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년 도달한 기간제 요양보호사에 계약종료 통보…부당해고 아니야"
[노동] "정년 도달한 기간제 요양보호사에 계약종료 통보…부당해고 아니야"
  • 기사출고 2023.12.1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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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취업규칙에 재고용 여부 재량권 부여"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정년에 도달한 기간제 요양보호사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더라도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거나 그에 준하는 관행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1월 2일 A사회복지법인이 "요양보호사 B(63)씨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3두41727)에서 이같이 판시, A법인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B는 A법인과 계약기간을 '2018. 3. 15.부터 2018. 12. 31.까지'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A법인이 설치 · 운영하는 요양시설에서 2018년 3월 15일부터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다. 이후 B와 A법인은 2019년 1월 1일 계약기간을 '2019. 1. 1.부터 정년 시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가, 2020년 1월 1일 다시 계약기간을 '2020. 1. 1.부터 2020. 7. 31.까지(B가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2020년 1월 1일자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의 만료로 본 계약은 당연 종료된다. 단, 본 계약의 만료 전까지 계약의 갱신 또는 연장, 재계약을 할 수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A법인의 취업규칙과 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하고 만 60세가 되는 달의 말일에 퇴직한다고 정하면서, A법인이 업무의 필요에 의하여 정년 퇴직자를 계약직(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A법인에게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고, 촉탁직 재고용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이나 절차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후 A법인이 2020년 6월 B에게 '2020. 7. 31. 정년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취지로 통보하자, B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중노위가 'B에게 정년 이후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A법인이 B에 대한 재고용을 거절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B의 구제신청을 인용, A법인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먼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참조)"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이 정년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참조)"고 지적하고, "이러한 법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제 근로자가 정년을 이유로 퇴직하게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의 취업규칙과 이 사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원고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참가인(B)과 원고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도, 참가인의 정년 퇴직일인 2020. 7. 31.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거듭 정하고 있을 뿐 원고에게 참가인을 정년 후에도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여하는 취지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서에서 정년까지를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로 정한 점, 참가인 외에도 정년퇴직 처리된 근로자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정년 규정이 형식에 불과하였다거나 참가인과 같은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거나 원고의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참가인에게 정년 도달 후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참가인이 정년퇴직 이전에도 기간제 근로자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년 이전에 원고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에 입사한 근로자는 5명인데, 그중 1명은 정년 도달을 앞두고 퇴사하였고, 2명은 정년 도달 후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B를 포함한 2명은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

법무법인 세진이 A사회복지법인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