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불륜을 의심한 아내가 남편 휴대전화에 몰래 자동녹음기능을 켜뒀다. 이 경우 남편과 아내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을 남편의 범죄 증거로 쓸 수 있을까.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월 14일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편 A씨 등 3명에 대한 상고심(2021도2299)에서 A씨와 아내의 통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 A씨 등에게 징역 10개월 또는 1년 2월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 3명은 2019년 3월 13일 실시된 부산의 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서 선거인이나 그 가족 14명에게 18회에 걸쳐 합계 약 400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고, 법이 허용하지 않는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했고, 다수의 통화녹음 파일을 입수해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A씨의 아내인 B씨가 A씨의 불륜을 의심해 A씨 몰래 A씨 휴대전화의 자동녹음기능을 활성화했고, 이로 인해 A씨의 전화통화 내용이 모두 녹음되었다. 재판에선 이중 A씨가 아내 B씨와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다. A 등 피고인들은 이에 대해 상고 이유로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법원은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A씨와 아내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먼저 "증거수집 절차가 개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그러한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B가 A의 동의 없이 A의 휴대전화를 조작하여 통화내용을 녹음하였다는 점에서 B가 A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B는 전화통화의 일방 당사자로서 A와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A의 발언 내용을 직접 청취하였으므로, B가 A와 사이의 통화내용을 몰래 녹음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A의 사생활의 비밀, 통신의 비밀, 대화의 비밀 등이 침해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인격적 이익의 침해 정도도 비교적 경미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B는 통화내용이 A의 휴대전화에 녹음되도록 하였을 뿐, 그 녹음파일 등을 제3자에게 유출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 행위는, 피고인들이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하여 선거인을 매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것으로 이른바 '돈 선거'를 조장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며 "선거범죄는 대체로 계획적 · 조직적인 공모 아래 은밀하게 이루어지므로, 피고인들의 공모관계를 비롯한 구체적 범행 내용 등을 밝혀 줄 수 있는 객관적 증거인 위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B가 A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여 통화내용을 녹음하였더라도, 위 전화통화 녹음파일 중 B와 A 사이의 전화통화 부분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심이 위 전화통화 녹음파일 중 B와 A 사이의 전화통화 부분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위법수집증거,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