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건축상 받은 부산 카페 건물 모방한 울산 카페 건물 철거하라"
[지재] "건축상 받은 부산 카페 건물 모방한 울산 카페 건물 철거하라"
  • 기사출고 2023.09.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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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창작성 인정…유사성 있는 부분만 폐기 사실상 불가능"

부산 기장군에 있는 유명한 카페 건물을 모방해 건축된 울산 북구의 한 카페 건물에 대해 법원의 철거명령이 내려졌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는 9월 14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웨이브온' 카페 건물을 설계한 이뎀건축사사무소와 이 건물을 임차해 웨이브온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임차인이 울산 북구에 있는 A카페 건물을 건축한 B건축사사무소와 A카페 건물의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소송(2019가합41266)에서 이뎀건축사사무소의 청구를 받아들여 "B건축사사무소는 원고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고, 건물주는 A카페 건물에 대한 전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건물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2016년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들어선 웨이브온 건물은 2017년 세계건축상,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받는 등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9년 7월 울산 북구에 웨이브온 건물과 똑 닮은 A카페 건물이 들어서자 이뎀건축사사무소 등이 소송을 냈다. 두 건물은 모두 바다에 인접해 있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어 철거 위기에 놓인 울산 북구의 A카페 건물(우)과 저작권을 인정받은 부산 기장군의 웨이브온 건물.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어 철거 위기에 놓인 울산 북구의 A카페 건물(우)과 저작권을 인정받은 부산 기장군의 웨이브온 건물.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7다261981 등)을 인용,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웨이브온 건물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건축방법 또는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조형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러 창조적 개성이 있는 표현들을 사용하여 원고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또한 원고는 웨이브온 건물의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만족시켜줌과 동시에 자신의 창작의도를 최대한 발휘하는 설계를 하여, 상 · 하부의 건물 조형을 분리하고 여러 방향에서 다양한 입면을 관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층별로 조형의 변화가 발생하도록 다른 건물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특성을 지니게 하였다"며 "따라서 웨이브온 건물의 건축과정을 통해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충분히 건축물에 표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웨이브온 건물은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실질적 유사성 여부.

재판부는 "웨이브온 건물과 A카페 건물은 하부와 상부 매스가 일정각으로 틀어지고 벽면이 연속되지 않는 점에서 공통되고, 상부 매스의 경우, 양 건물은 ①내부 계단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경사벽, ②3층에서 바닥 방향 조망창이 형성된 박스형 돌출공간, ③2층 공간이 경사벽을 따라 3층 돌출공간까지 연속되는 형태의 조형, ④경사벽 및 돌출공간을 떠받치는 형태의 유리벽, ⑤기울어진 ㄷ자형 발코니벽, ⑥상부 매스 전면 중앙 통창 등이 모두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웨이브온 건물과 A카페 건물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들은 "원고가 웨이브온 카페를 설계하기는 했으나 웨이브온 건물이 설계도대로 건축되었다는 증명이 없는 한 웨이브온 건물의 건축저작권자는 건축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실제로 건축된 웨이브온 건물은 최초 설계도를 변형하여 창작된 2차적저작물이므로, 이에 관한 저작권은 최초 설계도를 작성한 설계자가 아니라 실제 건물을 건축한 건축주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작성한 설계도면과 실제 건축된 웨이브온 카페가 전체적인 구성, 조형, 배치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설령 위 설계도면과 건축물 사이에 일부 차이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웨이브온 건물에 설계도면과 다른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창작성이 부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웨이브온 건물의 저작권은 위 건물을 설계한 원고가 보유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철거 청구와 관련, "A카페 건물은 창작성을 명백히 인정할 수 있는 외부 건물의 전체적 조형 그 자체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부분과 결합하여 창작성에 기여하는 내 · 외부의 세부적 조형까지 웨이브온 건물과 유사하게 건축되어 있으므로 양 건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을 따로 떼어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보인다"며 건물의 전면 철거를 명했다.

법무법인 리우가 이뎀건축사사무소를 대리했다. 피고들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