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항소심도 "에버랜드의 시각장애인 롤러코스터 탑승 거부는 차별"
[손배] 항소심도 "에버랜드의 시각장애인 롤러코스터 탑승 거부는 차별"
  • 기사출고 2024.01.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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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정당한 이유 없어…위자료 주고 가이드북 수정하라"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들의 롤러코스터 탑승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 19-3부(재판장 배용준 부장판사)는 11월 8일 A씨 등 용인시에 있는 에버랜드에서 자유이용권을 구매한 뒤 '티익스프레스(T-EXPRESS)'로 불리는 롤러코스터 등의 놀이기구를 타려 했으나 시각장애를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한 각각 1급, 4급, 6급의 시각장애인 3명이 "놀이기구 이용 거부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2062769)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1인당 2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시각장애인 탑승 제한을 규정한 가이드북 내용을 수정하고, 판결 확정일로부터 60일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김씨 등에게 그 다음날부터 이행할 때까지 1일당 1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에버랜드 내 놀이기구 이용과 관련된 안전수칙 및 탑승제한규정 등을 정한 피고의 자체 규정인 가이드북에 따라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7종(이 사건 놀이기구들)에 대한 이용을 제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놀이기구에 탑승하는 것을 거부한바, 이 사건 차별행위는 놀이기구들의 이용이라는 용역 제공자인 피고가 원고들의 시각장애를 사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제15조 제1항에 정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차별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 사건 놀이기구들을 이용하기 위한 대기동선 이동과정 및 승하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놀이기구 사고 및 고장 등으로 인한 비상대피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으로 인하여 시각장애인의 이 사건 놀이기구들에 대한 탑승을 금지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놀이기구들의 작동방식 등에 비추어 사고의 위험성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보이고, 위 놀이기구들은 탑승자가 안전장치에 의해 좌석에 단단히 고정되어 운행되는 구조로 정상적인 시각을 가지더라도 운행 도중 탑승자가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시각장애인에게만 특별히 사고 위험이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위험성은 비시각장애인의 탑승에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위험성은 놀이기구들 탑승 전 피고 측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전 안내, 승하차 및 동승 서비스 등의 조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또 "시각장애인이 이 사건 놀이기구들에 탑승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고 이미지 손상으로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시각장애인의 이 사건 놀이기구들에 대한 이용제한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피고는 시각장애인에게 이 사건 놀이기구들의 정보 및 위험성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사고 예방 등을 위한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여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시각장애인은 위와 같은 정보 및 설명을 바탕으로 본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탑승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러한 선택은 존중의 대상이자 동시에 책임의 근거도 되므로, 놀이기구 사고 발생 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부담 여부 및 그 배상 범위를 정함에 있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차별행위는 피고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것으로,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시각장애인을 차별할 목적으로 이 사건 놀이기구들의 이용을 제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가 다른 놀이기구들에 대하여 '장애인 탑승 예약제도'를 운영하는 등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을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 액수를 1인당 200만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또 에버랜드의 규모나 운영형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차별행위의 내용 및 경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로 하여금 가이드북을 위와 같이 신속하게 수정하게 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하여, 장애인차 별금지법 제48조 제3항에 따라 피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반한 1일마다 간접강제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간제강제금을 1일 100,000원으로 정했다. 피고는 위 60일 기간이 너무 짧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법원이 명하는 적극적 조치의 내용, 소 제기 이후 장기간이 경과한 점, 그 기산점을 이 판결 확정일로 정한 점 등에 비추어 짧은 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