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서 복귀한 정동기 법무법인 바른 대표 "법치해야 경제 더 좋아져"
인수위서 복귀한 정동기 법무법인 바른 대표 "법치해야 경제 더 좋아져"
  • 기사출고 2008.04.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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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혁신 '6시그마' 로펌서 구현할 터"
"쉽게 말해 법을 지키면 이익을 얻고, 법을 어기면 손해를 보는 게 법치주의 아닐까요. 새 정부에선 무엇보다도 법치주의가 보다 확고히 정립되는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동기 변호사
정동기 전 대검차장이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 되돌아왔다. 지난해 11월 20일 '어느 퇴역군인의 기도'로 잘 알려진 장문의 퇴임사를 뒤로 하고 검찰을 떠났던 정 변호사가 바른의 식구가 된 때는 퇴임 1주일 후인 11월 26일. 그러나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법무행정분과위 간사를 맡겼다. 이 때문에 그의 본격적인 변호사 생활은 2달 가량 늦어졌다. 그는 인수위에서 새 정부의 법무행정분야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후 얼마전 다시 바른으로 복귀했다.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과 함께 바른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를 만나 재조와 재야를 넘나들며 법치주의의 구현에 애쓰고 있는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그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보고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으나, 법치주의의 근본취지에 대해선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법 어기면 손해' 인식 확산돼야

"'뜨거운 난로의 법칙'이라고 있어요. 뜨거운 난로에 손을 데면 '앗 뜨거워!'하고 충격을 받듯이 법을 어기면 그에 따르는 응징과 손해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엔 이런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 변호사는 "법을 어겨도 그냥 넘어가고, 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불법시위를 벌여도 주모자만 처벌하고, 단순가담자는 훈방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을 어기면 누구나 예외없이 처벌해야 하고, 또 그런 인식을 범법자에게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미국 가서는 법대로 시위하면서, 우리나라에선 왜 꼭 때려부수고 그러면서 시위를 해야 하나요. 외국에 나가선 안 그러는데, 한국에 들어오면 거리에 마구 담배공초를 버리는 이런 풍토부터 고쳐져야 합니다."

그는 "KDI에 따르면, 불법파업만 사라져도 GDP가 몇 %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질서를 바로 잡고,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경제도 더 좋아지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선진화를 위해서도 법치가 확립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가 이처럼 법치를 강조한다고 해서 꼭 엄격한 법집행만을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정동기 변호사
그는 지금은 많이 일반화된 사회봉사명령제도를 실무에 도입해 정착시킨 검사로도 유명하다. 80년대 후반 소년법을 개정해 보호관찰의 하나인 사회봉사명령을 소년범에 도입할 때 실무작업을 주도했다. 또 한양대에서 '사회봉사명령제도의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보호관찰 분야의 전문가다.

일반 형사범으로까지 적용범위가 넓어진 사회봉사명령제도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자주 부과되고 있다. 상고심이 진행중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함께 준법경영 강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무렵 김승현 전 한화그룹 회장은 200시간의 봉사활동을 수행하라는 내용의 사회봉사명령을 병과받아 얼마전 봉사활동을 마쳤다.

한양대서 박사받은 보호관찰 전문가

정 변호사는 인수위에 몸담고 있을 때 기업활동을 진작시키기 위한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여러 법률가들과 함께 많은 연구와 논의를 진행했다. 규제는 풀고, 자금조달을 쉽게 해 기업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자는 게 핵심으로, 이 또한 법치의 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구지검장으로 있을 때인 2004년 11월 기업경영혁신 기법인 '6시그마'를 검찰에 처음 도입하는 등 업무혁신에 앞장섰던 사람으로, 그의 이런 경력이 감안돼 인수위 법무행정분과위 간사로 발탁됐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대구지검장 시절 그는 ▲검사 결정 오류 축소 ▲검사실 업무분담 적정화 실현 ▲조사 소요시간 단축 ▲민원서류 발급 소요시간 단축 ▲추징금 징수 Process 개선 ▲불구속사건 배당 준비시간 단축 ▲형사부 검사의 수사 Process Mapping 등 7대 과제를 도출해 개선활동을 벌였다.

당시 그가 내건 민원서류 발급기한은 신청후 1시간 이내. 종래 3일 내로 돼 있던 기준을 대폭 앞당긴 것이다. 왜 1시간으로 기한을 설정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조사해 보았더니 민원인들이 1시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고 해 그렇게 했다"며, "그러나 기록을 찾아 복사해 주는 내용의 민원서류를 제외하고, 99%가 5분 이내에 발급됐다"고 대단했던 6시그마의 효과를 소개했다. 그가 처음 시도한 6시그마는 그 후 검찰 전체로 확산돼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총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인 대검차장직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정 변호사는 직접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방안도 물론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보다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창 발전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바른을 선택했다"고 얘기했다. "단독개업할 경우 검찰 관련 사건이 아닌 다양한 사건을 접하기가 어렵고, 검찰 경험만 갖고 변호사일을 해 나가야 하지만, 로펌은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상의해가며 꼭 검찰 관련이 아닌 사건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로펌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여러 로펌에서 정 변호사를 영입하려고 의사를 타진해 왔으나, 같은 성당에 나가는 바른의 한 변호사가 적극 권유해 바른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다양한 법률서비스 위해 로펌행

오전 9시에 출근해 직접 의뢰인을 만나기도 하는 정 변호사는 "변호사는 의뢰인의 마음을 잘 읽고, 이를 검 · 판사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며, "이 점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하면 되는 검사보다 챙겨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다"고 검사시절과 비교해 변호사업무를 설명했다. 그는 검사를 '갑'에 비유하며, 변호사는 종속변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아령을 들고 1시간 가량 걷는 것으로 건강을 관리해 왔다는 그가 약 30년에 육박하는 검사 생활 내내 마음에 새겼던 말은 '심청사달(心淸事達)'. '마음이 맑으면, 통달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으로, 변호사가 되어서도 이 4자성어를 늘 마음에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검찰을 거쳐 인수위에서 새 정부 법치행정의 밑그림을 그린 그가 6시그마의 혁신기법을 바른에서 어떻게 구현할 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ㅣ 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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