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보세창고도 거래에서 수량 불일치 불구 신용장대금 지급하다가 거절 잘못"
[무역] "보세창고도 거래에서 수량 불일치 불구 신용장대금 지급하다가 거절 잘못"
  • 기사출고 2024.01.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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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신용장에 기재된 물품의 수량, 중량과 선하증권에 기재된 그것이 일부 불일치하더라도 신용장 개설은행에서 서류상의 불일치를 무시하고 신용장대금을 결제해왔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상 수량, 중량의 불일치를 이유로 신용장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량으로 수입된 매매목적물이 보세창고에 보관되는 도중 다수의 매수인에게 분할매도되는 보세창고도(保稅倉庫渡) 거래(Bonded Warehouse Transaction)에서의 판결로, 거래 상대방의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19-3부(재판장 이원석 부장판사)는 12월 6일 주식회사 STX의 일본 현지법인인 STX 저팬이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신용장대금 청구소송의 상고심(2022나2037579)에서 이같이 판시, 중소기업은행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는 원고에게 신용장대금 1,781,965.09달러를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STX 저팬은 STX가 해외공급자로부터 수입한 알루미늄 주괴를 STX로부터 매입한 후 이를 A사에 분할매도하고, A사는 STX 저팬을 수익자로 하여 중소기업은행이 발행한 신용장으로 그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거래를 해 왔으나, 2018년 11∼12월 A사의 요청으로 발행한 9개의 신용장 대금 1,781,965.09달러에 대해 중소기업은행이 포장명세서상 순중량 · 총중량과 포장 수량이 선하증권과 상이하다는 이유 등으로 지급을 거절하자 같은 금액의 신용장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급이 거절된 9개의 신용장은 A사를 개설의뢰인으로, STX 저팬을 수익자로 상품명세를 PRIMARY ALUMINIUM INGOT P1020A로 하여 발행되었다.

재판부는 "수익자로부터 화환어음을 매입하여 그 소지인이 된 원고가 계속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신용장조건과 일부 불합치한 서류를 신용장개설은행인 피고은행에게 제시하여 피고은행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없이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아 왔다면,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서류의 불합치를 무시하고 신용장대금을 결제하여온 피고은행의 계속적인 언동을 신뢰하고 같은 정도의 불합치가 있는 상업송장 등 서류도 피고은행에 의하여 거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이를 수익자로부터 매입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은행이 이 사건 신용장의 거래에서 유독 위와 같은 서류의 불합치를 이유로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부한 것은 상대방의 신뢰와 이익을 전혀 배려하지 아니한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697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원고로서는 이 사건 거절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것으로 신뢰하고 A사와 거래를 계속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신용장에 의한 거래에서만 유독 이 사건 거절사유를 들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원고의 신뢰와 이익을 배려하지 않은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거래는 주식회사 STX가 해외공급자로부터 알루미늄 주괴를 대량으로 수입하여 이를 보세창고에 보관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매도하고, 원고가 주식회사 STX로부터 매입한 알루미늄 주괴를 소량으로 분할하여 A사 등 국내 중소기업에 매도한 다음 신용장으로 대금의 지급을 보증받고 보세창고에서 분할된 수량의 알루미늄 주괴를 인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른바 보세창고도 거래"라고 지적하고, "이 사건 거래에서 선하증권은 주식회사 STX가 해외공급자로부터 알루미늄 주괴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운송인에 의하여 발행되는 것이지만, 신용장은 A사가 원고로부터 알루미늄 주괴를 소량으로 분할하여 매수하는 과정에서 그 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발행되는 것이므로, 선하증권에 기재된 알루미늄 주괴의 수량, 중량과 신용장에 기재된 알루미늄 주괴의 중량 및 수량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A사는 약 10여년 전부터 위와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하여 왔고, 피고 측 담당 직원은 이 사건 거래가 보세창고도 거래여서 신용장에 기재된 물품의 수량, 중량과 선하증권에 기재된 그것이 불일치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해당 신용장에 수량, 중량 불일치 허용 문구를 기재할지 여부는 담당 직원의 성향에 좌우된 것으로 보이나, 그러한 수량, 중량 불일치 허용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신용장 거래의 경우라도 피고가 그러한 불일치를 이유로 원고에게 신용장대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는 종전에는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하여 그 신용장에 '수량, 중량 불일치 허용 문구'가 기재된 경우(약 240건)와 기재되지 않은 경우(약 162건)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원고에게 그 신용장대금을 모두 지급해 왔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신용장 조건과 선하증권의 수량, 중량 불일치 등 하자를 통보하거나 하자수수료(Discrepancy Fee)를 차감한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사실도 없다.

재판부는 "이처럼 원고로서는 신용장에 기재된 물품의 수량, 중량과 선하증권에 기재된 그것이 불일치하더라도 피고가 신용장대금을 그대로 지급할 것으로 신뢰하고 A사와 이 사건 거래를 계속하였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A사가 2018. 12.경 폐업하여 신용장대금을 제대로 결제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갑자기 기존의 태도를 바꾸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거절사유를 들어 신용장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는바, 피고의 이러한 태도는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사법상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광장이 STX 저팬을 대리했다. 중소기업은행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