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펀드 투자 건물 주차장에서 불 나 임차사 피해…이지스운용 · KB은행 연대 배상하라"
[손배] "펀드 투자 건물 주차장에서 불 나 임차사 피해…이지스운용 · KB은행 연대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4.03.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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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작물 점유자 책임 인정

사모부동산집합투자기구(펀드)가 투자해 신탁회사가 소유한 건물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대법원은 민법 758조 1항의 공작물 등의 점유자 책임을 인정, 투자자와 신탁회사가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신탁회사도 발화지점인 주차장 천장부분을 공동 점유한다고 보았다. 

2015년 12월 11일 오후 8시 18분쯤, 이지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이지스KORIF사모부동산투자신탁 22호'가 투자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의 전기배선에서 화재가 발생, 이 건물 6층~12층의 서영엔지니어링이 임차한 부분까지 화염이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서영엔지니어링의 사업에 차질이 생겼고, 서영엔지니어링과 그 직원들의 각종 전산장비, 집기부품 등이 훼손되었다. 이에 서영엔지니어링과 직원 326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과 신탁계약을 체결한 신탁업자로서 이 건물의 소유자인 KB은행, 건물 관리회사인 에스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월 15일 이지스자산운용과 KB은행에게 공작물 점유자 책임을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이지스자산운용에 46억여원, 이지스자산운용 직원들에게 각 61만여원~16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다208724). 다만, "에스원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점유를 돕기 위하여 건물을 사실상 지배한 것이어서 민법 제195조에 따른 점유보조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한 공작물 점유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 원심과 마찬가지로 에스원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대법원은 먼저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98다20110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민법 제758조 제1항 소정의 공작물 점유자란 공작물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그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작물을 보수 · 관리할 권한 및 책임이 있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0. 4. 21. 선고 2000다386 판결 등 참조)"며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아서 공작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자가 있는 경우에 그 타인의 지시를 받는 자는 민법 제195조에 따른 점유보조자에 불과하므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한 공작물 점유자의 책임을 부담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지스자산운용은 에스원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관리 등의 업무를 지시하고 에스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자신이 정한 예산 범위 내에서 건물의 유지 · 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등으로 에스원을 점유보조자로 하여 건물의 일부로서 화재가 발생한 공작물인 주차장 천장 부분에 관하여 직접 점유를 한 자이고, KB은행은 이 사건 펀드의 투자신탁재산인 건물의 소유자로서 그 건물의 일부인 주차장 천장 부분에 관하여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직접 점유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지스자산운용과 KB은행이 공동으로 주차장 천장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그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 공작물을 보수 · 관리할 권한 및 책임을 가지는 자에 해당하여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한 공작물 점유자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공작물 점유자에 관한 법리오해, 판례위반, 판단누락 및 심리미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가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투자신탁재산인 공작물의 점유자로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피해를 입은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이 투자신탁재산의 취득 · 처분 등과 관련한 이행 책임이 아니므로, 투자신탁재산을 한도로만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재산으로도 그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또한 유한책임신탁의 등기가 없는 이상 신탁법 제114조 제1항에 따른 유한책임신탁으로서의 효력도 없다"며 "이지스자산운용, KB은행이 화재와 관련하여 자본시장법 제80조 제2항 본문, 신탁법상 유한책임신탁 규정, 임대차계약 전문 제4항 등에 따라 이 사건 펀드의 투자신탁재산을 한도로 공작물 점유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이지스자산운용, KB은행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80조 2항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 또는 신탁업자가 자본시장법 64조 1항에 따라 법령 등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을 부담한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화재는 주차장 천장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렇다면 주차장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구체적 발화지점이나 발화 원인이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더라도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 이 건물 주차장의 설치 · 보존상 하자를 인정했다.

법무법인 시공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은행은 김앤장과 법무법인 오라클, 에스원은 법무법인 광장이 각각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