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법원,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 계약 관련 국내 소송 금지 명령
싱가포르법원,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 계약 관련 국내 소송 금지 명령
  • 기사출고 2023.12.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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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중재 패소 후 국내 법원 소송에 제동

합작투자계약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중재로 해결하기로 중재조항을 넣었는데, 당사자 중 한 명이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한 경우 중재조항을 들어 소송의 금지를 명할 수 있을까?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Singapore International Commercial Court)은 12월 4일 한국의 아시아아나항공이 30년간 기내식 공급권을 넘긴 스위스의 게이트 그룹 계열사인 Gate Gourmet Switzerland와 전현직 CEO 및 합작법인인 Gate Gourmet Korea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에 기내식 공급계약의 무효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두 개의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아시아나항공에 소송금지명령(anti-suit injunction)을 내렸다. 이날 나온 판결에서 SICC의 Simon Thorley 판사는 싱가포르에서 ICC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한 계약 조항에 위반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한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금한다고 밝혔다.

"민사소송 제기는 중재조항 위반"

아시아나항공과 Gate Gourmet와의 분쟁은 두 회사가 2016년에 맺은 기내식 공급계약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30년간 기내식을 공급하는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1억 달러)의 저가에 Gate Gourmet에 제공하기로 합작투자계약(JV)을 맺었고, Gate Gourmet는 그 대가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부실 계열사인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아니아나항공으로부터 30년간 기내식 공급 독점권을 받은 스위스의 Gate Gourmet와 아시아나항공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SICC가 아시아나항공의 한국 법원에서의 소송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중재조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셔터스톡의 일반적인 기내식 관련 사진.
◇아니아나항공으로부터 30년간 기내식 공급 독점권을 받은 스위스의 Gate Gourmet와 아시아나항공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SICC가 아시아나항공의 한국 법원에서의 소송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중재조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셔터스톡의 일반적인 기내식 관련 사진.

그러나 두 회사 사이에 가격을 놓고 분쟁이 발생, 2019년 6월 합작법인(Gate Gourmet Korea)의 제기로 싱가포르가 중재지인 ICC 중재가 시작되었다. J William Rowley KC와 John Beechey, Gary Born으로 구성된 SIAC 중재판정부는 2021년 2월 아시아나항공이 합작법인에 최소한의 순이익을 보장한 가격구조를 지킬 의무가 있다며 Gate Gourmet 측에 승소 판정을 내렸다. 30년의 기내식 공급계약 기간 동안 17억 5,000만 달러 즉, 2조원이 넘는 가치가 Gate Gourmet 측에 보장되는 계약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과 수천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되어 2022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박 회장의 혐의 중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Gate Gourmet에 저가에 판 혐의(배임)도 포함되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과 Gate Gourmet의 합작법인인 Gate Gourmet Korea와 Gate Gourmet, Gate Gourmet의 전현직 대표를 상대로 2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합작법인을 상대로 인천지법에 낸 소송에서 기내식 공급계약은 한국 민법상 권한남용의 법리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하고, Gate Gourmet, Gate Gourmet의 전현직 대표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낸 소송에서 "Gate Gourmet가 기내식 공급계약에 서명함으로써 박삼구 전 회장의 배임행위에 관여했다"며 손배해상을 청구했다.

이에 Gate Gourmet가 SICC에 소송금지구제(anti-suit relief)를 신청했고, SICC가 이를 받아들여 12월 4일 소송금지명령을 내린 것이다.

Thorley 판사는 한국에 중재와 국내 소송 병행에 관한 실정법 조항은 없고, 보다 나은 견해(better view)는 권한남용을 이유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중재계약의 분리가능성과 효력이 인정되는 것(The better view was that the principles of separability of the arbitration agreement and competence-competence apply even where a contract is alleged to be void for abuse of power representation)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Gate Gourment와 아시아나의 합작투자계약에서의 중재조항은 한국 소송절차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불법행위 주장과 같은 쟁점들도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ICC의 이번 판결은 중재의 독자성과 우월적 지위를 인정한 판결로 풀이된다. 국제중재 전문가인 왓슨 팔리 앤 윌리엄스(Watson Farley & Williams)의 김도윤(Philip Kim) 영국변호사는 "중재조항이 포함된 계약의 해석, 이행과 관련, 중재 외의 소송에 대한 소송금지가처분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한 판결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Gate Gourment 측은 SICC의 소송금지명령을 한국 법원에 제출해 소송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Duxton Hill Chambers · Rajah & Tann vs TSMP · 화우

SICC 소송은 Duxton Hill Chambers의 Colin Liew 변호사와 싱가포르 로펌 Rajah & Tann이 Gate Gourment Korea와 Gate Gourment Switzerland를 대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싱가포르 로펌인 TSMP Law Corporation이 대리했다. 법무법인 화우도 아시아나에 자문했다. 또 신희택 전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Gate Gourment 측의 한국법에 관한 전문가 증인으로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측의 한국법 전문가 증인은 대법관을 역임한 이기택 서강대 로스쿨 교수가 맡았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