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가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지게 됨에 따라 미국 대선과 의회선거 결과에 따른 미국의 정책기조 변경 가능성, 특히 한국의 대미 통상환경 변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이 최근 미국의 대선 · 의회선거 결과에 따른 미 통상정책의 전개 방향과 우리 산업분야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Special Issue Brief'를 발간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보고서 발간
미국은 대통령선거와 함께 상원의 1/3, 임기 2년의 하원의원 전체 의석(435석)을 놓고 의회선거도 진행, 대선과 의회선거 결과에 따라 모두 4가지의 예상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즉, 첫째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지만, 상하원 지배정당이 갈리는 교착(Gridlock) 상황, 둘째 바이든 재선과 함께 하원도 되찾아오는 민주당 지배(Blue Wave)의 재현, 셋째 트럼프가 당선되지만 상 · 하원 지배정당이 갈리는 교착상황, 마지막으로 트럼프 당선과 함께 상 · 하원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공화당 지배(Red Wave)의 시나리오다. 이런 시나리오는 매우 기계적 분석이지만, 보고서는 각 경우의 수에 따른 향후 미국의 정책 방향을 예측했다.
첫째 시나리오는 현상유지로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의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어 불확실성이 낮아 질 수 있다. 둘째 시나리오에서는 민주당이 복지정책 확대와 증세를 추진하여 확장 재정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바, 이 경우 빅테크 기업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반면, 추가 친환경 정책이 추진됨으로써 배터리 및 전기차(EV) 분야에는 긍정적일 것이다.
셋째 시나리오 하에서 트럼프는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데 제약이 있는 반면, 외교 · 통상 분야에서는 재량권을 가지고 강한 보호주의 드라이브를 걸고 대중국 탈동조화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빅테크 기업과 친환경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에서는 감세정책이 추진되고 분야별로는 친환경, EV가 타격을 입고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상당한 부분이 수정되거나 철회될 수 있다. 동맹국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재정립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특히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전개될 통상환경의 변화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는 경우보다 증폭될 것임에 비추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상정한 위 시나리오 3과 4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통한 고용증대와 경제회복을 위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latform)을 천명하고 있고, 1기 행정부에서와 같이 무역적자를 미국 일자리 축소 및 제조업 산업 퇴락의 주범으로 지목, 무역적자 축소를 강조하면서 관세인상을 주장한다. 또 대중 견제를 강화하여 종국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decoupling)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 에너지산업 규제 정책의 완화 내지 폐기도 공약했다. 물론 의회의 정치적 지형과 고용 증진 필요성을 포함한 경제상황 등 현실 여건상 이러한 공약을 모두 실행에 옮기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시행될 정책 방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시행한 정책이 강화되는 방향이 될 것이며, 이러한 정책은 트럼프 캠프에서 주제별로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Agenda 47과 보수적인 think tank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작성한 'Project 2025'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래 내용은 이를 토대로 작성한 분야별 전망이다.
1. 무역 · 관세 분야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안보에 위협이 되는 만성적 무역적자가 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과 중국의 경제공세로 초래되었다고 보고, 모든 무역상대국으로부터의 모든 수입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현재 평균 3% 내외)에 10%p의 관세율을 추가한 보편적 기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s)를 도입하고, 무역상대국이 미국 상품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해당국 상품의 미국 수입시 부과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상호무역법(Trump Reciprocal Trade Act)을 제정할 것을 주장한다. 또한 중국이 고관세,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노동 착취, 덤핑, 지재권 침해 등을 통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지적하고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 지위 박탈과 모든 중국산 상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공약하는 한편, 중국산 상품에 대한 최소가격(800달러) 관세 면제 중단 등을 제안하고 있다.
