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간병인이 60대 뇌출혈 환자에 석션 시술 중 잠들어 환자 사망…의사 의료법 위반 유죄
[의료] 간병인이 60대 뇌출혈 환자에 석션 시술 중 잠들어 환자 사망…의사 의료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3.1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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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 간병인은 의료법 위반 ·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

간병인에게 뇌출혈 환자의 가래 제거(석션, Suction) 시술을 하도록 한 대학병원 의사와 간병인에게 의료법 위반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대학병원 신경외과 의사 A(62)는 2021년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담당 환자인 뇌출혈 환자 B(60 · 여)의 간병인인 C(65 · 여)에게 B의 기관절개 호흡기관에 석션기와 흡인용 튜브를 통해 연결된 카테터를 넣어 기도에 있는 가래를 제거하는 석션 시술을 하도록 지시하면서 이에 관한 교육을 실시, C와 공모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C는 A의 지시와 교육에 따라 B에게 석션 시술을 했다.

서울간병인협회 소속 요양보호사이자 간병인인 C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도 기소되었다. 4월 18일 오전 3시쯤 A의 지시를 받고 B에게 석션 시술을 하던 C는 B의 기관절개관에 흡인압력이 작용하고 있는 카테터를 꽂아놓은 채 간이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그 사이 기관내 손상과 호흡 곤란 증상이 발생한 B는, 두 달 뒤인 6월 18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뇌출혈로 입원한 B는 의식은 있으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개호인의 도움 없이는 신체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또 기관절개술을 유지한 채 호흡을 하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석션 시술을 하는 C에게는 기관절개관에 흡인용 튜브와 연결한 카테터를 삽입하여 흡입하는 시간을 1회 당 10초 내지 15초 이내로 하고 환자의 호흡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는 등 석션 시술로 인한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서울북부지법 김범준 판사는 12월 13일 "석션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의사 A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A와 함께 기소된 간병인 C에게는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유죄판결의 일종이다.

김 판사는 먼저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하는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면허를 가진 자가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할 것이나 그 외의 자는 의사의 지도하에서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고, 의료행위를 할 면허 또는 자격이 없는 한 그 행위자가 실제로 그 행위에 관하여 의료인과 같은 수준의 전문지식이나 시술능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2903 판결 등 참조)"라고 밝혔다.

이어 "석션 시술 과정에서 카테터의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감염의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시술이 지나치게 오래 이루어지거나 석션 카테터가 목에 꽂혀 있는 채로 방치될 경우 환자가 호흡할 수 있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기관 내부의 손상 및 저산소증 등과 같은 악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의학적 전문지식 및 경험을 갖추지 못한 비의료인에 의하여 행하여질 경우 충분히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 보이고 석션 시술은 환자의 기관 내 분비물을 제거함으로써 환자의 호흡곤란을 방지하고 폐렴 등 호흡기계 감염을 예방할 목적으로 시행되는바, 기본적으로 '질병의 예방을 위한 행위'의 범위에 포함된다"며 "이 사건 당시 간병인 C가 환자 B에 대하여 시행한 석션 시술은 반드시 의료인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석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의료인력의 부족 등을 이유로 중증 환자가 아닌 한 관행적으로 간병인 등에 의하여 자주 시행되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의료인력의 확충 등 의료시스템의 개선 없이 병원 내 모든 환자들에 대한 석션 시술이 의료인에 의하여 시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선고유예를 선고하는 이유를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