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매출 1천억' 돌파한 바른의 다음 목표는?
[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매출 1천억' 돌파한 바른의 다음 목표는?
  • 기사출고 2024.02.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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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스스로 커지는 의미 있는 기회 잡아"

한국 주요 로펌의 2023년 매출 실적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로펌이 어디일까? 매출이 전년 대비 23% 늘어난 성장률 1위, 법무법인 바른을 빼놓을 수 없다. 바른은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천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려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는 2024년을 맞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바른의 지휘부를 만났다. 바른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박재필 대표변호사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동훈, 이영희 대표변호사가 분야를 나눠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1월 말에 이루어진 인터뷰에서도 박재필 대표가 주로 답변하고, 이동훈, 이영희 두 경영 담당 변호사가 배석해 거들었다.

◇법무법인 바른은 경영을 총괄하는 박재필 대표변호사와 이동훈, 이영희 경영담당 대표변호사의 트리오가 3년째 발전을 이끌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희, 박재필, 이동훈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은 경영을 총괄하는 박재필 대표변호사와 이동훈, 이영희 경영담당 대표변호사의 트리오가 3년째 발전을 이끌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희, 박재필, 이동훈 변호사.

-지난해 1,0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8년 설립 이후 최대일 것 같다.

전년 대비 200억 가까이 늘어

"2021년 812억원, 2022년 862억원 등 해마다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1천억원을 돌파해 구성원들이 매우 고무되어 있다. 우리는 1천억원 돌파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로펌이 성장하는 걸 보면 처음에 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게 쉽지 않고, 또 300억, 500억원 가는 게 다르고 700억원, 1천억원 매출 등 숫자마다 다 의미가 있다. 바른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엔 눈이 잘 뭉쳐지지 않지만, 어느 정도 눈덩이가 커지면 그다음엔 스스로 탄력을 받아 눈덩이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게 되는 원리와 같다. 1천억 매출엔 1천억 매출의 힘이 있다고 본다"

-2022년 대비 200억원 가까이 매출이 늘었는데, 지난해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구체적인 배경은 무엇인가.

착수보수 · 성공보수 모두 증가

"송무와 자문에서 고루 성장이 이어졌다. 바른이 전통적으로 강한 송무 분야의 경우 기업 의뢰인과 수임 건수, 소가에 따라 약정된 착수보수의 액수가 전년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다. 또 액수가 큰 사건에서 잇따라 승소해 성공보수 매출이 증가했다. HD현대중공업 통상임금소송, 마산로봇랜드 실시협약 해지시지급금 등 청구소송에서 승소하고,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1조원대의 과징금 취소 청구소송도 공정위를 대리해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기업자문그룹에서도 금융조달, 기업 또는 자산 인수 자문 등 꾸준한 성과를 냈다. SK에코플랜트가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조달하는 4,400억원 규모의 PF 대출과 신디케이트론 자문, 한 방송사 최대주주의 주식 양도 자문, 모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사건 무혐의 처분 자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송무와 자문 두 업무분야의 쌍끌이 성과가 매출 신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성과를 가능하게 한 바른만의 전략이 있었을 것 같다.

현대重 통상임금소송 근로자 대리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25년 넘게 축적된 송무 전문성에서 도출되는 유연함과 자신감이다. 상고심에서 HD현대중공업 통상임금소송을 맡아 약 6년 만에 대법원에서 근로자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지난해 초 부산고법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해 강제조정으로 마무리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로, 바른은 보통 사용자 측을 대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건에선 원고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근로자 측을 대리했다. 물론 이해관계충돌 등의 문제가 없었다. 바른은 다양한 당사자의 요청을 존중해 보다 폭넓게 사건을 수행한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하나는 송무와 자문을 포괄하는 TF(Task Force), 특별팀의 활약이다. 최근의 법률서비스 수요는 송무나 자문 어느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워낙 성과가 좋았던 중대재해대응센터만 해도 노동팀과 형사팀, 송무 전문가 등으로 함께 팀을 꾸려 종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대재해대응센터에서 처음한 일이 무엇이냐 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알기 쉽게 풀이한 주석서, 일종의 교과서를 써서 관련 기업에 배포한 일인데, 인기가 높았다. 중대재해대응센터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취영루 회생절차 조기 종결

박재필 대표는 중대재해대응센터 외에도 냉동만두 회사로 잘 알려진 취영루를 대리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지난해 2월 인가 전 M&A를 통해 회생신청 후 1개월 반 만에 회생절차 조기 졸업으로 마무리한 기업위기대응 및 구조조정팀,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전반에 대한 종합서비스와 함께 자율주행, 데이터, 인공지능 등 혁신산업에 특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자산 · 혁신산업팀, Estate Planning Center 등을 바른이 역점을 두어 강화하고 있는 주요 TF로 소개했다.

