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초번 · 공휴일 근무 거부했다고 8년 경력 '워킹맘'에 본채용 거부…부당해고"
[노동] "초번 · 공휴일 근무 거부했다고 8년 경력 '워킹맘'에 본채용 거부…부당해고"
  • 기사출고 2023.12.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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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 · 가정 양립 배려의무 위반"

회사가 용역업체가 바뀌어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둔 시용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던 8년 9개월 경력의 '워킹맘'에게 새벽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지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본채용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1월 16일 도로관리용역업체인 A사가 "B씨에 대한 본채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2019두59349)에서 이같이 판시, 중노위원장과 피고보조참가한 B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고속도로영업소에서 8년 9개월 동안 일해 온 일근직 근로자로, 당시 1세, 6세 자녀를 키우던 B씨는, 도로관리용역업체가 변경됨에 따라 2017년 4월 1일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한 새로운 용역업체인 A사와 3개월 수습기간을 둔 근로계약(시용계약)을 체결하고 종전과 같이 고속도로영업소에서 영업관리팀 소속 서무주임으로 근무했다.

B씨는 시용기간 중 A사로부터 종전과 달리 오전 6시∼오후 3시 근무인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지시받았으나,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 B씨는 종전 용역업체 소속일 때에는 출산과 양육을 이유로 초번 근무는 면제받고, 공휴일에는 다른 팀의 일근제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대체하여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다. A사는 시용기간이 만료된 후 본채용 평가에서 B씨가 초번 근무를 2017년 5월 3회, 6월 6회 거부하고 총 4일의 공휴일과 근로자의 날에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근태 항목에서 50점 가까이 감점하고, 그 결과 본채용 기준인 총점 100점 중 70점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2017년 6월 30일 B씨에게 '정식채용 부적격 대상에 해당하여 근로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B씨가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판정을 하자 A사가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먼저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헌법 제36조 제1항, 제10조,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서(헌법재판소 2000. 4. 27. 선고 98헌가16 등 결정 참조),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은 양육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측면을 법률로써 구체화하여 근로자의 양육을 배려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주의 일 · 가정 양립 지원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특히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이하 '육아기 근로자'라 한다)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을 비롯하여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며 "따라서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는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의 일 · 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고용승계 조항이 담긴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를 제출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참가인은 이 사건 영업소에서 약 8년 9개월 동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여 온 숙련된 근로자로서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를 갖는바, 참가인의 입장에서는 본채용 거부통보가 실질적으로 수년간의 고용이 종료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갖는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와 사회통념상 상당성은 신규 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보다 다소 엄격하게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는 참가인에게 종전의 근로조건과 달리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를 지시하면서 '일근제 근로자는 공휴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 않느냐, 오랜 근무형태를 하루아침에 변경하기 어렵다'는 참가인의 요청에 대하여 '참가인은 영업관리팀 소속으로 공휴일 휴무가 불가하다'는 취지로 답하여 연차휴가 사용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참가인이 계속 공휴일 근무를 거부하자 초번 근무 시 허용하였던 외출을 금지하여 참가인이 당초 수행하였던 초번 근무마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였다"며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참가인이 육아기 근로자로서 자녀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평일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 근무하여야 할 경우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지고, 이 사건 영업소의 여건, 인력 현황 등을 고려해 보면, 원고에게 공휴일 근무와 관련해 육아기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하여 일 · 가정의 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하거나 무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수년간 지속하여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꾸어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참가인의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서무주임인 참가인에게 공휴일 근무를 지시하여야 할 원고의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원고가 시용기간 및 평가과정에서 육아기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하여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다하였는지를 심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도 본채용 거부통보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참가인이 원고에 고용이 승계된 후 영업소 소장은 2017년 4월에는 참가인의 초번 근무 시 자녀의 등원시간에 맞추어 외출을 허용하기도 하였고, 다른 팀 소속 일근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공휴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대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고에 따르면 영업관리팀 소속 교대제 근무자인 영업주임의 순찰시간, 식사시간에 사무실을 관리하기 위하여 같은 팀 소속 서무주임의 공휴일 근무가 요구된다는 것이나, 단순히 순찰 · 식사시간의 공백 정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면 육아기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하여 공휴일 근무의 횟수, 빈도나 근무시간을 조절하여 연차휴가 · 외출 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참가인이 바뀐 근로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하였더라도 이 사건 영업소의 운영에 큰 지장이 있었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영업관리팀에는 교대제 근무자인 영업주임 4명 외에도 일근제 및 교대제의 혼합형태 근무자인 미납관리실 직원 7명이 있었으므로, 서무주임인 참가인이 영업주임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근로자인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