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호황 끝낸 2022년 글로벌 로펌 경기
팬데믹 호황 끝낸 2022년 글로벌 로펌 경기
  • 기사출고 2023.09.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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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2%, 변호사 수 6.1% 증가, RPL 4.6% 감소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을 때 사업이 문을 닫고, 경제가 위축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경제는 로켓처럼 뛰어올랐다. 세계 법률시장도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2022년, 세계 200대 로펌(Global 200)의 총매출은 1.2% 증가한 데 그치고, 변호사 1인당 매출(Revenue per Lawyer, RPL)은 4.6% 감소했다. 100대 로펌의 지분파트너 1인당 수익(PEP)도 3% 감소했다. 1년 전에 발표된, 2021년의 2020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5.3%, RPL은 2020년 대비 8.4% 증가했었다.

9월 19일 2022년 매출을 기준으로 Global 200의 명단과 다양한 지표를 발표한 아메리칸로이어(The American Lawyer)는 "위로 올라간 물건은 반드시 아래로 떨어지게 마련"이라는 아이작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 법률시장에도 예외없이 나타났다는 표현을 곁들였다. 팬데믹 붐으로부터의 경기 하락이 현실화되었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이자율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M&A 딜의 감소 등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2022년 매출 기준 '세계 20대 로펌'
◇2022년 매출 기준 '세계 20대 로펌'

Kirkland & Ellis가 2022년 65억 1,43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여전히 전 세계 매출 1위로 집계되었으나, 매출 증가율은 전년도의 25%에서 7.8%로 떨어졌고, 변호사 1인당 매출은 4.5% 줄어 약 191만 달러에 그쳤다. 2위를 차지한 Latham & Watkins도 매출 감소 3.1%, 수익은 9% 감소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전반적으로 로펌들이 경기 침체와 싸운 한해였다.

아메리칸로이어는 특히 중국 등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로펌들이 매출 5.3%가 감소하는 눈에 띄는 슬럼프를 겪었다고 분석했다. 아메리칸로이어는 "중국이 2022년 늦게 재오픈하며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에 의한 소비 증가를 기대했지만, 세계 경기 침체와 부동산 분야에서의 어려움으로 방해를 받았다"는 King & Wood Mallesons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중국과 호주 로펌의 합병 로펌인 King & Wood Mallesons의 경우 지난해 지분파트너 1인당 수익이 39% 감소하며 순위가 내려앉았다고 소개했다. 홍콩에선 지난해 글로벌 로펌 여러 곳이 사무소 문을 닫고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의 이자율 상승으로 중부유럽의 로펌들도 매출이 3.4% 떨어지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아메리칸로이어는 소위 매직서클 펌들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영국 로펌들이 좀 나은 편이지만, 수익 증가를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앤장 · 태평양 · 광장, '200대 로펌'에 들어

한국 로펌 중에선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이 세계 200대 로펌에 들었다. 김앤장의 경우 2022년 10억 3,988만 3,000달러(환율 1,300원 기준, 약 1조 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어 전 세계 로펌 중 60위를 차지했다. 또 태평양이 3억 570만 2,000달러(약 3,974억원)의 매출을 올려 173위, 광장은 3억 190만 9,000달러(약 3,925억원)로 176위를 기록했다.

물론 전 세계적인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강한 성장을 즐긴 로펌들도 있다. 공통점은 해외사업 강화 등 여러 곳에 사무소를 늘리고 자문하는 산업 분야를 확대하는 등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지정학적 균형을 도모한 데 있다. 전년도 글로벌 랭킹 14위에서 지난해 10%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10위로 뛰어오른 Gibson, Dunn & Crutcher가 대표적인 경우로, Gibson, Dunn & Crutcher의 Barbara Becker 회장은 전 세계 거점 지역을 확대하는 'destination practices'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Gibson, Dunn & Crutcher는 그들의 뛰어난 EMEA 프로젝트와 인프라팀을 확대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2년 전 런던에 큰 팀을 보냈는데 런던팀이 성과를 냈다. 

DLA Piper, Baker McKenzie, Dentons 등 verein 구조의 로펌들이 지난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았던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DLA Piper, Baker McKenzie, Dentons가 지난해 각각 5%가 넘는 강한 매출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DLA Piper는 특히 지난해 글로벌 100대 로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인 PEP 15% 증가를 달성했다.

지역적으론 중동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으로 주목된다. 아메리칸로이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며 러시아에서의 비즈니스가 중동으로 출구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법제 개혁에 뒤이어 올 3월에만 Latham & Watkins, Clifford Chance, Herbert Smith Freehills, Greenberg Traurig, Dentons, Linklaters, Squire Patton Boggs를 포함한 메이저 로펌 여러 곳이 사우디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지난해 전 세계 200대 로펌의 매출은 줄었지만 변호사 수는 평균 6.1% 증가했다. 해외출장 경비 증가, 어소 변호사 보수 인상, 클라이언트 행사 등 로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세한 매출 증가에 비해 변호사 1인당 매출, 지분파트너 1인당 수익은 줄었지만, 로펌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치 변화에 대해 재앙이 아니라 고무적인 메시지라는 의견으로 접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팬데믹 기간처럼 그렇게 뜨거운, 또 그렇게 빨리 경기가 식는 경우는 이제 쉽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23년 후반기 앞으로 몇 달간 딜이 증가하고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기대도 힘을 얻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