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택시기사와 '기준 운송수입금 미달액 퇴직금에서 공제' 합의 무효
[노동] 택시기사와 '기준 운송수입금 미달액 퇴직금에서 공제' 합의 무효
  • 기사출고 2024.01.05 11: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여객자동차법 강행규정 위반"

택시회사가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기사들의 임금에서 공제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인 여객자동차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택시회사 대표인 A씨는 2020년 11~12월 퇴직한 택시기사 3명에게 모두 퇴직금 65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이들 택시기사 3명에게는 사납금제가 적용되므로 이들은 기준금에 해당되는 금원을 회사에 납입하여야 함에도 각각 4,014,700원, 7,302,600원, 6,519,300원을 납입하지 않았는바, 그 미수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들에 대한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택시기사 3명이 A씨의 회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은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을 정하는 한편, 지급한 운송수입액이 위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했다. 이 회사의 취업규칙도 운송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했고, 2018년도 단체협약에서도 운송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또 2020년도 단체협약은 월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급 미달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그러나 12월 7일 "택시회사가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기사들의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2318).

대법원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고 한다) 제21조 제1항 제2호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이하 '운송수입금'이라고 한다)의 전액에 대하여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않을 것을 운송사업자의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6조 제2항 제2호는 운수종사자는 운송수입금의 전액에 대하여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납부하지 않을 것을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이와 같이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됨을 명확히 하여 사납금제의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 제2호 등의) 신설 경위와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은 강행법규로 봄이 타당하므로 설령 이에 반하는 내용으로 사용자와 노동조합과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일정한 금액을 운송사업자에 입금하고 이를 초과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은 운수종사자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이른바 사납금제는 운송수입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운수종사자들의 임금액의 변동이 심하고, 고정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운송수입금이 적은 때에는 운수종사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고(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마477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에 여객자동차법이 1997. 12. 13. 법률 제5448호로 개정되어 이른바 전액관리제를 규정했으나 이를 우회하여 사실상 사납금제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후 여객자동차법이 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개정됨에 따라,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말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21조 1항 2호와 26조 2항 2호가 신설되어 2020. 1. 1.부터 시행되었다.

대법원은 "설령 (택시기사 3명이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각 단체협약상 규정이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는 한편, 그에 미달하는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한 취지라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인 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 제2호, 제26조 제2항 제2호에 반하여 무효"라며 "결국 사용자인 피고인은 위와 같이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근로자 3명에게 지급할 퇴직금 중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 미달 부분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