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2023년, 법률시장에선 분야별로 명암이 엇갈리지만, 주요 로펌의 변호사들은 딜을 추진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국내외 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리걸타임즈가 Corporate and M&A, 금융, 인사노무, 조세, 공정거래, 송무, 국제중재, 국제분쟁, 건설, 부동산, Family Law, 보험, 해상, IP, 게임 · 엔터테인먼트, TMT 등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와 리걸테크에서 2023년을 빛낸 '2023 올해의 변호사(Lawyers of the Year)' 19명을 선정, 그들의 활약상과 성공 노하우를 조명한다.
"특허소송은 기술로부터 시작하여 이를 법의 언어로 바꾸어 재판부를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기술과 법이 만나는 접점에 있는 사건이라고 할까요."
한국의 지식재산권(IP) 전문 변호사를 소개할 때 얼른 이름이 나오는 변호사 중 한 명인 김운호 변호사는 IP 사건 경력이 근 20년에 이른다. 서울고법 지식재산권 전담부 판사와 대법원 지식재산권 전담조 재판연구관을 거쳐 2009년부터 법무법인 광장 IP 그룹에서 활약하고 있다.
수많은 업무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러 로펌이 서로 상대방을 대리해 치열한 공방을 벌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정수기 특허분쟁을 그가 광장 IP팀을 이끌며 활약한 2023년의 승소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코웨이를 대리한 김 변호사팀에선 청호나이스가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특허권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한 450억원 상당의 얼음정수기 관련 특허침해소송은 막아내고, 반대로 코웨이가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살균정수기 특허침해소송과 관련해선, 코웨이의 특허가 유효하다는 특허심판원 결정을 받아 방어와 공격에 모두 성공하는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살균정수기 특허 인정받아
특히 청호나이스가 선공에 나선 얼음정수기 특허소송은 1심에서 청호나이스가 일부청구로 요구한 100억원의 손해배상이 모두 인정되어 코웨이가 패소한 상태에서 항소심부터 코웨이를 맡아 역전승한 결과여서 김 변호사에겐 한층 값진 승리가 되었다.
"1심에선 다른 로펌에서 코웨이를 대리했는데, 청호나이스의 얼음정수기 특허가 유효한 것으로 이미 확정판결이 난 상황이어 청호나이스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고, 코웨이 정수기의 기술사상이 청호나이스의 특허와 다르기 때문에 특허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변론을 집중했어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김 변호사 팀의 주장을 받아들여 "냉수를 미리 만든 후 이렇게 만들어진 냉수로 제빙을 하는 것이 청호나이스가 가진 특허의 핵심이지만, 코웨이 제품은 냉수를 먼저 만들어 제빙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빙원수로 들어온 물을 바로 얼려서 제빙하는 방식이기에 특허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청호나이스의 청구를 기각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에 있다.
김운호 변호사는 "이전 재판에서 진 사건은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이에 걸맞은 적확한 법리로 대응해야 해 실질적으로 공격방어 방법이 제한되고 그만큼 힘이 더 드는 어려운 사건일 수밖에 없다"며 "의뢰인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사실관계의 정확한 재확인, 팀원 변호사들과의 치열한 문답과 토론을 통한 새로운 전략의 발굴이 주효했다"고 역전승의 비결을 소개했다.
사리원, 해운대암소갈비 소송 승소
하지만 이기기 힘든 사건일수록 보람은 더 큰 법. 김 변호사는 얼음정수기 사건 외에도 이른바 '사리원' 상표 무효소송의 상고심에 투입되어 특허법원 판결을 뒤집고 북한의 황해도에 위치한 지명인 '사리원'이 포함된 서비스표는 특정 업체가 독점할 수 없다는, 즉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 분쟁을 해결했다. 또 '해운대암소갈비' 부정경쟁행위소송에선 1심 패소 후 서울고법의 항소심부터 사건을 맡아 1심과 달리 철판 가장자리 부분에서 감자사리를 끓여내는 영업표지를 모방해 같은 상호로 갈비집을 운영하면 부정경쟁행위가 된다는 판결을 받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게 하는 등 그의 승소사례 중엔 이미 진 사건을 상급심에서 맡아 승소로 뒤집은 사건이 특히 많다.
김 변호사는 최근 증가하는 IP 분야의 새로운 분쟁으로 기술유출 관련 분쟁을 꼽았다. 그의 업무파일에도 한국콜마 영업비밀 침해금지소송 등 기술유출의 피해자를 대리해 이긴 사건과 전직금지약정의 무효 판단을 받은 사건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김운호 변호사는 2023년 3월부터 IP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지적재산권협회(KIPLA) 회장을 맡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