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가 없다는 이유로 서울시설공단이 지적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박범석 부장판사)는 10월 23일 지적장애인인 A씨가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차별행위 중지 임시조치 신청 사건(2023카합21154)에서 이같이 판시,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서울시설공단은 A씨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도록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서울시에 대한 신청은, "서울시설공단에 대하여 임시조치를 명하는 이상 서울시에 대하여 따로 임시조치를 명할 필요는 없다"며 기각했다. 서울시장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16조 1항에 따라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하여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서울시설공단은 서울시장으로부터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의 관리와 운행을 위탁받았다.
A씨는 2023년 4월 3일경 서울시설공단에 동반자 없이 단독으로 장애인콜택시의 이용을 신청했으나, 서울시설공단이 동반자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혼자서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게 해 달라며 차별행위 중지 소송과 함께 임시조치 신청을 냈다. 서울시설공단의 규정에 따르면, 지적, 자폐, 정신장애인의 경우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대상을 정하고 있다. A씨는 이에 앞서 서울 성동구청장으로부터 부장애인 뇌병변장애를 이유로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28조에 따른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먼저 "채권자(A)는 '뇌병변장애로 인하여 보행과 대부분의 일상생활동작 수행에 간헐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 수정바델지수가 80점 이하인 사람'으로서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8조 제1항, 장애정도판정기준(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보행상의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정받은 사실, 채권자의 주장애인 지적장애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1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에 해당하고 채권자의 종합장애 정도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며 "따라서 채권자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울시설공단은 "A씨는 보행상 장애의 사유가 된 장애(뇌병변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①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 제5조 제1항의 문언이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보행상 장애의 사유가 된 장애의 정도가 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 점, ②교통약자법 제16조 제1항 및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주는 규정이므로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 특별교통수단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위 법령을 해석할 필요가 있는 점, ③보행상의 장애인이면서 종합장애의 정도가 심해 버스 · 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이동이 곤란하므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약자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반드시 보행상 장애의 사유가 된 장애(뇌병변장애)의 정도가 심한 경우여야만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금지되는 차별행위가 존재하는지 여부.
재판부는 "재화 · 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이 해당 재화 · 용역 등을 이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여서는 아니 되고(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2항),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단은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 · 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같은 법 제26조 제 1항).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 배제 ·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제3호)"고 전제하고, "채권자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 공단(서울시설공단)이 공단의 규정을 들어 채권자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거부하는 것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서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들과 채권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위 장애인차별금지법 조항들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무자들의 주장과 같이, 장애인콜택시에 탑승한 장애인이 지적, 자폐,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운전원과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운전원과 이용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그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보호자의 동반을 요구할 필요가 일응 있어 보이기는 하나, 지적장애인의 돌발적인 행동은 여러 외부 요인에 따라 발현되는 것으로 보이고, 지적장애인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적장애인이 운전원과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돌발적인 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그와 같은 우려가 없는 지적장애인에게도 일률적으로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행정적인 편의만을 위한 부당한 차별취급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채권자와 같이 보호자가 상시 동반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 보호자가 없음을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거부한다면 사실상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게 되어 보행장애인으로서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며 "따라서 지적장애의 종류 및 그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돌발적인 행동을 고려하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는 지적장애를 구체적으로 구별하여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여야 할 것인데, 채권자가 과거에 운전원과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돌발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다거나 또는 채권자가 지닌 지적장애의 특성상 평소에도 돌발적으로 공격적 행위를 하는 성향이 있다는 등 채권자가 돌발행동을 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볼 만한 사정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부산 · 대전 · 인천 · 광주광역시, 강원도, 제주도 등은 지적장애인에게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고 있지 않고, 대구시, 전라북도, 전라남도 등은 필요시 보호자의 동반을 요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일반 택시 운송사업자 등 민간 교통사업자들도 지적장애인에게 보호자의 동승을 강제하지 않는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교통사업자들의 상황에 비추어서도 모든 지적장애인에게 좀 더 구체적인 구별 없이 일률적으로 보호자의 동반이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