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자친구에게 하루 세 차례 말을 걸며 따라다녔다가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여대생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학생인 A(20대 · 여)는 2022년 11월 30일 헤어진 연인 사이인 B(24)로부터 따라다니거나 연락하지 말 것을 요청받았음에도, 다음날인 12월 1일 부산에 있는 대학교 건물에서 B에게 총 3차례 말을 걸면서 따라다닌 혐의로 기소됐다. A는 B가 학교 내 건물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시도하거나, B가 근무하는 학교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퇴근하는 B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B는 하루 전날인 11월 30일 A가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오인해 A에게 '계속 집착하고 의심하는 행동하면 더 이상 우리는 친구도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굉장히 불쾌했고 계속 그러면 차단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가 전날 B를 따라다닌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12월 1일 위와 같이 B를 따라다녔다가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A와 B는 2022년 1월경부터 교제하다가 같은 해 11월 중순에서 말경 헤어졌다. A와 B는 헤어지기 전에도 여러 차례 성격 문제로 헤어졌다가 만나기를 반복했으며, 헤어진 이후에도 서로 연락을 하면서 지냈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의 스토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처벌하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정당한 이유 없다고 볼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 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하기 위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녔다고 볼 여지도 있어 피고인에게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다닌 것은 대학교 수업시간의 쉬는 시간, 수업 종료 후 피해자가 근무지로 이동할 때 및 근무를 마칠 때로 피고인이 수업시간 및 피해자의 근무시간에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녔다고 볼 자료는 없어 피고인의 이 부분 각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사건 당일에 피해자를 단 3회 따라다니는 외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따라다녔다고 볼 자료도 없어 위 행위 전체를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로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는 B가 경찰에 신고한 이후에는 B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각 행위로 인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스토킹행위를 하였다거나 피해자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피해자는 피고인이 사건 전날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오인 또는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다녔고 그 행위가 스토킹행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연락을 하여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행위가 피해자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2월 29일 "원심의 판단에 스토킹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2023도16331).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