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부모 '유언 동영상' 무효되자 '사인증여' 소송 낸 차남 패소
[상속] 부모 '유언 동영상' 무효되자 '사인증여' 소송 낸 차남 패소
  • 기사출고 2023.10.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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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리 동석 이유 청약-승낙 인정 어려워"

자신에게 재산을 나눠주기로 한 부모의 유언이 무효가 되자 정당하게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차남이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

2019년 5월 숨진 A씨는, 생전인 2018년 1월 7일 차남인 B씨에게 거제시 하청면 대곡리의 논 2,066㎥, 1,193㎥와 건물의 1/2 지분을, 장남에게 건물의 나머지 1/2 지분과 다른 논 등을 주고, 딸들에게는 각 2천만원씩 주라는 등의 유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남겼다. 당시 B씨가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고 동영상도 소지하고 있었는데, 당시 A씨는 촬영 도중 '그럼 됐나?'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유언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게 되면서 A씨의 배우자, B씨, 장남 등 다른 형제들이 모두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등기를 마쳤다. 이후 B씨가 "아버지와 거제시 하청면 대곡리의 논 2,066㎥ 등에 대해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했다"며 장남 등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부동산을 사인증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다른 형제들이 B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월 27일 사인증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다시 판단을 뒤집어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2다302237).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등)에 따르면,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행위로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나,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수증자와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

대법원은 "A가 단독행위로서 유증을 하였으나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경우 이를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하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유언자인 A가 자신의 상속인인 여러 명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였던 일부 자녀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있다고 보아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모두 배분하고자 하는 A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따라서 이러한 경우 유언자인 A와 일부 상속인인 원고 사이에서만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와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사인증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원고의 주장이나 기록에 의하더라도 A는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그 화면 내용을 읽고 있는바, 그 내용은 '유언증서, 유언자 A는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라는 문구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유언집행자의 지정과 더불어 '유언자 A'로 끝맺는 내용이어서 그 형식과 내용상 '유언'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하고, "A의 위 유언이 민법에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 민법상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점은 원고 스스로 전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A가 유언하는 자리에 원고가 동석하여 동영상 촬영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와 사이에서만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게 되어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A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피고들에게는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에 의하더라도 A가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자문하였을 뿐이어서 원고에게 물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와 사이에서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A가 유언이 효력이 없게 되는 경우 다른 자녀들과 무관하게 원고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위 유언대로 재산을 분배해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