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에 공무원 수당 미지급, 차별 아니야"
[노동]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에 공무원 수당 미지급, 차별 아니야"
  • 기사출고 2023.10.03 19: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전합] "사회적 신분 아니고 공무원은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 없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일반 공무원들이 받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차별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고,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월 21일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 512명이 "국토교통부 운전직 ·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이 받는 정근수당 등 각종 수당과 출장여비를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255941)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무원이 아닌 원고들은, 국토교통부 소속의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각 지방국토관리청 산하 해당 국토관리사무소에서 도로의 유지 · 보수 업무를 하는 도로보수원 또는 과적차량 단속 등의 업무를 하는 과적단속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국가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수당,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운전직과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는 위 네 가지의 수당과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이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위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위 각 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과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 ·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 대한 처우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차별의 사유가 되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여야 하고, 원고들이 지목하는 비교대상자인 공무원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이 반드시 선천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회적 지위에 국한된다거나 그 지위에 변동가능성이 없을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그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제도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청렴의무, 종교중립의 의무 등 여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정치운동이나 집단행위도 금지되는 등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의 보수 등 근무조건은 '근무조건 법정주의'에 따라 예산을 고려하여 법령으로 정해지고 공무원의 노동3권 행사 역시 법률로 제한되므로, 공무원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반면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은 노동3권의 행사에 특별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공무원제도의 유지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거나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이 원고들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이상,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원고들에 대한 차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차별에서의 비교대상자와 합리적 이유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권영준 대법관은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고, 원고들과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반면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비교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공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 있고,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는 위 각 수당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하여 근로기준법 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대법원 사례"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하고, "이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고,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정규직, 무기계약직 등)를 비교대상으로 하여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이 국가를 대리했다. 원고들은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