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Law] 기술 기업 M&A 체크 포인트
[IP Law] 기술 기업 M&A 체크 포인트
  • 기사출고 2024.01.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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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분쟁 이슈를 중심으로

A사는 요즘 고민이 많다. 신생기업이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해외에서의 매출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국내 기업 B사를 발굴하여 인수하고자 하는 상황인데, B사가 최근 해외 메이저 경쟁사로부터 특허침해를 이유로 경고장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였고, B사 내부적으로도 경쟁사가 보유한 특허와 비교하여 주요 제품에 대한 특허분쟁 리스크가 어느 정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눈치이다. 아직은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매출 규모가 미미하지만 향후 매출 규모가 더 확대되면 경쟁사들로부터 특허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A사는 B사의 인수를 결정하기 전에 이러한 IP 분쟁 리스크와 관련하여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검토해야 할까?

1. 해외로 나아가는 한국 기술 기업

한국 기술 기업들의 해외로의 시장 확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기술과 밀접한 산업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의 선도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쌓아온 탄탄한 기술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런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에 비해 IP 권리 확보와 IP 포트폴리오 확장에 일찌감치 신경을 써온 경우가 많다. 따라서 후발주자로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술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경우, 이러한 선도 업체들로부터 본인들이 미리 확보해둔 IP를 침해한다고 견제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소송비용도 걱정이지만, 만약 패소하기라도 한다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거나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최희준 변호사(좌), 이윤창 변리사
◇최희준 변호사(좌), 이윤창 변리사

2. 실사 단계에서의 IP 리스크 검토

M&A 과정에서의 실사(Due Diligence)는 일종의 건강검진이다. 인수 내지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하 '대상회사')의 법률적, 재무적 리스크를 제한된 시간 내에 확인하여야 한다. 실사 결과에 따라 파악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나, 감당할 만한 리스크라고 판단되면 향후 해당 리스크가 현실화될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를 매도인 또는 대상회사와 논의하고 이를 계약서에 반영한 후 거래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IP 실사라고 하면, 국내외 보유 지식재산권 현황, 지식재산권 관련 라이선스 현황, 영업비밀의 관리 현황, 주요 종업원의 전직 과정의 영업비밀 유입 및 유출 리스크, 국가연구개발과제 혹은 다른 기업과의 공동 기술개발 현황, 직무발명에 관한 규정이나 보상 내용, 국가핵심기술 이슈 등의 검토를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은 한국의 기술 기업, 특히 해외에서의 매출 비중이 높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 IP 분쟁, 특히 해외에서의 IP 분쟁 가능성에 대해 상세한 분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략하거나 약식으로 실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제한된 실사기간 내에 모든 IP 이슈를 검토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 기업의 가치가 IP와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IP와 기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대상회사의 비즈니스 상황까지 파악하여 검토 범위의 강약을 조율하는 등 많은 고민을 하여 관련 이슈를 파악하는 것은 해당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해외 경쟁사들이 보유한 IP 관련 분쟁 가능성이나 관련 분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있는 실사를 위해서는, 대상회사의 주요 IP의 해외 국가별 권리 확보 현황 및 효력 범위, 해외 국가별 IP 소송의 절차와 특징, IP 소송이 대상회사의 비즈니스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대상회사 기술분야에 있어서의 과거 및 현재의 글로벌 IP 분쟁 현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 제기 시부터 침해금지명령 발부 시까지의 소요기간이 짧다. 특히 독일의 경우 피고가 1심에서 패소하게 되면, 원고가 일정 공탁금을 납부하는 경우 피고가 항소하더라도 피고는 해당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피고 입장에서는 이후 항소심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 미국의 경우 소송 대응에 지불되는 비용과 패소 시 배상금액이 가히 천문학적이다.

침해금지명령 발부 소요기간 짧아

최근 한국 회사들에 대한 견제의 방편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의 특허소송은, 연방지방법원 특허소송이 통상 2~4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반하여, 불과 16~18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IP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ITC가 즉시 침해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으므로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막대하다.