◇왼쪽부터 박재필 · 이영희 · 이동훈 변호사
◇왼쪽부터 박재필 · 이영희 · 이동훈 변호사

디지털자산 · 혁신산업팀은 가상자산거래소 운영회사에 대한 자문, 대형 금융회사 STO 자문, NFT와 메타버스를 아우르는 메인넷 사업자 자문, 블록체인 관련 부산과 대구 규제자유특구 특례사업 자문 등이 주요 업무사례로 소개되며, Estate Planning Center에선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에 수반되는 상속, 기업승계 등에 관련된 법률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 후계자를 대리해 유류분 반환 대상인 주식가치를 증여 당시의 가치(상속개시시 가치의 14%)로 한정시킨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특별팀 12개로 늘어

박재필 대표는 "TF는 법률 수요의 현안별로 대응하는 특별팀"이라며 "메이저 로펌들이 장악하고 있는 자문시장에서 일종의 틈새시장을 파고든 셈인데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바른의 비밀병기인 특별팀은 2024년 현재 12개로 늘어났다.

물론 최근 뚜렷한 상승 커브를 그려가고 있는 바른의 성장세는 지분파트너, 워킹파트너, 어소시에이트, 스태프 등 크게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바른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일구어낸 시너지의 결과다. 또 바른의 발전을 얘기하면서 3년째를 맞은 박재필 총괄대표에서 이동훈, 이영희 경영 담당 대표로 이어지는 바른 집행부의 설득과 공감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로펌은 일반 주식회사 조직과 달라서 로펌 지휘부에 누구를 좋은 자리에 앉히고 누구를 험지에 보낼 수 있는 인사권이 없어요. 특정 파트에 돈을 퍼주거나 할 수도 없습니다.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로펌 바른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동훈, 이영희 두 경영 담당 대표가 정말 수고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어 "조화와 존중이라는, 25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바른 특유의 문화가 있다"며 "사안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는 있어도 설득이 안 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박재필 대표의 '두발자전거론'

설득과 공감이 박 대표가 바른을 이끄는 경영의 요체라면, 박 대표가 추구하는 또 하나의 로펌 경영 철학은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는 '두발자전거론'이다.

박 대표는 "바퀴를 돌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두발자전거처럼 로펌도 끊임없이 조직을 활성화해야 정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하고, "특히 젊은 파트너들한테는 TF 구성 등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고, 바른에서도 이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26년 전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송무 전문 로펌으로 출발했다. 이후 검찰 출신과 기업자문 변호사들이 가세하며 종합 로펌으로 발전한 한국의 '톱 10' 중 한 곳으로, 검경의 수사 대응을 포함한 송무에서 자문 쪽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 전관 출신 파트너들이 주도하던 설립 초기, 한국 로펌 중 최고 수준의 지분파트너 1인당 수익(PEP)으로 유명했으며, 파트너들이 직접 사건을 처리하는 오래된 전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상당한 경력의 파트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통해 높은 수준의 솔루션을 담보하고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방지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파트너의 직접 업무수행은 바른의 창업정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23 RPL 4억 4,641만원

물론 꾸준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PEP나 변호사 1인당 매출(RPL)은 종전에 비해 줄어든 게 사실이다. 2023년 매출을 지난해 말 기준 237명의 한국변호사 수로 나눈 2023년 RPL은 4억 4,641만원으로 한국 로펌 중 9위다.

박재필 대표는 이에 대해 "변호사가 늘고, 특히 자문 분야의 파트너가 추가되면서 PEP나 RPL 등의 지표가 낮아진 면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법인의 규모가 커지며 발전하고 있다는 건강한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재조 출신 변호사와 함께 바른의 또 하나의 축으로 확대되고 있는, 어소 변호사로 입사하여 파트너로 성장한 젊은 변호사들의 역량과 사건 수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른의 지향점을 잡고 있다"고 역설했다.

"바른이 지난해 매출 1천억원을 달성했는데, 이제 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해서 매출 2천억원까지 갈 수 있느냐 그 출발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바른이 의미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익대상 · 법조봉사대상 수상

2017년 사단법인 정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공익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월 대한변협으로부터 제12회 단체부문 변호사공익대상을 받았다. 사단법인 정은 비슷한 시기에 법조협회로부터 제22회 법조봉사대상을 받았다. 비약적인 매출 증가와 함께 변호사 공익활동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바른의 고무적인 모습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