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2,500만원 들여 태양광 발전 시공했으나 안전검사 통과 못해 전기 못 팔아…공사대금 안 줘도 돼"
[민사] "2,500만원 들여 태양광 발전 시공했으나 안전검사 통과 못해 전기 못 팔아…공사대금 안 줘도 돼"
  • 기사출고 2023.10.1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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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PPA 등 이행 못하면 시공비 환불 약정"

경남의 한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70대 중반의 A씨는 2021년 4월 태양광 발전설비 업체 B사에서 나온 직원의 방문을 받았다. 이 직원은 "집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전기료를 아낄 수 있고, 남는 전기는 한전에 팔 수 있다"며 설치를 권유했다. 그는 한전에 20년간 전기판매 계약을 맺게 해주고, 만약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공비 전액을 환불하고 추가 비용 없이 원상복구해준다는 조건도 걸었다. A씨는 공사대금 2,500만원에 B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보름만에 시공을 마친 뒤 A씨가 한전에 전력구입계약(PPA) 신청서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A씨 집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B사는 보완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회사 관계자가 방문해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다.

A씨는 일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한전을 직접 방문해 진행 상황 파악에 나섰으나, 한전 관계자로부터 "본인 스스로 전력수급 계약을 취소해 놓고는 왜 딴소리를 하느냐"는 핀잔만 들었다. 한전 직원이 내민 계약 취소 신청서에 A씨의 도장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A씨는 B사에 항의했다. B사는 그러나 "당신이 제출한 것이 맞다"면서 A씨를 상대로 2,500만원의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2022가소233497)을 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B사는 매월 150건 가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시공하는 전문업체임을 내세우며 "공사가 완료되었으므로 A씨가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를 대리한 공단은 '한전 등과의 계약체결을 이행 못할 경우 환불하고 무상철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내밀며 반박했다. 특히 한전에 제출된 계약취소 신청서의 도장은 A씨의 인감증명서와 다르다며, 시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립도장의 글씨체임을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박정호 판사는 5월 4일 A씨의 항변을 받아들여, B사의 공사대금 청구를 기각했다.

박 판사는 "원고는 2021. 6. 9. 태양광시설과 관련하여 원고가 한국전력공사와의 전력구입 계약(PPA) 체결과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의 설비확인 및 한국형 FIT제도(발전차액제도 Feed in Tariff) 계약 체결을 원고의 책임으로 이행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설치한 태양광시설물을 철거하고 시공비 전액을 환불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를 대행하여 원고가 신청한 위 태양광시설물에 관한 사용전 검사에서 2021 10. 7.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위 시설물 일부의 보완이 필요함을 이유로 불합격되었고, 이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의 보완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책임 이행 약정의 대상이 되는 한국전력공사와의 전력구입계약과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의 설비확인, 한국형 FIT제도 계약을 태양광시설물 설치완료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현재까지 이행한 바 없는 이상, 해제약정에 따른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가 맺은) 시공거래계약은 해제되었다"며 "따라서 시공거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