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8월 31일 부부싸움 중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의 팔을 손톱으로 할퀴었다가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아내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21헌마994)에서 "A씨의 행위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했다. 기소유예는 기소 가치가 없어 기소는 하지 않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 하는 처분이다.
A씨는 2021년 1월 22일 집에서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 112신고를 하기 위해 남편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남편의 팔 부위를 할퀴는 방법으로 남편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전의 헌재 결정(2019헌마1419 등)을 인용,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의 경우, 폭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녹취 파일 등 제반 증거에 의하면, ①청구인(A)의 폭행은 피해자(남편)가 청구인에게 먼저 위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자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②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약 28일 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교적 중한 상해를 입었음에도 이에 대항하여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경미한 점, ③여성인 청구인이 남성인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피해자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유형력 행사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폭행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기소유예처분은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최근 '묻지마 범죄' 등의 확산으로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다"며 "이 사건은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던 청구인이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저항하는 과정에서 1차례 남편의 팔을 할퀴는 비교적 경미한 물리력을 행사한 사안인바, 피청구인은 이를 쌍방폭행으로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행위가 남편의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으로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이므로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였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