3. 계약서 작성시 고려사항

다시 A사 사례로 돌아와 보자. 실사를 통해 IP 리스크를 검토한 결과 A사는 IP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B사를 인수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는 실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IP 리스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하여 계약서에 세밀하게 반영할 차례이다.

우선 B사가 경고장을 받은 사안과 관련해서는, 거래종결 전에 B사가 경고장을 보낸 경쟁사와 미리 협의해 필요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으로 계약서에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IP 분쟁은 사전협의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경고장을 수령하거나 소송이 계류 중인 경우 등과 같이 계약체결 시점에 분쟁이 표면화되지 않았더라도, 인수 이후에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사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unknown risk) 이러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결국 계약서에 당사자들 간 책임분담을 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계약적으로는 매도인으로 하여금 대상회사가 영업에 필요한 IP를 어떠한 제한도 없이 온전히 보유하고 있고, 제3자의 IP를 침해하고 있는 바가 없으며, 제3자로부터 관련 소송 및 분쟁이 제기되거나 제기될 우려가 없다는 내용의 진술 및 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을 하도록 하여, 향후 위반이 발견되는 경우 매도인이 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되, 현재 분쟁이 진행 중에 있거나, 분쟁이 제기될 구체적인 우려가 있는 등 알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공개목록(Disclosure Schedule)에 기재함으로써 관련한 매도인의 진술 및 보장 위반 책임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도록 하는 구조가 전형적이다.

진술 및 보장의 범위

다시 사례로 돌아와 B사를 인수하려는 A사 입장에서야 매도인에게 B사의 IP 관련 상세하고 폭넓은 진술 및 보장(공개목록에 기재하는 예외 항목을 최소화)을 하도록 하고, 향후 위반이 발견되는 경우 제한 없이 전부 책임져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장 간단할 것이나, 매도인 입장에서는 반대로 진술 및 보장 범위를 최소화하고 위반에 따른 책임범위도 제한하여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도인이 특정 이슈에 대하여 무제한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으나(특히 공개목록에 기재한 이슈나 양 당사자가 알고 있는 이슈 중 중요한 사항 즉, 소송에 패소하는 등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기간, 금액의 제한 없이 또는 다른 일반적인 IP 관련 진술 및 보장과는 차별화하여 보다 넓은 범위에서 매도인이 책임을 지기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통상 '특별면책'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는 거래종결 후 일정 기간 내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일정한 금액 한도 내에서만 매도인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책임범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특히 이러한 당사자간 책임분담범위를 협상하는 단계에서는 향후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을 때 대상회사가 입게 될 손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를 구체적으로 계량화하여 당사자들 간에 협상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A사 사례에서 B사가 경고장을 받은 경쟁사와의 IP 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실제로 B사의 제품들 중 어떤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되는지, 또는 전면 생산이 중단될지, 문제된 IP와 관련한 일부 부수적인 기능만 제거하고 생산이 가능한지 등에 따라 현실적인 손해 예상액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특허분쟁의 경우 일방 당사자의 전부 승소 또는 전부 패소, 특허의 무효나 취소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소송은 분쟁과정에서 양 당사자가 협의하여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합의(settle)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즉,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양 당사자가 상호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상 메커니즘을 계약서에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4. 거래 종결 후 PMI

거래가 종결되었다면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Buyout을 주요한 목표로 하고 있는 PEF들의 경우 기술 기업을 인수한 직후 IP 리스크를 추가적으로 보다 면밀히 진단하고,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포트폴리오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를테면 특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분쟁 가능성이 있는 경쟁사의 특허 범위를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회사가 출시 예정인 제품에 대한 우회 설계를 통해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고, 경쟁사들의 공격에 대비해 반격할 수 있는 해외 IP를 보강하거나 제3자로부터 IP를 매입할 수도 있다.

회사를 인수하고 이를 매각하는 과정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기술 기업의 경우 특히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IP 분쟁 요소를 정확히 발견 및 파악하여 이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계약서에 반영하고, 회사 인수 후에는 관련 리스크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M&A의 성패를 좌우한다. 모쪼록 기술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필자들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최희준 변호사, 이윤창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heejun.choi@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