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원자재 입고 확인 않고 선급금 지급 승인한 현대자산운용…펀드 투자자에 손해배상하라"
[상사] "원자재 입고 확인 않고 선급금 지급 승인한 현대자산운용…펀드 투자자에 손해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4.01.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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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선관주의의무 위반"

자산운용사가 원자재가 입고되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선급금 지급을 승인해 펀드 투자자가 원금 손실을 입었다. 대법원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1월 30일 투자자인 메가스터디와 손주은 회장이 현대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9다224238)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6억 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자산운용은 2013년 1월 투자신탁 형태의 만기가 3년인 펀드를 설정하고, 신탁업자인 A사와 이 펀드에 관한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메가스터디와 손 회장은 이 펀드에 80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구리 중개업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B사를 설립해 B사가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A사가 인수하고, B사는 사채인수금으로 구리 중개업을 영위하여 그 수익으로 사채 원리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계약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은 B사의 사채인수금, 출자금, 원자재 매매대금 등 모든 수입이 입금되는 수입계좌의 금전 인출을 관리해야 하고, 이때 보안업체의 원자재 입고 물량 확인과 회계법인의 지급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원자재 매입대금의 결제를 위한 자금이체를 할 수 있다.

B사는 그러나 구리 원자재를 공급받아오던 국내 중개상인이 10억원의 선급금 지급을 요청하자 2013년 9월 현대자산운용의 동의를 얻어 이 중개상인에 선급금 10억원을 지급했으나, 이 중개상인은 B사에 3억 9,400여만원 상당의 구리 원자재만 공급하고, 나머지 605,215,720원의 구리 원자재를 납품하지 않았다.

이에 A사는 B사 대표이사의 배우자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피담보채무를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계약과 신주인수권부사채에 의해 B사가 현재와 장래에 A사에 대해 부담하는 모든 채무'로 정해 채권최고액 3억원, 채무자 B사로 된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이어 B사부터 구리를 매입하던 C사가 2014년 1월 B사의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인수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구리 중개 사업자가 변경되었으나, C사는 이후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고, 현대자산운용은 2015년 6월 C사에 기한이익 상실을 통보했다. 메가스터디와 손 회장은 2016년 4월 A사가 설정한 근저당권의 임의경매절차 배당금 중 1억 7,400여만을 펀드의 일부 해지 상환금으로 수령했으나, 결과적으로 투자원금 대비 10억 9,000여만원을 회수하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펀드를 운용하면서 '입고 후 결제방식'(B사가 구리를 매입할 때 구리가 창고로 반입된 후에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따라 구리 대금을 지급하도록 자금을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선급금 지급을 승인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집합투자업자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64조 1항 본문은 "금융투자업자는 법령 · 약관 · 집합투자규약 · 투자설명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79조는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자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여야 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투자신탁을 설정한 집합투자업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집합투자재산을 어떻게 운용하여야 하는지는 관계 법령, 투자신탁약관의 내용, 그 시점에서의 경제 상황 및 전망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5다69853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원고들의 투자원금 미회수액 1,090,118,825원 중 605,215,720원 상당은 선급금 사고에 대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불법행위에서 손해발생의 시점,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사채에 대한 B사의 원금 상환 여부는 피고가 관리하는 B사의 수입계좌에 입금된 금원에 의하여 담보된다"며 "피고가 입고 후 결제방식을 준수하여 선급금의 지급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605,215,720원 상당의 금원은 수입계좌에 계속 보유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C사가 B사의 자산 및 부채를 양수하여 구리 중개 사업자가 변경되었으나, C사는 B사의 이 사건 사채 발행에 따른 채무를 인수하였고 C사의 사업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방식도 종전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선급금 사고로 인하여 605,215,720원이 C사의 사업계좌로 이전되지 못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펀드는 전액 원고들의 투자액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C사의 사업계좌로 이전되지 못한 605,215,720원 상당의 사채원리금 상환 부족분 손실은 원고들에게 전가되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피고를 통하여 이 사건 사채에 관한 환매청구권을 조기에 행사하여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거나 구리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C사의 사업 수익에 주된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정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될 요소"라며 "이를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와 원고들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단절하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이 메가스터디와 손 회장을 대리했다. 현대자산운용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