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4년간 일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일방적 계약 종료…부당해고"
[노동] "4년간 일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일방적 계약 종료…부당해고"
  • 기사출고 2024.01.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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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월 21일 약 4년간 KBS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신규인력 충원을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된 A씨가 "KBS의 근로자임을 확인하라"며 KBS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22225)에서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부당해고를 인정,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5년 10월 31일 한국방송공사(KBS)와 프리랜서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계약을 거듭 갱신하며 약 4년간 KBS 강릉방송국과 춘천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 업무와 텔레비전 · 라디오 뉴스 진행, 내레이션 업무 등을 수행해왔으나, KBS가 2019년 7월 7일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신규인력이 충원되었음을 이유로 A씨에게 더 이상 일을 주지 않자 A씨가 소송을 냈다. A씨는 "KBS와 체결한 계약의 형식은 프로그램 출연계약이나,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A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KBS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원고는 2015. 11. 2.부터 2019. 7. 7.까지 피고에 의하여 배정된 방송편성표에 따라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라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피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해온 점, 원고가 피고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 이외에 별도로 방송출연을 하였다는 자료를 찾기 어렵고, 평일에는 강릉방송국, 주말에는 춘천방송국으로 출근하면서 모든 방송 스케줄 및 주말 당직 근무를 소화하였으며, 단체 카톡방을 통해서 각자의 방송 일정을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다른 아나운서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수시로 이를 대체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전속되어 있었다고 봄이 합리적인 점,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은 급여는 원고가 진행한 프로그램에 대한 건별 대가로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원고의 출퇴근시간은 피고가 편성한 방송스케줄에 따라 정해졌고, 원고의 휴가일정이 피고에게 보고 · 관리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프리랜서 프로그램 출연계약에서 정한 기간(신규 인력 채용 또는 프로그램 개편시까지) 동안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기로 한 근로자, 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말하는 기간제근로자인데, 피고는 계약을 거듭 갱신하면서 원고를 2015. 11. 2.부터 2019. 7. 7.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하였으므로, 원고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기간제법 제4조 제2항)"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신규인력을 채용함으로써 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음을 이유로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여 사실상 해고하였는바,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므로 피고가 기간만료 사유로 들고 있는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바, 해고는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법무법인 중심이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