리를 끊임없이 회사에 제공하여 그 리스크를 통제하여야 하며, 사내변호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업 내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신속한 법적 조언 또한 보다 필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경우, 사내변호사로서는 조직의 사명과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직 내의 다양한 부서와 다양한 구성원들의 세분화된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주며, 비즈니스 부서와의 지속적인 유대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변호사 1인보다는 법무조직이라는 조직적인 파워를 비즈니스 부서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발전적 통제에 더 효과적"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를 생각해 보면, 목적지까지 브레이크를 이용하여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효과적으로 도착할 수 있듯이 법무조직은 회사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출발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와 적정 속도 등에 대한 조언을 행할 수 있는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는 해당 회사가 외부 로펌을 통하여도 얻을 수 있는 효과이기도 하지만 사내변호사는 기업 내부 조직이라는 점에서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을 발전적으로 통제함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다시 요약하면, 사내변호사로서 기업 내부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효율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알아야 하고, 경영진이 의도하는 부분을 빠르게 간파하여 정책의 장단점을 분석해 내어야 하며, 현재는 그 잠재력이 매우 큰 분야이다.

김효연 변호사(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 hyoyeon.kim@cit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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