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ESG 리스크와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
[ESG] ESG 리스크와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
  • 기사출고 2023.09.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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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ESG 리스크, 법적 규제 전환 가능성 높아"

과거에는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이 주로 정부의 기업에 대한 규제(Regulation)의 문제로, 즉 기업의 규제 대응 및 쟁송의 문제로 논의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투자자가 투자 대상기업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요소로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제 ESG 요소는 투자자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Standard)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SG는 기업 평가의 중요한 기준

ESG 논의가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원인을 정리하면, (i)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들은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기초하여 막강한 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주주), 고객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로부터 ESG 맥락에서 새로운 준수사항을 요구받고 있고, 대기업이 이와 같은 사적 규제(정부의 법령에 근거한 공적 규제와 구별하여 사적 규제라 할 수 있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준수하고 자사의 ESG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사의 글로벌 공급망에 위치한 원료/부품 공급사들(1차 협력사, 2차 협력사 등)에 대하여 유사한 수준의 준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거나 적어도 해당 공급사들의 ESG 리스크에 관한 정보를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점 및 (ii)유럽 등 글로벌 자본시장을 주도하는 선진국에서는 ESG 정보 공시 의무화, 녹색 분류체계, 지속가능성 실사 법제를 비롯한 ESG 관련 법령/제도가 이미 발효되었거나 곧 도입을 앞두고 있는 배경까지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사적 규제/집행은 그 자체로도 더 강력해질 수 있고, 입법 내지 제도화의 방향에 따라 정부의 공적 규제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그 주요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윤용희 변호사
◇윤용희 변호사

이런 배경에서, 필자는 ESG로 인해 기업 규제 환경에 있어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변화가 더 강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경영진을 만나면, (i)정부의 공적 규제의 강화와 더불어 이해관계자(투자자, 고객사 등)가 주도하는 사적/자율 규제가 강화될 것이고, (ii)이로 인해 기업은 전통적인 준법 리스크에 더해, 국제규범/외국법령 및 연성규범에 따른 리스크까지 아우를 수 있는 ESG 리스크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체계를 고도화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곤 하는데, 그러면 "우리 기업은 국내 법령을 잘 준수하고 있고 리스크 관리를 잘 하고 있다"면서 ESG 리스크라는 것은 이와 다른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ESG로 인해 기업 경영 환경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처럼 변화된 기업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준법 리스크를 포괄하는 ESG 리스크에 대한 관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공적 규제 플러스 사적 규제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ESG 생태계 내지 운동장에서 키플레이어로 활동하지 않으면 퇴출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ESG 생태계는 기존의 공적 규제 메커니즘에 더해서 사적 규제 메커니즘이 긴밀하게 연동되어 작동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들은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기초하여 막강한 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주주), 고객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로부터 ESG 맥락에서 새로운 준수사항, 즉 사적 규제의 준수를 요구받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대기업이 정부의 공적 규제에 더해 이해관계자의 사적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준수하고 자사의 ESG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사의 글로벌 공급망에 위치한 원료/부품 공급사들에 대하여 유사한 수준의 준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거나 적어도 해당 공급사들의 ESG 리스크에 관한 정보를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공급망을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은 글로벌 수준으로 ESG 리스크를 관리하고 그 성과를 보여줄 수 없다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경쟁우위를 얻을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 가격과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자사 및/또는 협력사의 ESG 리스크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적어도 유럽 소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들 사이의 경쟁은 기존의 가격/품질 중심의 경쟁에 더해, 자사 및/또는 협력사의 ESG 리스크 관리의 성과 내지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소극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ESG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하고, 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 경쟁우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전략 · 모델에 있어서 ESG 프리미엄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ESG 사적 규제는 ESG 투자를 실행하고자 하는 투자자와 그 투자대상(후보)기업과의 관계에서도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ESG 투자란 전통적으로 중시되어온 재무적 수익성 위주의 투자 의사결정에 '비재무적 요소', 특히 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투명경영) 요소를 핵심 요소로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즉, ESG 투자는 투자자와 기업 간의 관계에서 ESG 요소까지 고려하여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런 배경에서, 예를 들어 ESG 평가사가 대상 기업의 정보(지배구조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를 기초로 ESG 평가 결과를 생성하고, 투자자(글로벌 자산운영사 등)는 ESG 평가 결과를 참고하여 대상 기업에 대해 정보 공개 등 개선 요구를 하고 있다.

투자자의 ESG 대응책

투자자가 ESG 정보에 기초하여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을 분류해 보면, (i)대상 기업과의 상시 대화(예: 기후변화를 경영전략에 반영하고 이사회 내 관리방안을 수립할 것을 요청), (ii)주주제안(예: 글로벌 공시기준에 따른 ESG 정보 공시 요청), (iii)투자 철회(예: 화석연료 사용 회사에 대한 투자 철회), (iv)소송 제기(예: ESG 관련 불성실공시에 따른 소송)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전통적인 정부의 공적 규제와 대비하여 ESG 사적 규제의 근거와 성격, 실패 시 페널티 등을 살펴보는 것은 사적 규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i)정부의 공적 규제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업 간 법률적 사안을 전제로 논의되고 규제의 근거는 환경법, 공정거래법 등을 비롯한 법령 등 강성규범인 반면, (ii)이해관계자의 사적 규제는 투자자,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와 기업 간 법률적/계약적 사안까지 포괄한 상황을 전제로 논의되고 글로벌 이니셔티브, 고객사의 행동강령(Code of Conduct) 등 연성규범에 기초하고 있는 자율 규제의 모습을 보인다. 행정책임, 형사책임, 민사책임 등이 공적 규제 미준수에 따른 제재 내용이라고 한다면, ESG 사적 규제를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 페널티는 기본적으로 사적 제재로서 고객사와 거래 단절, 투자/여신 기회의 제한, 매출 하락, 인적자원 이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ESG 규제 법령/제도의 강화와 더불어 이해관계자의 사적/자율 규제가 활성화되면서, 국내 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고 오히려 ESG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ESG 경영을 도입 ·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SG 투자 및 ESG 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한 기업으로서는 ESG 평가 대응 전담부서를 마련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대응을 넘어, 전사적으로 ESG 경영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ESG 리스크 관리 체계 및 공시 제도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각 조직의 R&R(Role and Responsibility)을 정비하는 등의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 내 ESG 문화의 정착까지 도달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ESG로 인해 기업 규제 환경에 있어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변화가 더 강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i)정부의 공적 규제의 강화와 더불어 이해관계자(투자자, 고객사 등)가 주도하는 사적/자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 및 (ii)이로 인해 기업은 전통적인 준법 리스크에 더해 국제규범/외국법령 및 연성규범(고객사 등 이해관계자의 요청사항, 평가기준/공시기준에 따른 요청사항 등)에 따른 리스크까지 아우를 수 있는 ESG 리스크 개념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체계를 고도화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

