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필로폰 투약 유죄 불구 연락용 휴대전화까지 몰수 잘못"
[형사] "필로폰 투약 유죄 불구 연락용 휴대전화까지 몰수 잘못"
  • 기사출고 2024.01.3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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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범죄에 실질적 기여 단정 어려워"

마약류 투약 사범에게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재판부가 마약류 제공자와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한 휴대전화까지 몰수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월 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 대마)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5723)에서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같이 판시, A씨에게 징역 1년과 아이폰 휴대전화 몰수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3월 24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전날 B씨가 무상으로 보낸 대마 2g을 택배 서비스를 통해 받은 뒤, 수수한 대마 중 약 1g을 다음 날 새벽 집 베란다에서 흡연하고, 3개월 뒤인 2020년 6월 12일 인천 남동구의 한 건물 옥탑방에서 B씨로부터 필로폰 약 0.07g이 든 주사기 1개를 무상으로 받아 이 건물 계단 부근에서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A씨가 B씨와 연락할 때 사용한 아이폰 1대를 몰수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하면서 범행에 직접 제공하거나 사용한 물건이 아니니 휴대폰 몰수도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휴대전화는 이 사건 공소사실 범행 수행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물건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형법 48조 1항 1호는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전 대법원 판결(2006도4075 등)에 따르면,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은 범죄의 실행행위 자체에 사용한 물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행위 착수 전 또는 실행행위 종료 후 행위에 사용한 물건 중 범죄행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물건까지도 포함한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의 휴대전화가 A씨의 마약류 투약 범죄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휴대전화를 몰수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휴대전화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피고인이 대마 수수 · 흡연 범행과 관련하여 2020. 3. 23.경 B와 문자메시지를 몇 차례 주고받은 것과 필로폰 수수 · 투약 범행과 관련하여 2020. 6. 12.경 B와 1회 통화한 것이 전부이므로, 마약 등의 수수 및 흡연(투약)을 본질로 하는 이 사건 범죄의 실행행위 자체 또는 범행의 직접적 도구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2020. 8. 5. 이 사건 범행으로 체포되기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휴대전화를 일상적인 생활도구로 사용하던 중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상대방과의 연락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이용한 것일 뿐 범행의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목적 · 수단 · 도구로 사용하기 위하여 또는 그 과정에서 범행 · 신분 등을 은폐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 명의로 개통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등 이 사건 범죄와의 상관성은 매우 낮은 편이어서 이를 몰수되지 않으면 다시 이를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범행의 목적 · 수단 · 도구로 이용하여 동종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휴대전화의 압수 조치는, 이 사건 범죄사실의 각 범행일시 특정을 위해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 등에 관한 확인이 필요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있어 압수를 계속할 필요성이 보이지 않고 제1심 역시 같은 이유로 가환부 결정을 하는 등 휴대전화의 증거가치 혹은 관련 · 동종의 범행 예방 차원에서 피고인의 점유 내지 소유권을 박탈할 필요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은 3세에 부모 이혼 후 조부모 아래에서 성장하였고, 현재 아내와 딸은 중국에 거주하지만 그들을 비롯한 친인척과는 교류가 거의 없이 단지 휴대전화로 중국 메신저(위챗)를 통해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보여, 휴대전화는 단순히 금전적 · 경제적 가치를 넘어 피고인이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자 지인의 연락처 · 금융거래 및 각종 계정 등 다수의 개인정보와 전자정보가 저장된 장치로서 피고인에게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에 필수불가결한 물건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휴대전화는 비록 최초 압수 당시에는 몰수 요건에 형식적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수사 및 재판의 진행 경과와 이를 통해 밝혀진 사실관계에 비추어 범죄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밝혀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뿐만 아니라, 범죄 실행에 사용된 정도 · 범위 · 횟수 · 중요성 등 범죄와의 상관성 · 관련성에 비추어, 범죄와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인격적 법익에 관한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는 사적 정보저장매체로서의 휴대전화가 갖는 인격적 가치 · 기능이 이를 현저히 초과한다고 볼 수 있어, 몰수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정도가 지나치게 큰 편이라는 점에서도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