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과 법 사이 거리 멀면 튀는 판결, 문제 있는 판결"
"판결과 법 사이 거리 멀면 튀는 판결, 문제 있는 판결"
  • 기사출고 2023.12.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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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총서 다섯 번째 「법관의 길 김용담」 발간

"사법독립이라고 하는 것이나 사법에 대한 존중이나 이런 것에 대해 우선 법관들 스스로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네가 잘나서 네가 현명하다고 해서 인정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법관들 스스로가 깨닫고 있어야 해요. 법관들이 똑똑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리석기 때문에, 법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 점을 믿고서 준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법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국민들도 저 사람들은 법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야 독립을 줄 만하지요. 그렇게 가는 것이 개혁이라고 생각을 해요."

법원도서관이 최근 법원 구술총서 5 「법관의 길 김용담」을 발간했다. 2017년 진행된 김용담 전 대법관의 구술채록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법원도서관은 이번 구술총서에는 사법부 독립과 사법제도 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법관과 법조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김 전 대법관의 철학이 상세히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법원도서관이 김용덤 전 대법관의 구술을 통해 엮은 「법관의 길 김용담」을 최근 발간했다.
◇법원도서관이 김용덤 전 대법관의 구술을 통해 엮은 「법관의 길 김용담」을 최근 발간했다.

김 전 대법관은 구술에서 "법원에 대한 존경이나 경의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고 법률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법관들 스스로가 인식하고, 또 국민들도 법관이나 재판에 대한 판단을 할 적에 일단은 그 판단이나 판결과 법 사이의 거리를 살펴보고, 그 거리가 가까우면 그것은 일단 옳은 판결이고, 판결과 법 사이의 거리가 멀면 판결로서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접근을 해야 올바른 독립이 유지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물론 판결과 법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전부 다 옳은 것은 아니고, 법이 잘못돼서 법을 바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그다음의 문제고, 법하고 판결하고 사이의 거리가 먼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옳은 판단이라든지 예언자적 판결이라든가 무슨 선지자적 판결이라든가라고 칭찬을 할 게 아니라, 튀는 판결로 거리가 먼 것이고, 거리가 멀면 판결로서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을 해야 올바른 독립이 유지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또 전관예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중국의 『순자(筍子)』 「자도편(子道篇)」에 실린 '인지대행야(人之大行也)'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집에 들어와서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공손해야 하지만, 이것은 '작은 행함(小行)'이고, 윗사람에게 순종하고 아랫사람에게 돈독하게 해야 하지만 이것은 '중간 가는 행함(中行)'일 뿐이고, 도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임금을 따르지 않거나, 의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아비를 따르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큰 행함(大行)'이라고 얘기하는데, 이 얘기가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하지 말라는 말 자체는 소행하지 말라는 것인데, 소행(小行)을 못 하게 할 게 아니라 대행(大行)을 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대행하는 이런 사람들이 모인 데가 사법 집단이다, 이게 법률가다.' 이렇게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역설했다.

김 전 대법관은 후배 법조인들에게도, "법률이 그 자체로 권력적인 요소도 갖고 있고 명예 요소도 갖고 있다. 법률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남한테 좀 위세도 부릴 수 있고, 남들이 존경하는 명예도 좀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요새는 그 이상으로 돈을 벌 수도 없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결국 법률가들 본연의 업무를 해야 한다. 형평을 찾아주는 것이 그것인데, 형평을 찾아주고 남의 곤경을 벗어나게 해주고 이런 일은 꽤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한다"고 당부했다.

1947년 서울에서 출생한 김 전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11회 사법시험에 합격, 춘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차장, 광주고등법원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대법관으로 재임했다. 법원행정처장도 역임했다. 대법관 퇴임 후 법무법인 세종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제8대 규제개혁위원장, 제14대 한국법학원장, 한국신문윤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