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안 줘도 될 보험금 중복보험사끼리 분담했어도 고객에 반환청구 불가"
[보험] "안 줘도 될 보험금 중복보험사끼리 분담했어도 고객에 반환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4.03.1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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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중복보험자 간 내부적으로 해결할 문제"

A는 군 복무 중이던 2017년 6월 22일 소속 부대 운전병이 운전하는 군용차량을 타고 이동하다가 운전병의 과실로 발생한 교통사고로 경추 탈구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삼성화재해상보험(제2보험계약)과 현대해상화재보험(제1보험계약)의 무보험차상해 담보특약이 포함된 자동차보험계약에 가입한 상태였고, 위 특약의 피보험자에는 기명피보험자 또는 그 배우자의 자녀가 포함되어 있었다. A는 삼성화재에 보험사고 접수를 해 삼성화재가 A에게 먼저 보험금 8,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삼성화재의 구상금 청구에 따라 중복보험자인 현대해상이 삼성화재에 4천만원을 지급했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 사이의 자동차보험 구상금분쟁심의에 관한 상호협정과 시행규약 등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후 A에게 보험금 지급사유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A는 재해부상군경으로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국가배상법 2조 1항 단서에 의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이같은 이유로 패소했다. 현대해상은 A를 상대로 보험금이 잘못 지급됐으니 보험 4,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화재가 원고를 대신하여 4,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므로 원고가 그 보험금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 A는 원고에게 4,000만원을 돌려주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그러나 2월 15일 A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다272883).

대법원은 "중복보험자는 각자 보험금액 안에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 전액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피보험자는 각 보험자에게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은 피보험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며 "그 이후 이루어지는 다른 보험자의 부담부분에 관한 구상은 중복보험자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고, 이 사건 상호협정 및 시행규약도 이러한 이해에 기초하여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달리 중복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각자의 부담부분 내에서 분할채무만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피보험자에게 불이익하므로 위 약관 조항을 그러한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약관 해석의 원칙 등에 비추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피고(A)는 제1 보험계약뿐만 아니라 제2 보험계약에 의하여서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피고는 사고 발생 후 제2 보험계약에 의하여 삼성화재에 보험사고 접수를 하여 삼성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하였고, 삼성화재로부터 보험금 8,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삼성화재가 피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그중 4,000만원은 원고의 부담부분에 해당하고 자신은 원고를 대신하여 이를 지급한다고 피고에게 표시하였거나 피고가 그렇게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피고는 삼성화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원고(현대해상)에게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고, 또한 그때까지 피고와 원고 사이에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의사 연락이 있었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즉 피고와 삼성화재 사이의 급부관계는 오로지 피고와 삼성화재 사이의 제2 보험계약 및 이에 기한 피고의 보험금 청구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삼성화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은 이후에야 원고에게 다시 보험사고 접수를 하였는데, 이는 피고가 원고의 부담부분에 상응하는 보험금을 삼성화재로부터 대신 지급받았다고는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삼성화재가 변제 주체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에 관하여 스스로 또는 이행보조자를 사용하여 법률상 원인 없는 변제를 한 경우에는 채무자, 제3자가 타인의 채무에 관하여 법률상 원인 없는 변제를 한 경우에는 제3자가 각각 변제의 주체로서 그 변제로서 이루어진 급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이러한 변제 주체에 대한 증명책임은 자신이 변제 주체임을 전제로 변제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주장하며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하는 사람에게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만약 피고가 중복보험자인 원고와 삼성화재에 모두 보험금 청구를 하였는데, 삼성화재가 원고와의 협의를 거쳐 대표로 8,000만원을 지급하였다면 원고가 부담부분인 4,000만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 사안은 피고가 오로지 삼성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삼성화재가 자신의 결정으로 지급한 뒤 원고로부터 4,000만원을 지급받은 사안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보험금 지급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도원이 현대해상을, A는 법무법인 행복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