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지하주차장 '통로 주차' 차량 지붕에 플라스틱 주차금지 입간판 올려…재물손괴 무죄
[형사] 지하주차장 '통로 주차' 차량 지붕에 플라스틱 주차금지 입간판 올려…재물손괴 무죄
  • 기사출고 2024.01.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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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승용차 손상 단정 어렵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12월 14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지정 주차구역이 아닌 내부 통로에 주차한 차량의 지붕에 플라스틱으로 된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려놓았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2022노1151)에서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월 29일 오후 7시 12분쯤과 다음날인 30일 오후 2시 56분쯤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창에서 B씨의 승용차가 통로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자 차량 지붕 위에 플라스틱 재질의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려놓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의 차량이 상습적으로 지하주차장 통행로 등에 주차되어 있어서 관리실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별다른 개선이 없자, 직접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행동을 벌였다.

B씨는 이에 대해 형사고소로 대응했다.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A씨가 입간판을 차량 위에 올리는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또 지붕 위에 긁힌 자국이 생겼다며 증거사진과 함께 인근 공업사에서 제출한 35만원 상당의 수리 견적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2021. 1. 29 및 같은 달 30.경 피해자의 승용차 지붕의 정중앙 부근에 바닥면이 둥근 형태의 플라스틱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려놓은 점, 피해자의 승용차 지붕 위에 긁힌 자국이 있는 점 등은 인정되나, ①피고인이 피해자의 승용차에 올려둔 입간판은 각지거나 모서리가 없는 둥근 형태로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 무게도 매우 가벼운 것으로 보이는 점, ②피고인이 피해자의 승용차 지붕에 입간판을 올려두는 각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입간판을 들어서 그대로 승용차 위에 올려둘 뿐 입간판을 승용차 지붕 위에서 끌거나 당기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③피해자는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용차 지붕에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린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 2021. 7. 20. 공업사에서 작성한 35만원 상당의 견적서를 제출하였을 뿐, 별도로 위 승용차를 수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점, ④검사가 제출한 피해자의 승용차 사진만으로는 피고인이 입간판을 올려둔 부위와 피해자의 승용차에 긁힘이 발생한 부분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점, ⑤피해자 차량의 긁힘 부분을 촬영한 사진에 의하더라도 그 긁힘 부분이 매우 경미하여 승용차의 이용에 지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승용차의 효용을 해하는 손상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인용한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에 따르면,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인지는 재물 본래의 용도와 기능, 제물에 가해진 행위와 그 결과가 재물의 본래적 용도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가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