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한국계 변호사 100명 싱가포르 상주
[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한국계 변호사 100명 싱가포르 상주
  • 기사출고 2024.03.2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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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로펌, 글로벌 기업에서 맹활약

한국 로펌들이 싱가포르에 잇따라 현지법인을 설립해 진출하면서 싱가포르에 상주하는 한국계 변호사도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5곳으로 늘어난 한국 로펌 싱가포르 사무소의 상주 변호사만 약 20명. 여기에다 싱가포르에 아시아 · 태평양 본부 등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사내변호사나 수많은 인터내셔널 로펌, 싱가포르 로펌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도 적지 않아 싱가포르의 한국계 변호사 커뮤니티가 몰라보게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IAKL 싱가포르 지부 발족

싱가포르엔 이미 세계한인법률가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Lawyers, IAKL) 지부가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IAKL Singapore Region 회장인 맥쿼리 그룹의 김미지 뉴욕주 변호사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싱가포르 상주 한인변호사들의 국제활동을 지원하고, 상호간 소통과 협력,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22년 8월 IAKL Singapore Region을 출범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김미지 회장에 따르면, 한국 로펌, 외국 로펌의 싱가포르 사무소나 기업체 소속으로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한인변호사가 100명은 족히 넘는다고 한다.

◇왼쪽부터 김희은, 김미지 외국변호사, 김미정 변호사, 크리스탈 김 외국변호사
◇왼쪽부터 김희은, 김미지 외국변호사, 김미정 변호사, 크리스탈 김 외국변호사

지난해 5월 건설(Construction) 부문 파트너로 영국 로펌 HFW의 싱가포르 사무소에 합류한 이현경(Helen Lee) 전 SK에코플랜트 글로벌법무담당 부사장이 국제 로펌에서 파트너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국계 외국변호사로 소개되며, 싱가포르 로펌에서 활동하는 한국변호사 중에선 TSMP 코리아 데스크를 맡아 활약이 큰 사법시험 출신의 김미정 변호사가 유명하다.

2007년 고려대 법대 재학 중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미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입소를 미루고 미국의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로스쿨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영미법제와 미국 로스쿨 생활을 미리 경험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국제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사법연수원(40기) 수료 후 법무법인 화우에 입사해서도 2017년 EU Committee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경쟁법 LL.M. 과정을 수료하고, Steptoe & Johnson 브뤼셀 사무소에서 파견근무한 후 복귀했다. 화우에서 공정거래와 회사법 분야 파트너로 활약한 김 변호사는 2021년 가을 TSMP에 합류했다.

김희은 변호사, 메타로 옮겨

또 기업체 사내변호사 쪽에선 맥쿼리 그룹의 김미지 변호사 외에도 삼성전자 해외법무팀 수석변호사이자 디지털정책팀장(Head of Digital Policy)을 끝으로 2022년 10월 메타 아시아 퍼시픽의 경쟁정책 임원으로 부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쟁법 관련 컴플라이언스를 책임지고 있는 김희은 영국변호사 겸 뉴욕주 변호사, 럭셔리 업계에서만 10년 가까이 사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루이비통 남아시아 본부의 크리스탈 김(Krystal Kim) 호주변호사 등이 싱가포르에서 사내변호사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변호사들이다.

크리스탈 김 변호사는 샤넬코리아와 구찌 등 명품 약 15개를 보유하고 있는, 럭셔리 명품 '빅 3' 중 한 곳인 Kering Korea에서 법무팀장 또는 General Counsel로 다년간 활동했다. 이어 올 2월 루이비통 싱가포르에 합류하기에 앞서 6년 전인 2018년부터 이탈리아의 초콜릿 회사인 Ferrero 아시아 퍼시픽(싱가포르), 중고 명품 전자상거래 회사인 프랑스의 Vestiaire Collective(싱가포르)에서 순서대로 사내변호사, 인사와 법무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해 유통과 전자상거래 업무에도 밝다. 시드니대 법대를 나온 크리스탈 김은 변호사 초기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코리아에서 사내변호사로 6년 넘게 근무한 경력도 있다. 루이비통 남아시아 본부가 있는 싱가포르 오차드 거리의 Takashima 쇼핑센터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럭셔리 브랜드나 유통 쪽의 사내변호사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셈인데, 근무지로 따지면 한국 외엔 싱가포르 근무가 전부"라며 "내 경우만 보아도 싱가포르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맥쿼리 그룹의 김미지 변호사도 싱가포르 근무만 9년이 넘는 싱가포르통이다. 2014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는 맥쿼리캐피탈에서, 2022년 4월 이후엔 맥쿼리자산운용에서 법무담당 전무로 싱가포르에 상주하고 있다. 또 맥쿼리 그룹에 합류하기 전엔 미국 로펌 Cleary Gottlieb 워싱턴사무소와 홍콩사무소에 상주하며 M&A와 자본시장, 구조화금융, 공정거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로펌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효성 전략본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뉴욕주 변호사이자 워싱턴 DC에서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김 변호사는 고려대 학부에 이어 조지타운 로센터(J.D.)를 졸업했다.

고객 전용기 타고 서울 출장 화제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LL.M. 학위를 받고,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한국 평의회 위원과 중재인, 싱가포르국제조정센터(SIMC) 전문 조정인, 말레이시아에 있는 AIAC 중재인 등을 겸하고 있는 법무법인 피터앤김 싱가포르 사무소의 이승민 대표도 싱가포르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한국변호사 자격 외에 영국변호사 자격도 갖춘 이 변호사는 SIMC의 요청으로 SIMC 홍보비디오에 출연했을 정도로 싱가포르 법조계에 지인이 많으며, 싱가포르 현지 로펌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초등학교를 두바이에서 마친 이승민 변호사는 유창한 영어와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자랑하며, 부모님이 오랫동안 거주한 싱가포르는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고 했다. 전용기를 타고 인도네시아 클라이언트와 함께 서울 출장을 다녀온 얘기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싱가포르=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