2. 산업정책 분야
트럼프는 미국 제조 · 국방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전략적 국가 제조 이니셔티브(Strategic National Manufacturing Initiative)를 주창하고 전기차 생산에 중점을 둔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정책 폐지와 미국 자동차산업 진흥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다. 중국으로부터 온쇼어링한 기업에 대한 재정 및 세금 감면 혜택 제공, 중국 국영기업이나 중국에 outsourcing한 미국 기업의 미국 연방 정부조달 계약 금지, 국가 안보 상품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 감소 및 단절 등 대중국 탈동조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3. 투자(inbound, outbound) 분야
에너지, 기술, 통신 등 전략적 국가자산을 포함한 미국내 인프라 시설을 중국이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기존 소유를 매각토록 하겠다고 공약하는 한편, 미국 기술의 중국 유출, 중국의 군사능력 강화, 미국 중요 공급망에 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에 대한 제한조치 마련 필요성을 지적한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우선순위 재조정, 일관된 집행 · 처벌 기준 수립, 중국 국영기업의 미국내 그린필드 투자에 대한 위원회 권한 확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4. 제재 · 수출통제 분야
중국의 민간-군사 융합정책(civil-military fusion policies)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응, 특히 신흥 · 기반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와 중 · 러 관련 기업들에 대한 제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다.
5. 친환경 · 에너지 규제 분야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인 미국의 에너지 위기는 자원부족이 아닌 과도한 녹색성장에 기인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환경 · 기후대응 전략보다는 석유 · 천연가스 사용 확대 등 에너지 안보 및 공급 증대에 중점을 두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제한을 폐지하고 화석연료 공급 증대를 통한 에너지 · 전기 가격을 인하, 세계 최저 에너지 가격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한다. 이밖에도 노인연금 등 투자자의 ESG 투자 금지를 공약하는 한편,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대폭 삭감 내지 IRA 백지화 가능성을 예고하였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하여 미국의 무역 및 산업정책이 변화할 경우 우리 산업 및 통상환경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최근 수년간 급증한 대미 무역흑자를 꼽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가장 큰 경제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대비, 2023년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2.2배로 대폭 증가(231억불 →514억불, 미국 통계 기준)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축소하기 위한 전방위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대미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품목에 대한 미국 측의 규제 강화와 통상압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가 지적했다.
반도체는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출통제에 대한 예외사유로 중국내 반도체 생산공장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해 지정한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verified end-user) 지위'를 철회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미국내 반도체 공장 투자 보조금 지급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내 공장 증설 제한을 요구하는 기존 가드레일(guardrail) 조건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HIPS Act 하에서 약속된 미국내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고용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할 때, IRA 만큼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있다.
전기자동차는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IRA 보조금 축소 내지 IRA 폐기 가능성을 예고한 것에 비추어, 현지 투자한 한국기업의 이차전지, 전기자동차, 태양광 패널 등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IRA의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 폐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다만, 막대한 시설 투자에 따른 고용효과를 감안할 때 IRA 자체의 폐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있다. 그러나 중국산 핵심 광물 · 부품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IRA 보조금 지급을 배제하는 해외우려단체(FEOC) 요건이 강화될 수도 있다. 법적 조치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재생에너지 수요 위축에 따라 전기자동차 및 이차 배터리 판매량 축소와 이에 따른 기존 투자 수익률 저하 우려도 있다.
일반 자동차는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한국산 자동차의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수입에 대하여 트럼프 1기 행정부시 한미 FTA의 폐기를 압박하면서 자동차 조항의 개정을 성사시켰던 선례가 반복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무역확장법 제232조 적용 방법 등을 통해 고율관세를 부과하거나 자발적 수출제한 조치(수출쿼터)를 취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또 철강 부문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치를 취했던 분야로서 2기 행정부에서도 동 조치를 계승 ·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당시 대미 철강 수출쿼터 설정에 합의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기존 쿼터량 축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이와 함께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 · 중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 및 의회선거 결과는 우리 산업 및 무역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및 미 의회선거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을 강구해야 함은 물론 미국 공화당 및 민주당내 주요 인사 및 그룹과의 네트워킹을 확대하고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 상당기간 동안 미중 패권경쟁, 자국우선 산업정책, 외국인 투자심사, 수출통제 등이 강화될 것이며, 환경 · 노동 문제와 무역규제가 연계되고 디지털 무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국제무역규범이 후퇴하면서 각국의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분야, 국가 및 지역 특성을 감안한 전문적 법률자문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정리=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