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수색영장 없이 집 마당 따라들어가 음주측정 요구 위법"
[교통] "수색영장 없이 집 마당 따라들어가 음주측정 요구 위법"
  • 기사출고 2023.08.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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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음주측정거부 무죄 선고

A(56)씨는 2021년 12월 11일 새벽에 경북 성주군 성주읍에 있는 세탁소 앞에 주차된 코란도 차량의 운전석에서 차량 시동을 켠 채 자고 있다가 잠결에 가속페달을 자꾸 밟아 인근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관들은 같은 날 오전 2시 39분쯤 이곳에 도착해 A씨가 음주는 했으나 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하고 A씨에게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자리를 떴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3시쯤부터 귀가를 위해 코란도 차량을 운전했는데, 앞서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그 인근을 순찰하던 중 성주군청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A씨를 발견하고 운행을 중단케 하는 등의 별도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채 A씨를 뒤따라갔다. A씨는 오전 3시 10분쯤 최초 운전을 시작한 곳에서부터 약 4㎞ 떨어진 자신의 집에 도착해 집 안에 있는 마당에 차량을 주차했다. A씨를 뒤따라온 경찰관들은 A씨의 집 마당에 들어와 A씨에게 오전 3시 14분쯤에서 24분쯤까지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A씨는 그 요구를 모두 거절했다.  

대구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경훈 부장판사)는 7월 18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2022노4393)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어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하고,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한 필요가 없음에도 주취운전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음주측정은 이미 행하여진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절차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인데, 도로교통법상의 규정들이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4도8404 판결 참조), 이 사건과 같이 음주측정요구를 위하여 피고인의 주거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사상의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경찰관들은 사건 당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피고인의 주거지에 대한 수색영장 등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가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하였으므로, 위 음주측정요구가 형사소송법 제216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 예외사유에 의한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①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올 당시, 피고인은 이미 자신의 주거지에 도착하여 주거지 마당에 차량을 주차한 상태였으므로, 추가적인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고인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②만약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고인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면 성주군청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이 사건 차량을 최초 발견하였을 때 그 즉시 운행을 중단케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임에도, 오히려 피고인이 약 4㎞나 운전하여 주거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추적하는 조치만 취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들어간 행위를 범죄의 예방 또는 위험 방지를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한 행위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이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가야종합법률사무소가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