과거에는 주로 국내 법령 중심의 준법 리스크를 관리하면 충분했다면, ESG 시대에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리스크, 즉 ESG 리스크의 범위, 성격, 식별 방법, 관리 도구, 관리 체계 등에 있어 본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전통적 준법 리스크와 ESG 리스크를 비교/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ESG 시대에 경영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이 식별/관리해야 하는 ESG 리스크를 3층 주택에 비유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 기업이 식별/관리해야 하는 리스크 요소들로 구성된 ESG 리스크 주택(ESG Risk House)을 상정해 보자.

◇ESG 주택의 개념과 구성요소
◇ESG 주택의 개념과 구성요소

(i)1층에는 한국 국내 법령에 따른 리스크(예: 환경법, 공정거래법 등 국내 법령상 규제와 이에 따른 리스크)가, (ii)2층에는 국제 규범 및 외국 법령에 따른 리스크(예: 한국 기업의 유럽 소재 고객사가 준수해야 하는 국제 규범 및 외국 법령상 규제와 이에 따른 리스크)가, (iii)3층에는 연성규범에 따른 리스크(예: 유럽 고객사로부터 공급망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RE100 가입을 요구받는 경우)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ESG 리스크 주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업과 인권 관련 규범"을 예시로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기업 활동으로 인해 인권/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고 이를 예방/완화하기 위한 의무는 각 개별 국가의 환경법 등 국내 법령에서 규율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6년 나이키 아동노동 사건(파키스탄), 2013년 라나 플라자(Rana Plaza) 붕괴 사건(방글라데시) 등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서 아동노동, 강제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등 글로벌 기업의 인권 침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비용 최소화를 위해 열악한 규제 환경 및 노동 환경에 머물고 있는 개발도상국 소재 사업자를 협력사로 선택하는 글로벌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권실사 의무화에 관한 국제 규범, 즉 UN 기업과 인권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2011) 및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 2011)이 제정되고, 국제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으나,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참여 규범이라는 한계를 보였다.

EU 회원국, EU의 ESG 법제화

이런 배경에서, EU 회원국들에게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권실사 의무화 법제화"가 추진되었고, 영국 현대판 노예방지법(2015), 프랑스 인권실사법(2017), 노르웨이 투명성법(2021), 독일 공급망 실사법(2021) 등이 통과되어 이미 대부분 발효되었다. 한편 이와 같은 국가별 접근방법에 더해 EU 차원에서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제를 준비해 왔고, 그 결과 2021. 3. EU의회의 "인권실사 의무화 법안 제정 결의안" 채택을 거쳐, 2022. 2.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이 발표되었다.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은 EU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의 지침안으로, 적용 기업에 대하여 글로벌 공급망에 걸쳐 ESG 부정 요소에 대해 실사하고 이를 예방/완화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반해 인권실사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과 인권 관련 규범"의 경우 아직 한국에는 국내 법령으로 도입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법무부가 2021. 12. 입법예고한 "인권정책기본법안"은 기업의 인권존중책임과 국가의 인권보호의무를 천명하면서 (i)기업활동을 통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ii)제3자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기업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17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과거처럼 공적 규제 메커니즘만을 상정하고 기업이 관리/대응해야 할 리스크를 ESG 리스크 주택의 '1층 리스크', 즉 한국 국내 법령에 따른 리스크만을 생각한다면, 당해 한국 기업은 아직 한국에 국내에 관련 법령이 도입된 것이 아니므로 이에 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결정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EU 및/또는 각 회원국의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또는 다양한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된 한국 기업에게 ESG 리스크 주택의 '2층 리스크'에 더해 '3층 리스크'까지 적정하게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 성과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식별하고 관리/대응해야 할 리스크의 질과 양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ESG 문제는 법적 규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ESG 리스크 관리는 미래의 규제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성격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기후 변화, 인권 보호, 양성 평등 등 여러 환경, 사회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ESG 문제가 가까운 미래에 규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3층 소재 리스크가 2층의 리스크로, 2층 소재 리스크가 1층 소재 리스크로 변화 내지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문제는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구속력이 약한 연성규범의 형식으로 다루어졌으나,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협정을 거치면서 국제규범 형식으로 발전하고, 그 이후 한국과 유럽 등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에 관한 법령이 제정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윤용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yhyoon@yulchon.com)

*위 글은 8월 9일 렉시스넥시스법률앤전문서비스코리아 주최로 진행된 "ESG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과 방법론" 웨비나에서 윤용희 변호사가 발표한 내용을 윤 변호사가 요약, 정리해 기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