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장기요양등급 판정 전 사망…약관 따라 보험금 못 받아"
[보험] "장기요양등급 판정 전 사망…약관 따라 보험금 못 받아"
  • 기사출고 2023.11.06 19: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보험약관 함부로 배척 곤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보험금을 타는 보험에 든 뒤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기 직전에 사망했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0월 12일 DB손해보험이 "보험금 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숨진 A씨의 남편을 상대로 낸 소송과 A씨의 남편이 보험금 2,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32709, 232716)에서 "DB손해보험은 A씨의 남편에게 2,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3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여 DB손해보험과 보험기간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으로 인정되었을 경우' 요양진단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DB손해보험에 보험료를 지급했다. 보험약관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으로 인정되었을 경우'라 함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급판정위원회에 의하여 1등급, 2등급 또는 3등급의 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은 경우'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할 경우 보험계약은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후 직장암이 확진된 A씨가 2017년 6월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인정을 신청, 같은 달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실사팀이 A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 방문해 실사를 했다. 그런데 A씨는 이날 오후 11시 25분쯤 사망했고,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같은 달 21일 A씨에 대한 장기요양등급을 1등급으로 판정했다. DB손해보험은 "보험계약은 A씨가 사망함으로써 소멸하는데, 등급판정이 A씨의 사망 이후에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보험계약 소멸 후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서 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상속인 중 한 사람인 A씨의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의 남편도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보험금 2,100여만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기간 중 보험사고(등급판정)의 발생'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의 원인이 되는 사실로서 피보험자의 건강상태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정도임이 확인되면 충분하고, 장기요양등급 판정일이 보험계약의 효력이 소멸한 피보험자의 사망 후라도 달리 볼 수 없다"며 A씨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이 비록 보험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보험약관의 내용 등이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할 뿐 아니라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법원이 이를 함부로 배척하거나 보험약관 내용을 그 목적과 취지 등과 달리 개별 사건마다 임의로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정한 보험금 지급사유로서 '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으로 인정되었을 경우'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급판정위원회에 의하여 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은 경우'를 말하고, 피보험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에 해당할 정도의 심신상태임이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계약이 소멸하였다면 보험기간 중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소멸하므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 인정, 즉 장기요양등급 판정이라는 보험금 지급사유는 피보험자의 사망일 이전에 발생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피보험자가 장기요양인정 신청을 한 후 사망한 경우, 사망시점과 장기요양등급 판정시점의 선후관계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으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급여는 성질상 피보험자의 생존을 전제로 하므로 장기요양인정 신청인의 사망 후에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할 수 없고, 등급판정위원회가 그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하였더라도 이는 사망자에 대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어서 법률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보험자의 사망 후에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보험약관이 정하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며 "이와 같은 경우는 보험금 지급사유 판단에서 등급판정위원회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하기 전에 피보험자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되어 판정을 하지 않은 경우 또는 피보험자가 장기요양인정을 받을 정도의 심신상태에 이르렀으나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하기 전에 사망하여 판정을 받지 못한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소명이 상고심에서 DB손해보험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