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블랙프라이데이 · 광군제 같은 판매촉진행사의 합리적 규제 방향
[공정거래] 블랙프라이데이 · 광군제 같은 판매촉진행사의 합리적 규제 방향
  • 기사출고 2024.01.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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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 납품업체 윈윈 방안 논의 필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은 2011년 제정 당시부터 제11조에서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과 사전 서면 약정 없이 납품업자 등에게 판매촉진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1 내지 4항에 의하면, 대규모유통업자는 판매촉진행사 실시 전에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납품업자등과 서면으로 약정해야 하고, 비용분담비율은 판매촉진행사를 통하여 직접적으로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의 비율에 따라 정하되, 납품업자 등의 판매촉진비용 분담비율은 100분의 50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행위의 중지, 향후 재발 방지 등의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납품대금이나 연간 임대료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제32조, 제35조). 또한 대규모유통업자는 법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를 납품업자 등에게 배상할 책임도 부담한다(제35조의2).

판매촉진비용 분담비율 50/100 초과 불가

판매촉진비용의 부담 전가를 제한하는 취지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임의로 판매촉진행사를 기획하고 그 비용을 전적으로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키더라도 납품업자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판매촉진활동을 빙자한 부당한 판매촉진비용의 부담 강요를 방지하고 사후 분쟁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19. 9. 5. 선고 2018누63428 판결, 확정).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대규모유통업자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구두로만 판매촉진비용 부담 등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뒤 판매촉진행사 실시에 임박하여 위 약정을 철회 · 변경하거나 약정사항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사전에 약정 내용을 명백히 함으로써 약정사항이 불분명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납품업자등의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누52407 판결, 확정).

◇홍기만(좌) · 황병호 변호사
◇홍기만(좌) · 황병호 변호사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에 따르면 납품업자등이 자발적으로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요청하여 다른 납품업자등과 차별화되는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려는 경우에는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등과 상호 협의하여 판매촉진비용의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제1 내지 4항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법원은 리딩케이스가 된 사건(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두52044 판결)에서 '자발성' 요건에 관하여, "납품업자 등의 요청이 자발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에게 판매촉진행사를 강제하지 않았다거나 납품업자 등의 동의가 있었다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유통업자의 실질적 관여나 개입 없이 납품업자등이 먼저 독자적이고 적극적으로 판매촉진행사를 기획하여 대규모유통업자에게 그 실시를 요청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차별성' 요건에 관하여는 "판매촉진행사가 다른 납품업자등과 차별화된다고 하려면 그 행사의 내용이나 효과가 그 행사를 요청한 해당 납품업자등에게 특화되어 있어야 하고, 다른 납품업자등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거나 귀속될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예외 사유의 요건인 자발성과 차별성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대법, 자발성 · 차별성 요건 엄격 해석

대법원은 협약서에 납품업자가 판매촉진행사의 비용을 전부 부담한다는 내용을 기재한 사정만으로는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판매촉진행사의 실시를 요청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두37604 판결), 대규모유통업자로서는 납품업자의 자발적이고 차별적인 요청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제반 정황 자료를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대규모유통업법은 2018. 10. 16. 법 개정을 통하여 상품 매출액에 연동되는 임차료 등을 수취하는 대규모 임대사업자(소위 '임대을')의 경우 경제적 실질이 사실상 대규모유통업자와 동일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대규모 유통업자로 의제하여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는데(제2조의2. 다만, 상품 매출액과 무관하게 고정액의 임차료를 수취하는 소위 '임대갑' 거래는 여전히 적용대상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 11. 위 규정을 적용하여 대형 아울렛 4개사에 대하여 판매촉진행사의 사전 서면 약정 의무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판매촉진행사를 진행할 경우 소비자는 낮은 가격에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납품업체는 매출을 증대하고 재고를 소진할 수 있다. 개별 납품업자가 판매촉진행사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시하는 데에는 능력의 한계가 있고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크게 소요되는 반면, 판매촉진행사는 납품업자에게 이익이 되는 측면이 크다. 납품업자의 자발적인 요청에 따라 차별화되어 시행되는 판매촉진행사의 인정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판매촉진행사를 도왔다가 행정제재를 받을 위험성 때문에 판매촉진행사에 소극적이 되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납품업자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 판매촉진비용 부담에 관한 서면 약정을 둔 규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납품업자의 판매촉진행사에 대규모유통업자의 협조를 이끌어내어 납품업자가 그로 인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납품업자의 자발성, 차별성의 요건을 합리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된 때로부터 10년 이상 경과하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대규모유통업체와 납품업자 사이의 거래상 지위 역시 변화함에 따라,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 10. 31.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공정위 예규 제329호, 이하 '특약매입거래 심사지침') 폐지제정을 통해 법 제11조 제5항의 자발성 요건과 관련하여, 원칙적으로 대규모유통업자의 요청 없이 입점업자 등이 스스로 행사 실시 여부 및 내용을 결정하는 경우 자발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2020. 1. 1.부터 시행하였다[III. 2. 다. (3) (라)].

코로나때 가이드라인 제정

2020년 초부터 2년 이상 진행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많은 유통업체들은 매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유통업계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특약매입거래 심사지침의 [별첨]으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 적용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2020. 6.부터 적용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5항의 예외 요건 판단과 관련하여, 대규모유통업자가 자신이 정한 기간 및 주제, 홍보 방식, 고객 지원 방안 등의 정보를 납품업체에게 공지하는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판촉행사에 참여하기 원하는 납품업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하면서, 납품업자 모집은 공개모집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였다(가이드라인 2.다. 참조). 당초 2020. 12.까지 예정되었으나 납품 및 유통업계의 요청으로 2023. 12.까지 매년 유효기간이 연장되었다.

법 해석의 일관성이라는 관점에서 가이드라인의 취지와 내용은 2020. 6. 이전의 행위에도 적극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납품업자에 의한 공개 모집에 대하여 납품업자의 참여 여부가 납품업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고, 실제로 납품업자의 참여율이 가령 10%대에 그치는 정도로 저조한 수준일 경우 자발성의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심사지침 개정 행정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 10. 30.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위 특약매입거래 심사지침과 「온라인쇼핑몰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 반영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하였다. 개정안은 대규모유통업자가 행사의 기간, 주제, 홍보, 고객지원방안 등 판매촉진행사를 기획하더라도, 여기에 참여할 납품업자를 공개모집하여 자율적인 참여를 절차적으로 보장하는 경우 자발적인 행사로 인정하고, 납품업자가 자기 상품의 할인 품목, 할인 폭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 차별적인 행사로 인정하며, 행사의 종류는 직접적인 가격할인행사와 쿠폰 등 간접적 가격할인을 포함하지만, 사은품 증정행사는 포함하지 않는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판매촉진행사 가이드라인의 유효기간(~2023. 12. 31.) 이후에도 판매촉진비용 분담 요건이 완화되어 판매촉진행사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판매촉진행사의 현실을 반영한 내용으로 고무적이고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다만, 법률이 아닌 심사지침을 개정하는 것이고 행사대상도 가격할인행사로만 제한되어 있으며, 향후 심사지침의 적용범위에 포함되는지, 그 외 행사의 자발성, 차별성이 인정되는지 여전히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매년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 및 사이버먼데이, 중국에서는 광군제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여 엄청난 규모의 매출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국내 많은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통하여 해외 할인행사를 통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대규모유통업법의 판매촉진행사 규제를 합리화하여 국내 유통업체, 납품업체, 소비자들의 효익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변화된 유통시장 구조, 납품업체와 소비자들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규모유통업법에 관한 제도와 판례를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홍기만 · 황병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iman.ho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